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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결혼식에 참석하다

  • 드래곤 아일 별장 구역은 블러드 캐슬에서 제일 럭셔리한 구역이었다. 별장 전체가 블러드 캐슬의 유일한 산 위에 있어 경치도 좋고 공기도 신선할 따름이었다.
  •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전부 상류층 인사라 고귀한 자태를 뽐냈다. 일반인은 이곳에서 살기는커녕 관리비조차 부담할 수 없었다.
  • “서 회장님, 이 집은... 저에게 너무 과분해요. 도로 가져가세요.”
  • 한율은 서둘러 열쇠를 돌려주었다.
  • “한율씨, 거절하지 마세요. 제 목숨이 집 한 채 값어치도 못 한다는 말인가요?”
  • 서준표가 웃으며 대답했다. 그의 말에 한율은 마지못해 열쇠를 받았다. 하지만 서준표는 또 은행카드를 한 장 꺼내더니 한율에게 건넸다. 카드에는 무려 20억 원이 들어있었다.
  • 그의 고집을 못 이길 걸 알고 있기에 한율은 하는 수 없이 카드도 주머니에 챙겨 넣었다.
  • 그리고 이제 막 작별 인사를 하려 할 때, 아래층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왔다.
  • 한율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고 그 모습을 본 서준표는 바로 호텔 지배인을 불러왔다.
  • “무슨 일이야? 왜 이렇게 시끄러워?”
  • 서준표가 질문했다.
  • “회장님, 오늘 신주원 도련님이 2층 연회장에서 결혼식을 올리느라 이렇게 시끌벅적한 겁니다.”
  • 지배인은 황급히 서준표에게 설명했다.
  • 말을 들은 서준표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필경 그도 경영 차원에서 이 호텔을 차렸기 때문에 결혼식을 올리느라 손님들이 떠들썩한 것도 나름 이해할 수 있었다.
  • “서 회장님, 그럼 저는 이만.”
  • 한율은 서준표에게 인사를 올리며 룸 밖을 나섰다.
  • 그가 이제 막 계단을 내리려 하는데 마침 신주원이 신부 강서연을 안고 호텔 안으로 들어왔다.
  • 한율을 보자 신주원은 흠칫 놀라더니 이내 호탕하게 웃었다.
  • “한율아, 아니 진짜 내 결혼식에 참석했네! 너 설마 진짜 밥 한 끼 떼우려고 여기까지 온 거야?”
  • 한율은 차가운 눈길로 신주원을 노려볼 뿐 아무 말 없이 자리를 뜨려 했다.
  • “가긴 왜 가!”
  • 신주원은 그의 앞길을 덥석 막으며 비난 섞인 표정을 지었다.
  • “네 전 여자친구 좀 봐봐. 지금 완전 예쁘지? 전 여자친구한테 할 말 없어?”
  • 신주원은 일부러 한율에게 굴욕감을 주었다.
  • “주원 오빠, 저 사람 그냥 무시해요. 우리 인제 시간 없어요.”
  • 신주원의 품에 안긴 강서연은 한율을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신랑에게 나긋하게 속삭였다.
  • “그래 주원아, 이런 인간쓰레기는 상대할 필요 없어. 시간 늦겠다, 얼른 들어가. 이 인간쓰레기는 내가 내쫓을게!”
  • 하윤정은 신주원을 재촉한 뒤 한율을 째려보며 말했다.
  • “너 이 녀석, 여기가 어디라고 찾아와? 감히 호텔까지 오다니, 참. 네 꼴을 좀 봐. 내 딸이 어떻게 너 같은 애를 좋아하겠니? 주제를 알아야지. 당장 물러가. 여기서 일을 더 크게 만들지 말고!”
  • 하윤정은 가시 돋친 말로 한율의 심장을 콕콕 내리 찔렀다.
  • 주변에 모인 친인척들도 수군덕거리며 한율을 비웃었다.
  • 그 시각, 한율은 마치 피에로처럼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 “너희들 모두가 내게 무릎을 꿇고 비는 날이 반드시 올 거야!”
