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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재산 싸움

  • 예전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던 단준석이다. 그는 이정은을 째려봤다.
  • “하진이 이제 금방 돌아왔어. 그런 식으로 얘기할 것 없고, 잘 지내도록 해.”
  • “엄마, 이 꼬마는 누구야?”
  • 단청아가 갑자기 계단에 나타났다. 아빠 품에 안겨있는 아이를 보니 궁금증을 참을 수 없었다.
  • “누구긴, 네 언니가 외국에서 낳은 아이란다.”
  • 이정은이 아니꼬운 목소리로 말했다.
  • 단청아가 두 눈을 부릅 떴다.
  • “뭐?”
  • 그녀가 계단으로 내려와 단하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 “애를 낳으면 낳는다고 미리 얘기라도 하지. 뭐 부끄러운 일도 아니고, 그렇지?”
  • “청아,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우진이도 우리 가족이야. 그렇게 말하지 마.”
  • 단준석이 불쾌한 표정으로 째려봤다.
  • 그 장면을 본 이정은은 단하진이 미워죽을 지경이다. 손자 하나로 남편을 온전한 제 편으로 만들었고 딸을 대하는 태도까지 확 달라지게 만들었다.
  • “아빠. 난… 난 관심하는 거잖아요!”
  • 단청아가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반박했다.
  • “자, 우진이. 외할아버지랑 정원에서 산책 좀 할까?”
  • 단준석은 손자와 가까워지고 싶다.
  • 단준석이 꼬마를 데리고 가자마자 단청아의 싸늘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 “상간녀라도 된 거야? 사생아지!”
  • 단하진의 눈빛이 표독스럽게 돌변했다. 그때 단청아와 송예선이 제게 했던 일들, 그녀는 죽는 날에도 잊지 않을 것이고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 “신경 꺼.”
  • 단하진이 싸늘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 5년이 지난 지금, 그녀 특유한 강렬한 분위기는 전보다 더 세졌다. 그뿐만 아니라, 더 예뻐진 것만 같았다.
  • 점점 더 좋아지는 그녀의 모습에 단청아는 질투가 솟구쳤다. 어릴 적부터 단하진의 미모를 따라잡을 수 없었던 그녀다. 이 집에서 쫓아내기만 하면 낙백해질 거라 단정 지었던 그녀에게 제대로 한방 먹여준 단하진이다. 태연하고 우아한 기질, 흰 눈같이 뽀얀 피부 그리고 영롱한 몸매… 완벽 그 자체다.
  • 아무리 봐도 아이를 낳았을 것 같은 여자가 아니다.
  • “단하진, 이 집에 무슨 의도로 돌아왔는지 모르겠지만 경고할게. 수작 부리지 마. 이 집에서 네가 가져갈 수 있는 건 없어.”
  • 이정은이 협박했다.
  • 단하진이 피식 코웃음을 터뜨렸다.
  • “상관없다뇨? 아버지 회사 초창기 때 저희 외할아버지랑 외할머니가 투자했거든요. 아무것도 안 하면서 누리는 주제에 뻔뻔하기도 하네요?”
  • “너…”
  • “단하진. 정신 차려. 5년 전에도 널 쫓아낼 수 있었던 나야. 지금이라고 못할 것 같아?”
  • 단청아가 기세등등한 목소리로 말했다.
  • “그쪽들이랑 상관없이 난 우리 아버지만 있으면 돼요. 나중에 회사를 어떻게 나누던, 그건 아버지가 결정하실 일이고 그쪽들이 걱정할 문제는 아닐 텐데?”
  • 단하진이 차가운 목소리로 반박했다. 정말 어처구나가 없었다.
  • “아들 데리고 와서 한몫 더 챙기려나 본데, 꿈도 꾸지 마.”
  • 이정은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
  • “우리 아버지 아직 멀쩡한데 왜 입만 뻥끗하면 재산, 유산이지? 뭐, 우리 아버지가 빨리 죽기라도 바라는 건가? 앞으로 아버지를 더 챙겨드려야겠네. 건강하게, 오래오래 앉을 수 있도록! 두 사람이 재산을 호시탐탐 노리지 못하게.”
  • 단하진이 말했다. 모녀가 사랑 그리고 관심 때문이 아니라 아버지의 돈을 탐내는 것이 분명하다.
  • “너…”
  • 팩트 폭행에 이정은은 말문이 막혔다. 말을 잇지 못하던 그녀가 체면을 살리려 입을 열었다.
  • “내 남편이야. 당연히 오래 살길 바라지.”
  • 단청아도 다급히 말했다.
