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뒤로 한율이 꼬박 3년을 보낸 블러드 캐슬 감옥이 보였다. 그는 3년의 복역 끝에 드디어 오늘 만기 출소하게 되었다.
“휴, 부모님께선 지금쯤 어떠하실까?”
한율은 낡아빠진 캔버스 가방을 메고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3년 동안 그의 부모님은 단 한 번도 면회를 오지 않으셨기에 출소한 순간 마음은 걱정으로 가득 찼다.
집으로 가는 길에 한율은 손에 낀 구릿빛 반지를 계속 이리저리 훑어보았다.
반지 위에는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드래곤 한 마리가 조각되어 있고 드래곤의 머리에는‘영’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이 반지는 오늘 그가 출소할 때 교도소 동기인 용우가 그에게 선물한 것이다.
용우는 꽤나 이상한 사람이었는데 종일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자신은 드래곤 홀 주인이고 천문학과 지리에 능통하며 의술을 정통하여 사람을 기사회생시킬 수 있다고 했다!
모든 이는 용우를 미친 사람 취급하며 거들떠보지 않았지만 한율은 툭하면 그를 찾아가 얘기도 나누고 자신의 반찬도 그에게 조금 덜어주곤 했다.
용우는 매일 한율에게 이상한 얘기를 들려주었는데 드래곤 홀이라던가, 소울 아일랜드 등 그가 들어보지도 못한 말들이었다!
그 뒤로 용우는 한율에게 매일같이 기를 다스리고 몸과 정신을 수련하는 법을 가르쳐주었고 마침 한가했던 한율도 그와 함께 배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어느덧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한율은 뜻밖에도 용우에게서 수많은 요령과 의술을 익혔다!
그리고 오늘 출소할 때 용우는 이 반지를 한율에게 건네주며 올해 7월 15일에 무슨 일이 있든 반드시 이스트 오션의 베인 아일랜드에 다녀오라고 전했다. 베인 아일랜드에 도착한 뒤 반지를 내밀면 누군가 그를 데리러 올 테니 그때 한율에게 큰 기회와 인연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했다.
용우를 따라다니면서 많은 것을 배웠기에 한율은 그의 말을 굳게 믿으며 두말없이 승낙했다. 다만 아직 7월 15일까지 몇 개월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어느덧 한율은 집 앞에 다다랐고 초라한 집을 바라보며 마음이 복잡했다. 3년 동안 부모님은 어떻게 변하셨는지 그는 도통 알 수 없었다. 자신의 일시적인 충동으로 인해 부모님께선 힘든 시간을 보내 온 것이 틀림없었다!
3년 전을 떠올리니 한율의 두 눈에는 여전히 분노가 들끓었다!
3년 전, 한율은 여자친구 강서연과 결혼까지 약속할 정도로 깊은 사이로 발전했었다. 두 사람은 대학 동기로 만나 2년이나 연애를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를 집에 데려다주던 밤, 두 사람은 술에 취한 신주원과 마주쳤다.
신주원은 블러드 캐슬에서 유명한 재벌 2세였는데 온갖 나쁜 짓을 다 하고 다녔다.
그러던 중 예쁘장한 강서연을 보더니 나쁜 마음을 품고 그녀를 건드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지의 유명한 재벌 2세인 신주원은 당시 한율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자신의 여자친구가 괴롭힘을 당하자 한율은 돌연 미쳐버렸다.
그는 냉큼 벽돌 하나를 주워들고 신주원의 머리를 가차 없이 내리쳤다!
결과는 알다시피 처참했다...
권세 있는 신주원이 얻어맞았으니 당연히 가만있을 리가 없었다. 그는 바로 경찰에 신고해 한율을 구속했다.
고의상해죄로 한율은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그렇게 오늘이 돼서야 그는 비로소 풀려났다.
한참 머뭇거린 뒤 한율은 가볍게 노크를 했다!
