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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나의 신앙은 내 목숨이다!

  • 손목을 따라 시선을 옮기자 잘려서 삼 분의 이만 남은 새끼손가락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장정아의 잘린 오른손 새끼손가락이 외롭고 또 아파보였다.
  • 그 순간, 준수한 외모의 이 남자는 끝내 참지 못하고 큰 소리로 물었다.
  • “어떻게 된 거야?!”
  • 정아는 5년 전의 미치광이처럼 웃어댔다. 그녀의 눈에 박준일의 깜짝 놀란 표정이 비쳐졌다.
  • “이거 당신이 선물해 준거잖아! 박준일, 나 그동안 고생 할 만큼 한 것 같은데 이제 제발 좀 놔줘!”
  • 이제 제발 좀 놔줘!
  • 준일은 뒤로 물러나더니 힘 빠지듯 그녀의 손을 놔주고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녀를 쳐다보았다.
  • 지칠 대로 지친 그녀의 눈에 사랑은 온데간데없고 미움만 남아있었다. 뼛속까지 사무치는 미움이 그녀의 눈에서 이글이글 불타올랐다.
  • 아픔은 이렇듯 예고도 없이 다가왔다. 분명 꽉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바닥에 떨어트려 산산조각이 난 것만 같다. 막을래야 막을 수 없는 아픔이 온몸에 독처럼 퍼져갔다.
  • '그래...정아를 감옥에 보낸 건 평생 후회하라는 뜻이었어. 대체 왜 이렇게 된 거지...'
  • '누가 감옥에서 정아를 폭행했을까? 누가 이 여자의 자존심을 짓밟은 걸까?!'
  • 준일은 정아를 보고 있으니 갑자기 큰 공포감에 휩싸였다. 이제 더는 눈앞의 여자에 대해 잘 모르는 것만 같았다. 분명 5년을 부부로 살아왔건만 지금은 너무 낯설다.
  • 준일은 몰랐다. 정아는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미치광이로 살았고 이성도 잃었었다. 5년간의 절망이 그녀를 수없이 죽음으로 몰아갔었고 철저히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 다시 고개를 들어보았을 때 정아의 눈에는 오직 미움만 남아있었다.
  • 준일은 도망치듯 정아의 집을 빠져나왔다. 문을 쾅 닫고 문앞에 서서 괴로운 듯 몸을 숙이고 자신의 옷깃을 꽉 잡았다. 숨이 막혀 질식할 것만 같았다.
  • 정아가 왜...이렇게 변한 거지? 5년 동안 대체 뭘 겪었기에...
  • 분명 내가 그토록 보고 싶었던 모습인데 왜...
  • 문을 사이에 두고 정아는 쓰러지듯 주저앉아 현우에게 기대 소리 없이 울었다.
  • 한참 지나서 그녀는 애써 눌러 담았던 소리를 질러버렸다. 영혼이 빠져나갈 것만 같았다.
  • 감추고 있었던 감정들이 잔잔한 수면 위로 다시 올라와 더욱 사납게 그녀를 향해 다가왔다. 빛을 볼 수 없었던 날들이 또다시 그녀를 끌어들이는 것만 같았다. 바들바들 떨고 있는 정아와 달리 현우는 등을 곧게 펴고 말했다.
  • “엄마... 우유 줄까?”
  • 정아는 눈을 감고 눈물을 흘렸다.
  • ******
  • 미칠 것만 같았던 밤이 지나가고 준일이 다시는 괴롭히러 오지 않을 줄 알았다. 하지만 이튿날 오후, 생각지도 못한 일이 발생하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