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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지금 경찰서에 있어

  • “왜 안 되는데?”
  • 방금 유리잔에 맞은 불량배가 입을 열었고 나를 보며 불쾌한 미소를 지었다.
  • “네가 던진 거지?”
  • 나는 이에 고개를 끄덕였다.
  • “실수로 맞았네, 미안해.”
  • “젠장. 죽을래?”
  • 불량배는 이 말을 하며 몽둥이를 휘두르며 내게 달려들었다. 나와 미정은 동시에 그를 피한 뒤 주변에 있던 맥주병을 깼다.
  • 원래 가만히 있던 일당들은 구경을 할 계획이었지만 나와 미정이 반격을 하려는 걸 보자 몽둥이를 든 채 공격해오기 시작했다.
  • 나와 미정은 싸움을 꽤나 잘했기에 불량배들을 상대로도 밀리지 않았다. 경찰들이 왔을 때는 상처를 입은 인원들이 꽤나 많았지만 다행히 상처가 깊지는 않아 모두 경찰서로 잡혀갔다.
  • 경찰에서 진술서를 작성하기 시작했고 비록 나와 미정은 피해자 신분이었지만 싸움에 참여했기 때문에 보석을 책임질 사람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 미정은 고아였기에 대구에 나 말고 아는 사람이 없었기에 누군가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 나 또한 평소에 회사에 있거나 부 씨 집안에 있었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지도 않아 친구가 없었다. 결국 한참을 고민한 후 마음을 먹은 나는 성준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 통화는 연결음이 두 번 울리고 나서야 연결됐고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기에 조금 어색했지만 입을 열었다.
  • “성 교수님, 이 시간에 미안한데 저 좀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일이 좀 생겨서 경찰서에 있어요, 잠깐 와 주실 수 있나요?”
  • 전화기 너머에서 대답이 들리지 않았지만 나는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 “성 교수님, 좀 도와주세요.”
  • 한참이 지난 후 전화기 너머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 “심주희.”
  • 이 목소리는... 부진호.
  • 어떻게 그가 성준수 씨의 전화를 받은 것인가?
  • 나는 당황스럽고 무서웠기에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 “부진호, 당신이...”
  • “주소.”
  • 그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차갑게 대답했다.
  • 부진호의 기분이 좋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
  • “중부 경찰서.”
  • 주소를 말하자 전화가 끊겼다.
  • 미정은 나를 보며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 “왜 부진호에게 전화하지 않았어? 굳이 일을 키워야겠어.”
  • 나도 어이가 없었기에 이마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 “별장에서 나올 때 술에 취해 있어서 쉬는 줄 알았지, 그래서 성준수 씨한테 전화했지...”
  • 부진호가 전화를 받을 줄은 몰랐다.
  • 30분 후, 부진호는 인파들로 가득한 경찰서로 들어왔다. 그의 차가운 분위기와 늘씬한 몸매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서 있기만 해도 한 폭의 그림 같았다.
  • 게다가 경제 신문에는 매일 그에 관한 기사들이 실려있었기에 그가 도착하자 경찰서의 사람들도 그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 이 광경을 본 미정이 내게 어깨를 비비며 말했다.
  • “사실 네가 그렇게 좋아하는 이유를 알겠어, 완벽한 남자잖아. 어떤 여자가 원하지 않겠어, 부진호의 와이프라는 타이틀 하나만으로도 수많은 여자들이 정신을 못 차리는데, 매일 밤을 함께 한다고 해봐.”
  •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이혼을 부추기더니, 나는 그녀를 째려봤다...
  • 역시 여자의 마음은 갈대였다.
  • 부진호는 경찰서의 직원들과 대화를 나눈 후 사인을 하고 나와 미정을 데려갔다.
  • 경찰서 입구.
  • 우리를 체포한 경찰이 미정을 보며 말했다.
  • “이제부터 이런 일이 생기면 바로 경찰을 부르시면 됩니다. 싸우지 마세요.”
  • 나와 미정은 서로를 쳐다본 후 경찰을 보며 웃고 나서 감사의 말을 전했다.
  • 그러고는 미정이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 “미친, 내가 손을 쓰지 않았으면 자기들은 시체나 수거해 갈 거면서.”
  • 나도 한마디 하려 했지만 등 뒤의 차가운 시선이 느껴져 쳐다보니 부진호가 검은색 정장을 입은 채 검정 지프차 옆에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