“누구세요?”
문이 열리고 백발에 구부정한 체구의 노부인이 고개를 내밀며 한 손으로 끊임없이 앞을 더듬었다.
“누구세요? 누가 문을 두드렸어요?”
노부인은 두 눈을 질끈 감고 있어 앞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알고 보니 그녀는 시각장애인이었다!
한율은 노부인을 보더니 멍하니 넋을 놓고 말았다. 그는 두 눈이 휘둥그레지며 온몸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백발에 주름진 노부인은 바로 그의 어머니 차홍연이었다! 한율은 도저히 믿기 힘들었다.
고작 3년 사이에 자신의 어머니는 왜 이 지경으로 된 것일까?
“엄마, 저에요, 한율이!”
한율은 앞으로 다가가 어머니를 부축하며 감격에 겨운 목소리로 말했다.
“한율아, 정말 너야?”
차홍연은 양손으로 한율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엄마, 저에요, 저라고요...”
한율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엄마, 대체 왜 이렇게 되신 거예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어요?”
자신이 떠날 때까지만 해도 어머니는 아무렇지 않으셨는데 3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왜 이렇게 변한 것인지, 한율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어휴, 말하자면 길어. 어서 안으로 들어와!”
차홍연은 한율을 이끌고 방으로 들어갔다.
초라한 방안은 거의 텅 비어 있었고 한율은 어안이 벙벙했다!
한율의 가족은 비록 부유하진 않지만, 아버지께서 안정된 직장이 있기에 나름대로 평범한 생활을 유지했다. 하지만 지금 그의 집은 왜 이 지경으로 변한 것일까?
“엄마, 집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거에요?”
한율은 초라한 집을 바라보며 어머니께 물었다.
“휴!”
차홍연은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떠난 뒤로...”
차홍연은 일의 자초지종을 그에게 말해주었다. 알고 보니 한율이 감옥에 간 뒤에도 신주원의 가족은 그들을 놓아주지 않고 배상금으로 2억 원을 요구했다.
결국, 마지못해 한율의 부모님은 아들의 신혼집을 팔고 또 여러 곳에서 돈을 빌렸지만, 여전히 2억 원을 채우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6천만 원은 하는 수 없이 할부로 신주원의 가족에게 갚고 있었다!
이 일로 한율의 아버지는 직장을 잃고 길거리 청소를 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한편 그의 어머니는 종일 눈물로 지새웠고 결국 실명하게 되었다!
바로 이 때문에 한율이 감옥에 있던 3년 동안 그의 부모님은 단 한 번도 면회를 오지 않으셨다.
어머니의 얘기를 들은 한율은 천천히 주먹을 꽉 쥐며 두 눈에 서늘한 살의를 띄었다!
신주원의 가족이 이토록 모질게 굴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 그들은 아예 한율의 부모님을 궁지로 몰아넣은 것이다!
“엄마, 서연이는 그럼 그동안 엄마, 아빠를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는 말인가요?”
한율이 믿기지 않는 듯 잔뜩 의아해하며 물었다.
강서연은 곧 한율과 결혼하게 될 여자였고 그가 감옥에 간 이유도 바로 그녀 때문이었다. 그런 그녀가 한율의 부모님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 그저 보고만 있었다는 말인가?
“아이고, 말도 말아. 강씨 집안은 우리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어. 어디 그뿐이야? 너희들 결혼 준비로 줬던 그 돈을 돌려달라고 하니 아예 안 준다고 했어. 결혼을 못 하게 된 건 자기들의 잘못이 아니라면서, 네가 감옥에 갔기 때문이라면서 그 돈을 돌려주지도 않았어!”
“네 아버지가 그 집을 찾아가 얘기를 좀 나누려 했더니 오히려 그 집안의 사람들에게 한바탕 두들겨 맞았단다!”
차홍연은 말할수록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는데 결국 눈물을 참지 못하고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