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까지만 해도 신승원은 즐거운 결혼식 날이라 한율한테 본때를 보여주고 다시는 이런 일을 벌이지 않도록 경고만 남기려 했지만 지금은 한율을 죽이려는 생각밖에 없었다.
안 그러면 블러드 캐슬의 많은 상인 앞에서 체면을 모조리 잃게 될 것이다.
신승원은 바로 핸드폰을 꺼내 집에 남아있던 보디가드를 전부 소집했다.
거금을 들여 고용한 보디가드들은 모두 실력이 뛰어나는 무인들이었다!
광수의 실력은 그들과 비교도 되지 않았다.
그는 길거리 양아치에 지나지 않았고 신주원 뒤만 졸졸 따라다니며 그에게 알랑거릴따름이었다.
한율은 당황한 기색 하나 없이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가 우아하게 물을 한 모금 들이켰다.
신씨 일가를 안중에도 두지 않는 한율의 능청스러운 행동에 신승원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아빠, 죽여, 쟤 죽어버려...”
팔이 부러진 신주원은 잔뜩 일그러진 표정으로 고함을 질렀다.
“주원아, 걱정하지 마. 내가 오늘 반드시 저 x끼를 바다에 처넣어 고기 밥으로 만들겠어!”
고통스러워하는 아들을 보며 그는 가슴이 아팠다.
신승원은 한율의 실력을 간파한 덕분에 직접 나서지 않고 보디가드들이 도착하길 기다렸다.
이때, 2층의 웨딩홀 대문이 활짝 열렸다.
상황을 살피러 온 서유진이 빠른 걸음으로 들어왔다.
“큰아버지, 무슨 일이에요?”
그녀는 들어서자마자 신승원한테 상황을 여쭸다.
“저 x끼가 감히 우리 아들 결혼식에서 난리를 피우고 심지어 우리 아들을 떄렸어. 오늘 자네 호텔에서 피 좀 봐야겠어...”
신승원은 한율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서유진은 그의 손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그녀는 한율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결혼식을 난장판으로 만든 사람이 한율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아직도 안 간 거야?’
“한율?”
서유진이 의아한 듯 물었다.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왜? 많이 이상해?”
한율은 서유진을 발견하고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유진아, 너 이 놈 알아?”
신승원은 눈살을 찌푸렸다.
“큰아버지, 오해가 생긴 모양인데, 이분은 저희 아빠 병을 치료하려고 모신 분이세요.”
서유진의 설명에 신승원의 눈살이 더 깊이 파였다.
“치료?”
“당신 누구야? 말도 안 되는 소리하고 있어! 이놈은 의사가 아니야, 오늘 방금 출소한 놈이 병을 어떻게 치료해? 내가 이놈을 안 지가 몇 년인데 남 치료해주는 걸 단 한번도 본 적이 없어! 이놈한테 속은 거 아니야?”
강서연이 서유진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서유진의 표정은 순간 얼어붙었지만 드레스를 입은 강서연이 신씨 일가의 새신부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하는 수 없이 참아야 했다.
“한율씨가 병을 치료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제가 직접 판단하겠습니다. 아가씨께서 못 봤다고 이분이 치료 못한다는 법은 없지 않습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 얘에 대해 내가 너보다 모를 것 같아? 우린 대학교 4년을 같이 다녔고 오랫동안 연애했어! 내가 감기에 걸리고 아플 땐 항상 병원에 갔었어! 예전에 비가 오던 날, 얘가 날 업고 병원에 데려다줬어, 얘가 치료할 줄 안다면 내가 병원에 왜 갔겠어?”
강서연은 하찮은 눈길로 한율을 쳐다봤다.
그녀의 눈에 한율은 그저 하찮은 사람일 뿐이었다.
강서연의 말에 서유진은 한율을 힐끔 쳐다봤다.
그가 왜 결혼식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는지 이해가 되는 듯싶었다.
“유진아, 이 일에 신경쓰지 마. 네 아버지 병은 내가 해외에서 전문가를 모셔서라도 치료해 줄 거야. 그러나 이놈은 오늘 살아서 돌아가지 못할 거다!”
신승원의 말투에서 결연한 의지가 엿보였다.
서유진보다 항렬이 높은 그는 그녀를 신경을 필요가 없었다.
“안 됩니다, 한율은 절대 안 됩니다...”
신승원의 말에 서유진은 바로 한율의 앞을 막았다.
지금 아버지의 목숨이 한율의 손에 달려있어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그를 지켜야 했다.
이에 신승원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유진아, 좋은 말 할 때 비키는 게 좋을 거야.”
그의 눈에는 살기가 어려있었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수십 명의 보디가드들이 기세등등하게 식장으로 쳐들어왔다.
천군만마를 얻은 신승원은 더욱 매섭게 한율을 쳐다봤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피하지 않을 겁니다!”
서유진의 말이 끝나자 열몇 명의 호텔 경비가 식장으로 들어와 서유진을 보호했다.
결혼식장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어 하객들이 조금씩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자칫 싸움에 말릴까 두려웠다.
“계집애, 네 아빠만 아니었다면 넌 바로 내 손에 죽었을 거야. 마지막 기회를 줄 테니까 당장 비켜, 고작 열몇 명의 경비로 날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