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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내 하늘이자 내 목숨과도 같아!

  • 장정혁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어린이집에 현우가 없다고 한다. 원장님의 말에 의하면 누군가 데려갔다고 한다.
  • 묘사하는 걸 들어보니 분명 박준일이 데려간 것임이 틀림없었다!
  • 장정아는 굴러떨어지듯 침대에서 내려와 휘청거리며 서랍 속에 고이 넣어두었던 약을 입에 욱여넣었다. 물도 없이 약을 꾸역꾸역 삼키며 눈물을 닦고 다시 일어섰다.
  • 그녀의 살짝 붉어진 눈에는 미움이 서려 있었다. 자신의 옷깃을 꽈악 잡은 손은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 '괜찮아... 무서울 것 없어.'
  • '박준일. 당신이 내 마지막 신앙까지 빼앗는다면 난 목숨 걸고 당신과 싸울 거야!'
  • 준일은 오후 세시쯤 현우를 집으로 데려갔다. 준일의 어머니인 전혜주는 너무 놀라서 멍을 때렸다.
  • 늙은 어르신은 뭔가 중얼거리며 눈물을 흘렸다.
  • “네가...우리 박 씨 집안의...손자이니?”
  • 현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전혜주의 눈에 비친 슬픔이 진심으로 느껴졌지만 대꾸하고 싶지 않았다.
  • “네 엄마 아빠가 누구니?”
  • “제 엄마가 누구인지 모르셔도 돼요.”
  • 현우가 웃으며 말했다. 고작 다섯 살인 이 아이는 누구보다도 영리했다.
  • “물론 제 아빠가 누구인지 저도 궁금하지 않거든요.”
  • 준일이 주차하고 들어오다가 마침 현우의 말을 듣게 되고 홧김에 문을 빡 걷어찼다.
  • “너 그게 무슨 말이야?”
  • “말 그대로인데요.”
  • 혜주는 이 아이가 박 씨 집안에 대한 원한이 크다는 걸 알아채고 감히 다가가 안아보지도 못한 채 거리를 두고 바라만 보았다.
  • “엄마는...잘 지내?”
  • 현우는 달달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 “교도소에서 먹은 밥이 나라에서 주는 거라 부족할 것 없이 잘 지내셨어요.”
  • 그 말이 거슬려 화가 난 준일은 현우를 잡아당기며 물었다.
  • “그런 가시 돋친 말은 누가 가르쳐준 거냐? 장정아가 너한테 그렇게 가르친 거야? 응?”
  • 차갑게 웃는 준일을 상대로 두려운 기색이 전혀 없는 현우는 또박또박 대답했다.
  • “누가 배워줬냐고요? 주변 사람들이 말해준 거예요. 엄마가 살인죄로 교도소에 다녀왔었다고요. 어제 그쪽도 엄마 앞에서 그렇게 얘기하셨잖아요.”
  • 준일은 마음이 아려와 그를 다시 놔주며 이를 악물었다.
  • “네 엄마가 나를 불쾌하게 만들라고 가르쳐줬어?”
  • “불편하셨다면 저를 돌려보내 주세요.”
  • 현우가 그를 마주 보며 말했다.
  • “저를 이용해 엄마를 협박하면 그쪽에 대한 원망만 더 커질 거예요.”
  • '더 미워할 거예요!'
  • 드디어 말했다. 인정해버렸다. 그들은 준일을 원망하고 있다. 그 원망이 몸속 구석구석으로 파고들어 습관이 되어버렸다.
  • 준일이 나타나는 곳이라면 정아는 무조건 허둥지둥 도망 다녔다.
  • 그렇기에 5년 동안 원래 살던 해성에서 감성으로 이사했다. 오직 준일한테서 도망치기 위해서 말이다!
  • 준일은 무엇 때문인지 단단히 화가 나서 물건들을 바닥에 마구 집어 던졌고 혜주는 슬픈 얼굴을 하며 그를 말렸다.
  • “아들, 그만해...”
  • 준일은 코웃음을 치더니 곧 계단으로 올라갔다. 현우는 무표정으로 소파에 앉아있었다.
  • 역시 피는 못 속인다고 아빠와 아들은 화내는 모습마저 똑같았다.
  • 혜주는 하인들을 불러 정리하도록 명령하고 현우의 곁에 앉아 가여워하는 눈빛으로 물었다.
  • “많이 놀랐지...?”
  • 현우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 “아니요.”
  • 아니라고 하지만 눈시울은 이미 붉어져 있었다. 분명 많이 놀란 것 같은 모습이었다.
  • “너...이름이 뭐야?”
  • 혜주는 이 아이에게 호감을 느끼며 이름을 물었다.
  • 현우는 혜주를 보며 대답했다.
  • “저는 장현우라고 해요. 우주에서 가장 빛날 현. 엄마가 지어주셨어요.”
  • 혜주는 정아의 근황을 감히 못 물어봤으나 현우가 엄마 얘기를 하니 이때다 싶어 조심스레 물었다.
  • “너희 엄마는...”
  • “저희 엄마 일은 사모님께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 고작 다섯 살짜리 아이가 이렇게도 영리하단 말인가? 공손한 태도로 거리를 두는 모습이라니. 나중에라도 접근하긴 어려울 것만 같았다...
  • 혜주는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 “현우야, 사실...너희 엄마 아빠는...”
  • “말씀하시지 않아도 저 다 알아요.”
  •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현우가 대답했다.
  • “다들 저희 엄마가 나쁜 짓을 저질렀다고 했어요. 엄마가 사람을 죽였으니 당연히 속죄해야죠. 저도 알아요. 저희가 죄를 지었다는 것을요.”
  • 본인을 낮춰 하는 말이지만 혜주의 마음마저 쓰라려 왔다.
  • '이 아이가 우리를 참 많이 원망하는구나.'
  • 현우는 대수롭지 않게 어르신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는 창문 밖을 내다보았다.
  • 노을이 점점 사라지고 어둠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