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제92화 정리 못 한 원한과 정리된 감정</p>
- 긴 복도에서 혼자 걸어가는 정아. 걸음 속도가 빨라지다가 급기야 미친 듯이 뛰어갔다. 갖가지 테크노가 울려 퍼지는 무서운 메탈 건물에서 뛰쳐나갈 때까지, 어두운 밤이 그녀의 그림자를 삼켜버릴 때까지 쉼 없이 달렸다.
- 마치 전력을 다해 이 조용한 어둠의 끝까지 달릴 기세였다. 모든 비웃음이 이 순간 다시 재현되는 것만 같았다. 미친 듯이 웃으며 뛰어가는 그녀의 뒤에서 한 남자가 따라오며 그녀를 잡아당겼다.
- 정아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하지만 남자의 목소리가 뾰족한 바늘처럼 그녀의 몸 전체에 꽂히듯 괴롭게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