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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바람 맞은 멍청한 놈

  • “강씨 집안에서 정말로 그런 짓을 했어요?”
  • 한율은 미간을 확 찌푸렸다. 강서연이 이런 짓을 했다니, 그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 애초에 그가 잡혀갈 때도 강서연은 대성통곡하며 꼭 그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서 결혼하겠다고 했었다!
  • 그런 그녀가 이렇게 변하다니? 한율은 그녀를 찾아가 똑똑히 묻고 싶었다.
  • 바로 이때 누군가 힘차게 방문을 두드렸다. 너무 큰 힘으로 두드려서 방문이 부서질 것만 같았다.
  • 그 소리를 듣자 차홍연은 삽시에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겁에 질린 듯 몸을 가늘게 떨었다.
  • “엄마, 저 사람 누구예요?”
  • 차홍연의 표정을 본 한율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 “너는 상관 말고 얼른 네 방으로 들어가 있어. 절대 나오면 안 돼!”
  • 차홍연은 한율을 방으로 들여보낸 뒤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문을 열어주었다.
  • 문이 열리자 한 대머리의 남자가 네댓 명의 문신을 한 남자들을 데리고 흉악스럽게 집안으로 뛰쳐 들어왔다.
  • “돈은 얼마만큼 준비됐어?”
  • 대머리는 차홍연을 째려보며 물었다.
  • “광수씨, 다 준비됐어요. 진작 준비해놨어요...”
  • 차홍연은 쉴 새 없이 머리를 끄덕이며 손을 뻗어 구석진 곳에서 헝겊 주머니를 꺼냈다!
  • 이때 꽤 많은 이웃도 모여들었는데 광수 일행을 보더니 전부 멀리 도망갔다.
  • “저 녀석들은 달마다 와서 빚독촉을 하네요. 정말 사람 피를 말려요!”
  • “맞는 말이에요. 눈에 뵈는 게 없나 봐요 정말!”
  • “쉿, 다들 조용히 해요. 저 녀석들은 전부 서씨 가문에서 보낸 사람들이에요. 때 맞춰 와서 돈을 걷어가죠.”
  • 몇몇 이웃들은 구석에 숨어서 분에 겨워 의논했지만 아무도 감히 나서지 못했다!
  • 이때, 광수는 차홍연의 손에 쥔 헝겊 주머니를 홱 빼앗아 열어보았다.
  • “젠장, 이게 다 뭐야?”
  • 광수가 미간을 찌푸리며 헝겊 주머니를 뒤집자 안에 있던 낡은 지폐들이 바닥에 힘없이 떨어졌다.
  • 만 원, 천 원, 그리고 백 원 심지어 십 원짜리 동전이 수두룩하게 들어 있었다!
  • “이딴 것들을 다 합쳐봐야 2백만 원이 되겠어?”
  • 광수는 큰소리로 차홍연에게 쏘아붙였다.
  • “광수씨, 정확히 2백만 원이에요. 우리가 이미 다 세어 봤어요. 못 믿겠으면 직접 한번 세어보세요.”
  • 차홍연은 웃으며 깍듯하게 대답했다.
  • “헛소리하지 마!”
  • 광수는 발로 차홍연의 복부를 걷어차고 그대로 쓰러뜨렸다.
  • “세어보라고? 내가 그럴 시간이 있을 것 같아? 당장 5만원 권으로 바꿔와.”
  • “엄마!”
  • 이때 한율이 방에서 뛰쳐나오며 재빨리 차홍연을 부축했다!
  • 그는 싸늘한 눈빛으로 광수 일행을 흘겨보더니 눈동자 속에 한기가 감돌았다!
  • 광수 일행은 어리둥절하여 한율의 눈빛에 모두 몸을 떨었다!
  • “한율아, 왜 나왔어? 얼른 들어가. 상관하지 말란 말이야!”
  • 차홍연은 애써 한율을 방안으로 떠밀었다!
  • “엄마, 제가 이미 나왔으니 이 일은 제가 알아서 해결할게요. 엄마는 가만히 계세요!”
  • 한율은 차홍연을 부축하여 의자에 앉힌 뒤 다시 몸을 홱 돌리고 차가운 눈길로 광수를 노려보았다.
