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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언더그라운드 킹

  • 서준표의 등장에 신승원은 작은 소리로 웃었다.
  • “준표, 마침 잘 왔어. 얼른 딸아이 데려가, 오늘 저놈은 죽어야 하거든!”
  • 그러나 서준표는 그의 말을 무시하고 한율한테 말했다.
  • “한율씨, 많이 놀라셨죠?”
  • 서준표가 허리 굽혀 인사하자 모든 사람이 눈이 휘둥그레졌다.
  • “괜찮습니다, 고작 신씨 일가가 저를 어떻게 하지는 못할 겁니다.”
  • 한율은 가볍게 웃었다.
  • 그의 말에 신승원은 또 분노가 터졌다.
  • “너 이 자식, 내가 오늘 널 살려두면 난 창피해서 당장 이곳을 뜰 거야!”
  • 그러곤 몇십 명의 보디가드한테 말했다.
  • “저놈 죽이는 사람한테 1억을 주겠어!”
  • 1억 상금 소식에 보디가드들은 흥분하며 눈이 빨개졌다.
  • “누가 감히 함부로 나설 건가?”
  • 서준표의 노호에 모두 제자리에 얼어붙었다.
  • “여기는 내 호텔이고 내 영역이란 걸 잊지마!”
  • 서준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몇십 명의 보디가드가 우르르 몰려들었다.
  • 서준표의 집사도 땀에 흠뻑 젖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 “어르신, 분부하신 일 모두 끝냈습니다. 가문과 산업의 모든 보디가드를 여기로 소집시켰고 곧 도착할 겁니다!”
  • 집사가 서준표한테 보고했다.
  • 이에 서준표가 고개를 끄덕이자 집사는 바로 물러갔다.
  • 신승원은 서준표 집사의 보고를 듣고 눈썹이 일그러졌다.
  • “서준표, 고작 이런 놈을 위해 나랑 끝까지 가겠다는 거야?”
  • “신승원, 기어코 한율씨를 죽이려고 작정했으니 내가 나서야지. 내가 널 무서워할 것 같아?”
  • 서준표는 전혀 두렵지 않았다.
  • 서준표 일가와 신승원 일가의 실력은 상당하여 막상 붙으면 양쪽 모두 크나큰 손실을 입을 것이다.
  • 곧 폭풍우가 닥칠 거라 예상한 하객들은 이미 멀리 피했다.
  • 동시에 쌍방이 손실을 당할 거라는 것도 예상하고 있었기에 저마다 속으로 꿍꿍이를 품고 있었다.
  • 신승원의 얼굴은 분노에 온통 빨개졌고 눈빛의 살기는 점점 날카로워졌다.
  • “서준표, 이건 네가 직접 자초한 거니까 나중에 내 탓하지 마. 그리고 네가 잊은 게 있는데, 호섭씨가 우리한테 큰 빚을 졌어!”
  • 신승원의 말에 서준표의 표정은 바로 어두워지며 눈가엔 약간의 두려움과 당황함이 어렸다.
  • 주위의 하객들은 호섭이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소스라치게 놀라 덜덜 떨었다.
  • 이름만 들어도 혼이 반쯤 나갔다.
  • 임호섭은 그레이엄 파 두목으로서 블러드 캐슬의 언더그라운드 킹이었다.
  • 블러드 캐슬엔 이런 말이 항간에 떠돌았다.
  • “그레이엄 파를 건드리면 염라대왕을 만난다.”
  • 이 한마디는 그레이엄 파의 위엄을 충분히 과시했다.
  • 그레이엄 파의 두목인 임호섭이 움직이면 블러드 캐슬은 통째로 흔들린다.
  • 서준표의 두려움을 알아챈 신승원은 소리 내어 껄껄 웃었다.
  • “서준표, 지금 애들 데리고 도망가면 내가 못 본 척 해줄게. 안 그러면 호섭 씨한테 연락할 거야.”
  • 서준표의 눈두덩이 근육이 심하게 떨렸다.
  • 그는 망설여졌다.
  • 임호섭은 그 누구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 한율은 망설이고 있는 서준표를 보고 입을 열었다.
  • “서 회장님, 이건 제 개인적인 일이니까 제가 직접 해결하겠습니다. 여기 있는 경비들 데리고 가세요.”
  • 서준표는 이 악물고 답했다.
