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죽으려고 환장한 거야
- “때려 죽여, 때려 죽여...”
- 한율한테 뺨 맞고 쓰러진 박정재는 얼굴을 부여잡은 채 벌떡 일어나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 결혼식에 한창 열중하던 신주원은 이 광경을 보고 씩 입꼬리를 올리며 잔인한 미소를 드러냈다.
- 모두 한율이 당하는 걸 원했으니 그를 불쌍히 여겨 나서서 도와줄 사람은 없었다.
- 열몇 명이 한꺼번에 달려들어도 한율은 두려운 기색은커녕 씩 웃으며 앞으로 훌쩍 뛰어올랐다.
- 쿵!
- 그가 뛰어오르자 갑자기 지진이라도 난 듯 식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 눈 깜짝할 사이, 기세등등하던 부하들이 고통에 참혹한 비명을 지르며 오던 방향으로 다시 나가 떨어져 주위의 잔칫상과 의자를 모두 산산이 조각냈다.
- 결혼식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 하객들은 눈이 휘둥그레져 제자리에 얼어붙었다.
- 광수는 바닥에 쓰러진 부하들을 보자 갑자기 발끝에서부터 한기가 온몸으로 전해지기 시작했다.
- 한편, 결혼식장의 한쪽 구석에서 깔끔하게 차려입은 중년 남성이 눈썹을 찌푸린 채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 그는 바로 신주원의 부친이자 집안의 주인인 신승원이었다.
- 아들 결혼식에 아버지가 참석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 그는 방금 한율이 몇십 명의 적을 한순간에 물리치는 장면을 똑똑히 봤다.
- 일개 무사인 그는 한율의 실력을 절대 얕볼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 같은 시각, 신주원도 눈썹을 잔뜩 찌푸린 채 고함을 질렀다.
- “젠장, 쓸모없는 놈들...”
- 그러곤 그는 한율 쪽으로 달려갔다.
- “여보...”
- 강서연도 그의 뒤를 쫓았다.
- “오빠, 그만해...”
- 아들이 당하는 걸 두고 볼 수 없었던 아버지는 미동도 없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아들을 말렸다.
- “뭐야,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 열몇 명의 경비원이 고무로 된 경찰봉을 들고 식장으로 들어왔다.
- 브리튼 호텔이 개업한 지 5, 6년이 되었지만 단 한번도 이렇듯 난리를 피운 손님은 없었다.
- 브리튼 호텔은 블러드 캐슬의 갑부인 서씨 일가의 비즈니스였기 때문이었다.
- 게다가 오늘은 신주원의 결혼식이었고 서씨 일가와 신씨 일가의 실력은 얼마 차이나지 않았다.
- 이런 시점에 누가 감히 난리를 피웠단 말인가?
- 이건 제 발로 호랑이 굴에 들어서는 격이 아닌가?
- ...
- 3층 스위트 룸에서 서준표는 아래층의 소란을 듣고 바로 표정이 일그러졌다.
- 호텔 매니저는 식은땀을 흘리며 서준표가 있는 곳으로 왔다.
- “도대체 무슨 일이야?”
- 서준표의 물음엔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
- “사장님, 지금 결혼식장에서 누군가가 소동을 일으키며 사람을 구타하고 기물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 매니저가 다급히 설명했다.
- “감히 누가 소동을 일으켜?”
- 서준표의 표정이 확 바뀌었다.
- “너희는 도대체 뭐하는 거야? 쓸모없는 것들. 얼른 경비 대동시켜서 상황 정리해! 호텔의 명성에 오점을 남기면 절대 안돼!”
- “이미 대동했습니다!”
- 매니저가 답했다.
- “그럼 너도 얼른 가서 상황 살펴, 여기 우두커니 서서 뭐하는 거야?”
- 서준표의 분노에 화들짝 놀란 매니저는 허겁지겁 달려 나갔다.
- “아빠, 화내지 마세요, 병만 키워요. 제가 내려가 살펴볼게요.”
- 서유진이 서준표를 다독이고 스위트 룸을 나섰다.
- 지금 서씨 일가의 많은 일을 서유진이 직접 맡고 있었다.
- 필경 서준표한테 자식은 서유진 하나뿐이라 지금 건강이 악화된 서준표를 대신해 서유진이 모든 걸 떠맡았다.
- ...
- 한편, 2층 결혼식장에서는 열몇 명의 경비원이 한율을 에워쌌고 허겁지겁 달려온 호텔 매니저가 신승원 앞으로 가 허리를 접고 고개를 숙였다.
- “회장님, 죄송합니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저희도 저런 놈이 나타나 난리를 피울 줄 몰랐습니다. 지금 바로 내쫓겠습니다...”
- 그러곤 열몇 명의 경비원을 향해 명령했다.
- “가만히 서서 뭐하는 거야? 얼른 여기서 쫓아내!”
- “잠깐!”
- 경비들이 갓 행동을 개시하려던 찰나 신승원이 입을 열었다.
- “우리 아들 결혼식에서 난리를 피우고 하객들한테 피해를 끼쳤는데 그냥 내쫓으면 우리 신씨 일가의 얼굴은 어디에 둘까? 목숨까지는 아니더라도 팔다리는 남기고 가야지!”
- “그건...”
- 매니저는 난감했다.
- ‘만약 팔다리가 잘려 원한을 품고 나중에 다시 영업을 방해하면 어떡하지?’
- 신승원은 매니저의 생각을 알아채고 콧방귀를 뀌었다.
- “이건 우리가 알아서 할테니까 너희들은 나가도 돼.”
- “알겠습니다, 당장 나가겠습니다.”
- 신경 쓰지 말라는 말에 매니저는 바로 고개를 끄덕이고 결혼식장을 벗어났다.
- “아빠, 난 팔다리가 아니라 저놈 목숨을 가져야겠어요. 내 결혼식을 방해했으니까 죽어 마땅하죠...”
- 신주원은 분노에 가득 차 한율을 쳐다봤다.
- “한율, 오늘 넌 살아서 여길 나가지 못할 거야. 날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줄게.”
- “나도 아까 경고했잖아, 내가 결혼식에 참석하면 이 결혼식은 진행할 수 없다고. 내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듣더니, 후회되지?”
- 신주원과의 눈싸움에도 한율은 전혀 무서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 “후회는 개뿔...”
- 신주원은 주먹에 모든 힘을 싣고 한율을 향해 날렸다.
- 퍽...
- 우드득...
- 무언가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신주원의 팔이 흉측하게 꺾여 힘없이 밑으로 떨어졌다.
- 그의 팔이 부러졌다.
- “아...”
- 엄청난 고통에 신주원은 장내가 울리도록 고래고래 짖었다.
- 눈앞의 광경에 주위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 ‘감히 신주원을 건드리다니, 한율이 진짜 죽고 싶어서 환장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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