  • 광수는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비난 섞인 표정으로 말했다.
  • “이게 누구신가? 벽돌로 주원 도련님을 한 대 내리치고 3년 동안 옥살이를 한 놈이잖아. 언제 출소했어?”
  • “그래, 너 마침 잘 나왔다. 오늘 네 여자친구와 주원 도련님이 결혼하게 되었는데 전 남자친구로서 참석해야 하는 거 아니야?”
  • “바람 맞은 멍청한 놈...”
  • “하하하...”
  • 광수와 그의 부하들은 전부 박장대소했다!
  • “너 지금 뭐라고 했어?”
  • 한율은 미간을 확 찌푸리며 못 믿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 “너를 감옥에 보낸 그 여자가 오늘 주원 도련님한테 시집갈 거야. 럭셔리한 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린다고 하던데, 너도 한 자리 해야지?”
  • 광수는 잔뜩 조롱하며 한율을 바라보았다.
  • 한율은 미간을 더욱 세게 찌푸리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 뒤에 있던 차홍연은 표정이 변하더니 화가 나서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 자기 아들은 강서연 때문에 감옥살이까지 했는데, 그녀는 오히려 원수와 결혼을 하다니!
  • “당장 무릎 꿇고 우리 엄마한테 사과하면 너희들 목숨은 살려둘게.”
  • 한율은 날카로운 눈길로 그들을 쏘아봤는데 몸에서 살기가 잔뜩 풍겼다.
  • 방 안에는 살벌한 기운이 감돌았고 광수 일행도 웃음을 멈췄다!
  • 잠시 후에야 광수는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 화가 난 얼굴로 쏘아붙였다.
  • “다시 한 번 지껄여 봐. 지금 나더러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는 거야?”
  • 광수는 말을 마치고 곧바로 한율에게 주먹을 날렸다.
  • 한율의 마른 체구는 이 주먹 한 방이면 바로 쓰러질 게 뻔했다!
  • 퍽...
  • 하지만 광수가 그에게 덮칠 때 한율은 맨발로 그를 걷어찼다!
  • 그러자 광수는 불쑥 바짓가랑이를 움켜쥐며 바닥에 쓰러졌다. 그는 너무 괴로운 나머지 땀을 흥건히 흘리며 비명을 연달아 질러댔다!
  • “한율아, 너는 더이상 싸우면 안 돼...”
  • 광수의 비명에 차홍연도 재빨리 한율을 향해 외치며 말렸다.
  • 한율은 싸움 때문에 감옥살이하게 되었는데 이제 막 출소한 터에 또다시 싸움으로 들여보낼 수는 없었다!
  • “당장 죽여, 때려죽이란 말이야...”
  • 광수는 고함을 지르며 분노에 찬 눈길로 한율을 째려보았다!
  • 광수의 부하들도 하나둘씩 한율에게 달려들었다.
  • 한율은 어머니를 한번 바라보더니 두 손을 힘껏 튕겼는데 곧 새하얀 빛줄기가 스쳐 지나갔다. 그 순간, 광수의 부하들은 전부 다리가 저려서 털썩 무릎을 꿇었다!
  • 이를 본 광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는 두 눈이 휘둥그레져서 한율을 바라봤다. 등골이 오싹했다!
  • 밖에서 구경하던 이웃 주민들도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두 눈을 커다랗게 뜨고 못 믿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 “우리 엄마한테 사과해!”
  • 한율의 차가운 목소리가 다시 한번 울려 퍼졌다!
  • 광수는 잠시 주춤거리더니 한율의 차가운 눈빛에 못 이겨 결국 바닥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 “미안합니다...”
  • 광수와 그의 부하들은 끝내 사과를 했다!
  • “당장 꺼져!”
  • 한율은 손을 저으며 그들을 쫓아냈다!
  • 그는 이웃 주민들과 어머니의 앞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싶지 않았다. 사실 그는 손을 한번 튕기기만 하면 이 몇 명을 금세 죽일 수 있었다.
  • 광수는 부하들의 부축을 받으며 다시 일어나 독기 어린 눈빛으로 한율을 째려보았다. 그는 다리를 쩔뚝거리며 집을 나섰는데 속은 씁쓸하기만 했다. 다만 한율도 광수의 복수가 전혀 두려울 게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