  • “한율씨, 당신 덕분에 제가 목숨을 건졌습니다. 한율씨가 이런 말씀을 하시면 제가 어떻게 고개를 들고 살 수 있겠습니까? 나중에 다툼이 벌어지더라도 유진이가 한율씨를 꼭 책임지도록 할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임호섭이든 신승원이든 절 함부로 죽이지는 못할 겁니다.”
  • “아빠...”
  • 서유진이 아빠의 옷깃을 꽉 잡았다.
  • “유진아, 한율씨를 데리고 여기를 빠져나가서 당장 우리집 밀실로 가. 위치는 너도 잘 알잖아, 그리고 잠잠해지면 다시 나와.”
  • 서준표가 딸한테 신신당부했다.
  • “서준표, 고민은 끝낸 거야? 호섭씨 부를까?”
  • 신승원은 아무 대답 없는 서준표를 재촉했다.
  • “한율씨는 내가 끝까지 지킬 거야...”
  • 서준표의 표정은 결연했다.
  • “좋아, 패기는 넘쳐!”
  • 신승원은 바로 전화를 꺼내 임호섭한테 연락했다.
  • 사실, 신승원은 이런 일로 임호섭한테 도움을 청하고 싶지 않았다.
  • 그 빚은 신씨 일가가 궁지에 몰렸음 때 쓰기로 한 히든카드였다.
  • 옛날, 신승원의 아버지께서 폭우가 오는 날 임호섭한테 따뜻한 보금자리를 내주었었다.
  • 당시 젊은 임호섭은 언제든지 이 은혜를 갚으리라 다짐했었다.
  • 원래 신씨 일가가 위기에 닥쳤을 때 임호섭의 도움을 요청하려 했으나 한율을 죽이지 않으면 평생 남의 놀림거리로 전락할 것이 뻔하니 할 수 없이 임호섭한테 연락했다.
  • 연결음이 몇 번 울린 후, 전화기 너머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더니 바로 난잡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내밀고 창밖을 내다봤다.
  • 창밖의 풍경은 그들은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 검은 정장을 입은 남성들이 손에 칼을 들고 호텔을 에워쌌다.
  • 족히 백 명은 넘어 보였고 사람마다 살기를 흘리고 있었다.
  • 이 광경을 본 서준표는 한율을 지킬 수 없다는 생각에 실망했다.
  • 끽...
  • 식장의 문이 열리자 우선 장대같이 커다란 남성 스무 여명이 들어왔다.
  • 우람하고 무표정을 지은 그들은 두 줄로 나란히 열을 맞췄다.
  • “두목을 환영하고...”
  • 그들의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호텔 전체가 흔들리는 듯했다.
  • “엄청나!”
  • “역시는 역시야!”
  • “입 다물어, 죽고 싶어?”
  • 하객들은 소곤소곤 토론하다가 바로 조용해졌다.
  • 모두의 시선이 입구로 향했다.
  • 이윽고 50에 가까워 보이는 남성이 맞춤한 슈트와 구두를 신고 입장했다.
  • 그의 구두는 사람이 비칠 정도 반짝반짝 빛이 났다.
  • 이 사람이 바로 블러드 캐슬의 언더그라운드 킹, 그레이엄 파의 두목 임호섭이었다.
  • “어르신...”
  • 신승원은 바로 쪼르르 달려가 알랑거렸다.
  • “나 좀 바쁜데, 누굴 죽여달라고?”
  • 임호섭은 아무 거리낌없이 물었다.
  • 신승원은 한율을 가리키며 말했다.
  • “저놈입니다!”
  • 임호섭은 한율을 힐끔 쳐다봤다.
  • 평범한 차림에 조금 마른 체구는 아무런 특점을 보이지 않았다.
  • 그는 신승원이 왜 한율을 죽이려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 다만 그가 한율한테 다가가려 할때 서준표와 서유진이 앞길을 막았다.
  • 두 사람은 임호섭의 카리스마에 눌려 몸이 덜덜 떨렸다.
  • “비켜...”
  • 임호섭은 앞길을 막은 두 부녀를 보고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 그의 몸에선 하늘로 솟구치는 아우라와 누구도 막을 수 없는 힘이 흘러나왔다.
  • 서준표와 서유진은 그의 힘에 눌려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 한율은 두 손을 부녀의 어깨에 올리고 말했다.
  • “서 회장님, 유진씨, 비켜주세요, 괜찮습니다. 제 일은 제가 직접 해결하겠습니다!”
  • 그러곤 두 사람을 옆으로 밀고 앞으로 다가가 임호섭과 직접 대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