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47화 내가 부탁하는 걸로 하자

• 그는 떠나기 전에 지시를 내린 것이 있었다. 이 집안에 남자가 들어와서는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고결이 여기에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도 그에게 미리 말해주지 않았다. 완전히 도리에 어긋날 정도로 그를 안중에 넣지 않은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부진호는 모든 것을 본인 손으로 통제하는 것에 습관이 되어있었고 그런 그가 자신에게 여지를 남겨두고 상대하는 보디가드들을 가만히 내버려 둘 리가 없었다.
• 생각해 보니 내가 보디가드들을 해친 셈이었다. 그러나 부진호는 현재 홧김에 있으니 나는 다른 기회를 찾아 그를 설득할 수밖에 없었다. 눈앞에 제일 중요한 것은 고결의 일이었다.
• 부진호는 말을 끝내고 무릎으로 팔을 지탱하며 정색한 채 맞은편을 쳐다보았다. 주위의 공기마저 얼어붙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럴 때 접근한다면 그 누구라도 체면 따위는 챙기지 못할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