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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서 돌아온 아내의 복수[제1부]

지옥에서 돌아온 아내의 복수[제1부]

Delphine

Last update: 2021-10-14

제1화 당신의 죽음으로 보답해!

  • 차정안이 죽었다.
  • 장정아는 얼빠진 표정으로 침대 옆에 앉아 박준일이 던져준 이혼 합의서를 보며 온몸을 부르르 떨고 있다.
  • 한 시간 전, 준일이 그녀의 목을 조르며 물었다.
  • “당신이 차정안을 계단에서 밀어버린 거지?”
  • 한 시간 뒤, 그는 변호사를 불러 이혼 합의서를 작성하였고 정아의 면전에 뿌렸다.
  • “장정아. 당신은 정안이한테 두 개의 목숨을 빚진 거야!”
  • 그렇다. 두 개의 목숨이다. 차정안은 박준일의 아이를 임신했었다.
  • 장정아는 박준일의 아내이지만 한낱 웃음거리에 불과하다.
  • 정아는 눈시울을 붉히며 박준일을 쳐다보았다.
  • “내가 밀어버린 거 아니라고. 몇 번을 더 말해야 해?!”
  • 준일은 귀를 닫은 채 매정한 눈빛으로 가소롭다는 듯 그녀를 쏘아보았다.
  • “인제 와서 해명해봤자 무슨 소용이야?”
  • 소용없다. 한참 늦었으니까!
  • 그녀의 잘못이 맞든 아니든 중요치 않았다. 준일에게 아무리 해명해도 죽은 사람한테 질 수밖에 없었다!
  • 장정아는 갑자기 피식 웃으며 일어서더니 펜을 들고 합의서에 사인하려고 한다.
  • 이혼이라. 좋아!
  • “박준일. 내가 당신을 사랑한 세월이 무려 십 년이야. 이제 각자의 인생으로 돌아가자!”
  • 사랑은 받지 않을 테니 내 마음만은 가져갈게!
  • 흐르려는 눈물을 억지로 참아가는 장정아, 잘난듯한 미소를 보이며 합의서에 사인했다.
  • 박준일은 차가운 미소로 대답했다.
  • “설마 이혼 합의서에 사인만 하면 끝난 줄 아는 거야?”
  • 장정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다.
  • “그럼 뭘 더 바라는데?!”
  • “장 씨 집안의 목숨으로 갚아야 하지 않겠어?!”
  • 이 남자는 차갑고 매정한 눈으로 선전포고를 했다.
  • “내일부터 장 씨 집안은 지옥을 경험하게 될 거야!”
  • 장정아는 쓰러지듯 침대 옆으로 돌아가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 눈앞의 얼굴이 반듯하니 잘생긴 이 남자는 분명 그녀가 죽도록 사랑하는 남자이거늘 오늘따라 이 남자의 얼굴이 흐릿하게 보인다.
  • 5년간의 짝사랑 끝에 결혼에 골인한지 어언 5년이 흘렀다. 나름 그의 인생에 수많은 발자국을 남겼는데 이제 억울한 누명을 쓰고 지옥으로 내쳐져야 한다니.
  • “나 혼자로는 부족해?”
  • 정아는 눈시울을 붉히며 준일을 쏘아보았다.
  • “왜 내 가족까지 건드리는 건데?! 우리 엄마아빠가 당신을 얼마나 예뻐하셨는데. 내 가족이 당신한테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그래?!”
  • “당신 가족들이 차정안을 죽게 만들었어...”
  • 준일은 정아의 턱을 꽈악 잡으며 지옥에서 막 기어 나온 악귀처럼 공포스런 미소를 지었다.
  • “온갖 수를 써서 날 당신과 결혼하게 하더니 그것마저도 부족해서 차정안을 죽게 만들어? 장정아. 당신 정말 못된 년이야!”
  • 정아는 찬물에 따귀를 맞은 것처럼 부르르 떨었다.
  • “당신은 내가 그런 여자로밖에 안 보여?”
  • “뭐라고?”
  • 준일은 가소롭다는 듯 분노가 섞인 눈으로 정아를 쏘아보았다.
  • “당신이 내 눈에 들어올 자격이나 된다고 생각해?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거 아닌가? 당신은 오늘부로 차정안의 죽음에 대한 죗값을 치르게 될 거야!”
  • 밖에 큰비가 쏴아아 내리기 시작한다. 굵은 빗방울들이 창문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온다. 빗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정아의 마음도 점점 더 차가워져 간다. 지칠 대로 지친 정아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박준일. 언젠가 나한테 미안한 마음이 생긴다면...”
  • 그 말을 듣자 준일의 마음 한구석이 갑자기 아려왔다. 그것도 잠시, 이 남자는 곧바로 다시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 “미안한 마음? 평생 나한테 미안해해야 할 사람은 당신이야. 장정아!”
  • 그 말이 끝나기도 바쁘게 하늘이 찢어지는 듯한 천둥소리가 들려오고 정아의 귓가에 맴돌았다!
  • 정아는 다리에 힘이 풀려 뒤로 두 걸음 물러섰다. 점점 더 많아지는 빗방울 소리와 함께 정아의 눈에서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진다. 남자는 합의서를 들고 문을 박차고 나갔다. 방문이 닫히는 그 순간, 두 사람의 세상이 완전히 분리되는 것만 같았다.
  • 그녀의 세계가 산산조각이 나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