  • 한율은 치밀어오르는 울화를 꾹 참고 자신의 길을 가로막은 신주원을 밀치면서 밖으로 나갔다.
  • “저 인간 막아!”
  • 신주원은 미간을 확 찌푸렸다.
  • “오늘 넌 반드시 내 결혼식에 참석해야 해. 네 여자친구가 내게 시집오는 모습을 두 눈 똑똑히 뜨고 지켜봐야지 않겠어? 이 인간쓰레기 같은 녀석.”
  • 신주원이 으름장을 놓자 광수 일행은 재빨리 한율을 막아섰다. 그들은 한율의 집에서 한바탕 얻어맞아 원한이 남아있었는데 이참에 제대로 복수하고 싶었다.
  • 광수 일행이 기세등등하게 자신을 막으려 하자 한율은 천천히 고개를 돌리고 신주원을 바라보았다.
  • “내가 정말 네 결혼식에 참석했으면 좋겠어?”
  • “그래, 너에게 똑똑히 보여줄 거야. 넌 아직 나의 상대가 아니라는 걸, 너 따위가 감히 내게 덤벼들어...”
  • 신주원은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 “좋아. 만약 내가 참석한다면 넌 오늘 결혼식을 순조롭게 진행하지 못할 거야.”
  • 말을 마친 한율은 이내 2층 연회장으로 들어갔다. 연회장에는 족히 1000명을 수용하는 하객석이 배치돼 있었다.
  • “하하, 그럼 어디 한 번 두고 볼까? 네가 어떻게 내 결혼식을 망칠지!”
  • 신주원은 호탕하게 웃으며 한율의 협박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다만 그는 한율이 소란을 피워 하객들의 기분까지 상하게 할까 봐 광수에게 미리 지시했다.
  • “광수야, 사람을 몇 명 더 붙이고 한율을 꼭 잘 감시해야 해. 걔가 만약 소란을 피우려거든 당장 잡아치워!”
  • “도련님, 걱정하지 마세요. 이 일은 저한테 믿고 맡기세요.”
  • 광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가에 한기가 감돌았다. 그도 마침 한율에게 복수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 연회장에 들어선 한율은 구석진 자리를 찾아 앉았다. 신주원의 결혼식에 참석할 수 있는 하객들은 전부 고귀한 신분으로 블러드 캐슬의 유명인사들이었다. 한율과 같은 일반인은 사실 아예 참석할 자격이 없었다.
  • 하여 한율이 나타나자 수많은 하객이 의아한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토록 럭셔리한 결혼식 현장에 별안간 평범한 청년이 나타나니 실로 어울리지 않는 장면이었다.
  • 한율의 신분은 곧장 하객들 사이에 퍼져 나갔고 그에게 쏠린 시선도 점점 더 많아졌다. 대부분 사람은 비꼬는 듯한 눈길로 그를 흘겨봤고 가여워하는 눈길도 조금 있었다.
  • 하지만 한율은 이런 시선 따위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무표정한 얼굴로 구석에 앉아있었다.
  • 한편, 열몇 명이나 되는 광수 일행은 한율의 뒤에 찰싹 달라붙어 그를 감시했다. 그가 이상한 행동을 보이기만 한다면 광수는 곧장 그를 덮칠 기세였다.
  • “어머, 한율이잖아. 너 언제 출소했어?”
  • 잔뜩 비난 섞인 목소리에 한율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요염하게 차려입고 짙은 화장을 한 여인이 한율에게 다가왔고 그녀 옆에는 또 한 명의 청년이 함께 있었다.
  • 그녀의 목소리에 주변에 있던 하객들도 순간 이곳에 시선이 쏠렸다. 애초에 하객들은 한율이 단지 신부의 전 남자친구인 줄로만 알았고 마지막으로 여자친구를 보러 온 거라 여겼다. 그가 옥살이까지 했을 줄은 미처 몰랐기에 하객들은 그에게 더욱 큰 관심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