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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그의 전처는 전과자이다

  • 병준의 강렬한 요구에 정아는 어쩔 수 없이 그를 따라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한 남자가 웃으며 말했다.
  • “흥, 조금 전에 나가더니 그새 또 다른 여자를 데려왔냐? 강병준, 정력이 남아도는구나?”
  • “이봐, 배 사장. 그 눈은 장식품이냐?”
  • 병준은 그를 향해 눈을 흘기며 말했다.
  • “이분이 누구신지 알아?”
  • 병준이 배 사장이라고 부르는 이 남자는 정아를 위아래로 훑어보면서 말했다.
  • “어딘가 낯익은 얼굴인데...”
  • 병준은 정아를 이끌고 한쪽 편에 앉으면서 바로 입을 열었다.
  • “준일이 전처야.”
  • “헐.”
  • 배문종은 뿜을뻔한 커피를 꾸역꾸역 삼키며 정아를 보았다.
  • “장정아 씨?”
  • “네, 저예요.”
  • 정아는 당황한 내색 없이 대답했다. 소리는 낮았지만, 기 빠진 목소리가 아니었다.
  • “괜...찮아요?”
  • 5년 전의 그 사건은 절친인 우리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박준일이 장정아를 살인죄로 교도소에 보내버렸다. 한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말이다.
  • 5년 뒤인 지금 다시 눈앞에 앉아있는 정아를 배문종은 실눈을 뜨고 바라보았다.
  • 정아가 변한 것 같지만, 딱히 변한 건 없었다.
  • 고결하고 자존감 넘치는 분위기는 여전했다. 5년을 교도소에서 살아왔지만, 여전히 분위기가 남다른 장 씨 집안의 큰 아가씨 모습이었다.
  • 다만 변한 건 그녀의 눈빛이었다.
  • 늙은이처럼 생기가 없고 처량한 그 눈빛은 마치 이 세상에 일말의 희망조차도 품지 않는 것 같다...
  • 그렇게 깊이 상처를 받았으니 세상에 대한 애정이 없는 건 당연한 걸지도.
  • 배문종은 조용히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 “그래서...병준이 네가 여기까지 정아 씨를 데려온...이유가 뭐야?”
  • 병준은 정아를 보면서 조심스레 물었다.
  • “저기...내가 조사를 좀 해봤는데 정아 씨 혹시 Dawn이라는 이름으로 일하고 계신 거 맞아요?”
  • “Dawn?!”
  • 배문종은 너무 놀라 큰 소리로 말했다.
  • “그 베일에 싸인 디자이너가...정아 씨 였어요?”
  • 정아는 경계하는 눈빛으로 그들을 보며 눈썹을 약간 찌푸렸다.
  • “아닌데요.”
  • “저...”
  • 병준은 의아해하며 눈을 크게 떴다.
  • “그럴 리가…? 분명 조사한 결과로는 정아 씨가...맞았는데.”
  • “잘못된 정보겠죠.”
  • 고개를 숙이는 정아의 흰 피부가 드러났다.
  • “저는 Dawn이 아니에요. 그분을 찾으시는 건가요?”
  • 배문종은 입술을 오므리고 한참을 침묵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우리 회사에서 진행할 프로젝트에 그분의 디자인이 필요해서요….”
  • 정아는 덤덤하게 말했다.
  • “그럼 연락처를 드릴게요.”
  • “진짜 아니에요?”
  • 병준은 여전히 못 믿겠다는 듯 물었다.
  • '정아 씨가 연락처까지 준다고 하는데 그럼 진짜 Dawn이 아닌 건가? 소식통이 잘못됐나?'
  • 배문종은 어쩔 수 없이 계속하여 말했다.
  • “그럼 부탁할게요. 여기 명함에 있는 연락처로 전화해 주시면 돼요.”
  • 말을 끝내고 명함을 정아에게 넘겼다. 정아는 흔연히 받아쥐고 곧 일어섰다.
  • “이제 용건 끝난 거죠?”
  • “네. 제가 태워다 드릴까요?”
  • “아니에요.”
  • 정아는 눈을 내리깔고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고는 늘씬한 다리를 뻗어 레스토랑에서 나갔다.
  • “헐...”
  • 병준이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중얼댔다.
  • “너무 도도한 거 아니냐? 교도소에 다녀왔어도 여전하네.”
  • 배문종은 실눈을 뜨고 커피를 후릅 마시고는 의미심장한 말을 꺼냈다.
  • “차정안은 저 여자한테 안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