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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교통사고

  • “엄마, 괜찮아요? 그 사람들은 이미 다 갔어요!”
  • 광수가 떠난 뒤 한율은 차홍연을 바라보며 걱정스레 물었다.
  • “아이고! 너도 참, 금방 나왔으면서 왜 저런 인간을 건드려!”
  • 차홍연은 아들을 원망하며 말했다.
  • “얼른 바닥의 돈부터 주워. 이건 우리가 한 푼 한 푼 모은 거란 말이야.”
  • 한율은 쪼그리고 앉아 바닥에 흩어진 돈을 다시 주웠다.
  • “엄마, 이제부턴 제가 돈을 벌 테니 엄마, 아빠는 푹 쉬세요. 엄마의 눈도 제가 책임지고 치료해드릴게요.”
  • 한율은 돈을 다시 주머니에 넣고 차홍연에게 건넸다.
  • “말만 들어도 고맙구나 아들아!”
  • 차홍연은 말하는 와중에 뜻밖에도 눈물을 흘렸다.
  • “네가 돌아오니 엄마는 이젠 마음이 놓인단다. 몇 년 동안 네 걱정에 시간을 흘려보냈지, 그렇지 않으면 엄마는 진작에 죽어버렸을 거야...”
  • 어머니의 모습을 바라보며 한율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 “퍽...”
  • 그는 더이상 참을 수 없어 유일하게 남은 탁자를 주먹으로 힘껏 내리쳤다.
  • 순간, 탁자가 산산조각이 났다!
  • ‘신주원의 가족 그리고 강서연의 가족까지... 너희들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반드시!’
  • 한율의 몸에서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
  • 화가 난 아들을 눈치챈 차홍연은 서둘러 말했다.
  • “한율아, 너 절대 사고 치면 안 돼. 이젠 출소했으니 온전한 직업을 찾고 모든 게 차츰차츰 나아질 거야.”
  • “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알아서 해요. 저 먼저 나가볼게요!”
  • 한율은 어머니를 위로해준 뒤 밖으로 나갔다. 그는 강서연을 찾아가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캐묻고 싶었다.
  • 집 밖을 나선 한율은 여전히 울화가 치밀었다.
  • 다만 그가 길을 건너려고 할 때 갑자기 빨간색 포르쉐가 돌진하더니 엄청 난 속도로 한율을 날려버렸다!
  • “퍽...”
  • 한율의 몸은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 용우를 따라다니며 기를 다스리는 법을 배웠으니 망정이지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다.
  • “누가 이딴 식으로 운전하는 거야!”
  • 한율은 안 그래도 기분이 썩 내키지 않았는데 집을 나서자마자 차에 치였으니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 “젠장, 길을 좀 똑바로 보고 다녀! 눈멀었어?”
  • 한율이 고함을 지르고 이제 막 일어서려 할 때 갑자기 간드러진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곧이어 포르쉐에서 예쁘장하게 생긴 여인이 내려왔는데 하얀색 원피스에 하이힐을 신고 기세등등하게 한율을 째려보았다.
  • 한율은 미간을 확 찌푸리더니 몸을 일으키려다 그만 또다시 넘어지고 말았다.
  • “대체 누가 눈멀었다는 거야? 분명 그쪽이 먼저 나를 부딪쳤잖아. 예쁘게 생긴 여자가 왜 이렇게 입이 더러워?”
  • 한율은 전혀 물러서지 않고 그녀에게 쏘아붙였다.
  • “감히 나를 욕해?”
  • 그 여자는 한율을 노려보더니 갑자기 그에게 발길질하려 했다.
  • 하이힐을 신은 그녀가 칼처럼 뾰족한 굽으로 그를 걷어찬다면 틀림없이 피투성이가 될 터였다!
  • “유진아, 그만해...”
  • 그녀가 이제 막 한율을 걷어차려 할 때 한 중년이 차 문을 열고 뒷좌석에서 내렸다.
  • 근엄한 자태를 뽐내는 그 중년은 지위가 무척 높아 보였다!
  • 다만 그는 살짝 창백해진 얼굴로 가쁜 숨을 몰아쉬며 차 문에 기댄 채 헐떡이고 있었다!
  • “아빠, 왜 내려왔어요?”
  • 그녀는 중년을 보더니 재빨리 달려가 부축하며 물었다.
  • “얼른 병원부터 가. 더는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 중년의 대답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한율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바로 가방에서 돈다발을 꺼내 그에게 내던졌다.
  • “여기 2백만 원이야, 당장 이 돈 갖고 물러가. 우린 아직 급한 일이 있단 말이야!”
  • 한율은 돈을 거들떠보지 않은 채 몸을 일으키며 멀지 않은 곳의 중년을 힐끗 바라보았다.
  • “병원에 갈 필요 없어. 이미 늦었거든.”
  • 말을 마친 한율은 자리를 떠나려 했다. 그는 중년의 상태가 매우 위태롭다는 걸 한눈에 알아보았다. 중년은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아예 버틸 수 없었다!
  • “거기 서!”
  • 그녀는 한율을 가로막으며 날카롭게 째려보았다.
  • “그게 무슨 말이야? 똑바로 말해. 이렇게 물러갈 생각 하지 말고!”
  • 이때 중년은 미간을 찌푸린 채 한율에게 몇 걸음 다가왔다.
  • “네 아버지께서 지금 왼쪽 폐부에 상처를 입어 급하게 발작한 거야. 5분 뒤에 바로 호흡곤란이 오고 질식해 죽을 거야. 5분 내로 병원에 도착할 수 있겠어?”
  • 한율은 담담하게 그녀에게 물었다.
  • “허튼소리 하지 마. 우리 아빠는 단지 감기...”
  • “유진아...”
  • 중년은 그녀의 이름을 부르더니 또다시 한율에게 다가오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 “이보게 젊은이, 대체 어떻게 내 왼쪽 폐가 아프다는 걸 알아봤지?”
  • “설명해드려도 알아듣지 못할 거에요. 저는 지금 급한 일이 있어 여기에서 두 분과 시간 낭비를 할 여유가 없어요...”
  • 말을 마친 한율은 이내 자리를 떠나려 했다.
  • “이보게 젊은이... 쿨럭쿨럭...”
  • 중년은 한율을 부른 뒤 심한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겨우 진정하며 한율의 팔을 붙잡았다.
  • “자네, 내 병도 한눈에 알아봤으니 무조건 치료할 방법이 있을 거야. 날 한 번만 구해주면 안될까? 어떤 대가라도 다 치를 수 있어. 이건 나의 명함이야!”
  • 중년은 명함을 한 장 꺼내서 한율에게 건넸다.
  • 한율은 원래 명함을 받을 생각도, 중년을 도울 생각도 없었지만 명함에 적힌 이름을 보는 순간 덥석 챙겨왔다.
  • “어르신이 바로 서진 그룹의 서준표 회장님이셨군요!”
  • “그래!”
  • 서준표는 고개를 끄덕였다.
  • 한율은 갑자기 서준표에게 손을 내뻗었다. 그는 양손으로 서준표의 임맥을 비롯한 여러 혈 자리를 지압했고 속도가 너무 빨라 두 사람 모두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