  • “단하진,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우리 엄마보다 더 아빠를 사랑하는 사람은 없어!”
  • 단하진이 소파에 털썩 앉아 핸드폰을 꺼냈다. 두 사람을 외면한 채로 그녀는 핸드폰에만 집중했다.
  • 도우미는 맛난 음식들로 식탁을 가득 채웠다. 단준석은 도우미더러 아이가 먹기 좋은 음식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 단준석이 단우진을 바라보는 그 애틋한 표정 때문에 이정은과 단청아는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다. 단하진이 아들 덕 보고 다시 단준석의 사랑을 받을 게 뻔했다.
  • “하진아, 무슨 일하고 있나?”
  • 단준석이 물었다.
  • “외국에서 주얼리 디자인 공부를 했었어요. 지금은 디자이너로 바이에가에서 출근하고 있습니다.”
  • 단준석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대단해. 바이에가 유명하지.”
  • “아빠, 나도 일자리 찾고 있잖아! 모델 면접 보고 있어.”
  • 단청아가 뒤질세라 말했다.
  • “그것도 무슨 직업이라고? 망신 나기 전에 당장 그만둬.”
  • 단준석이 엄격한 눈빛으로 단청아를 혼냈다.
  • “여보. 모델이야 청아가 재미 삼아 하는 일이지. 앞으로 당신 회사에 출근할 건데.”
  • 이정은이 딸의 편을 들어 말했다.
  • “나 참! 그 정도 능력 갖고 내 회사에서 뭘 한다고 그래? 프런트 직원 한대?”
  • 단준석이 개의치 않은 얼굴로 코웃음을 쳤다.
  • 단청아는 단하진이 미워서 죽을 지경이다. 그녀 앞에서 저의 무능력함이 처절하게 드러났다.
  • “외할아버지. 우리 엄마 엄청 대단해요. 엄마 디자인이 전국적인 대회에 참석하게 됐어요!”
  • 단우진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 단준석의 얼굴에도 화사한 미소가 번졌다.
  • “정말? 엄청 대단하네! 우진아, 오후에 할아버지랑 나갈래? 할아버지가 선물 사줄게. 뭐 갖고 싶은 거 있으면 말만 해.”
  • “네! 고마워요, 외할아버지!”
  • 꼬마가 예의 바르게 말했다.
  • 단하진은 아버지가 아들을 이렇게나 이뻐할 줄 예상 못 했다. 어쨌거나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은 큰 위안이 됐다.
  • 그와 반대로 이정은과 단청아는 꼬마를 보면 볼수록 짜증이 났다. 어린 것이 어찌나 약삭빠른지.
  • 식사가 끝난 뒤, 단하진은 아버지의 차에 앉아 별장을 떠나 근처에 있는 쇼핑몰로 향했다. 단준석은 외손자 선물에 아낌없었다. 몇십만 원짜리 로봇이며 레고며 눈도 깜빡하지 않고 결제를 했다.
  • “아버지, 사지 마요. 애 버릇 들어요.”
  • 단하진이 아버지를 말렸다.
  • “알았다, 알았다. 이것만 사고. 며칠 이따 또 사면 되지.”
  • 단준석은 제 마음을 표현하기에 한참 부족하다 여겼다.
  • “외할아버지, 그만 사줘도 돼요. 이미 충분해요.”
  • 꼬마는 철이 들었다.
  • 그 말을 들은 단준석은 더더욱 애틋한 눈빛으로 꼬마를 바라보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자꾸 봐도 이쁘기만 했다.
  • 아버지의 차를 타고 단하진은 오피스텔에 도착했다. 딸이 지내고 있는 오피스텔을 보고 나니 단준석은 마음이 썩 좋지 않았다. 몇 년간 순탄하게 보냈고 회사도 성장해 꽤 많은 돈을 거뒀다. 이제 큰 딸을 보상해 줄 때가 되었다.
  • 아버지를 보내고 단하진이 아들을 품에 안고 말했다.
  • “우진아, 외할아버지가 너 많이 좋아해.”
  • “나도 외할아버지가 좋아요.”
  • 단우진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러다 갑자기 볼이 빵빵해지더니 물었다.
  • “엄마, 그럼 나 이제 알려주면 안 돼요? 우리 아빠 어디 있어요?”
  • 단하진이 흠칫 말을 잇지 못했다. 결국 피할 수 없는 질문이다. 그녀가 진지한 얼굴로 아들에게 말했다.
  • “우진아. 엄마도 아빠가 어디 있는지 몰라. 어쩌면 절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어. 어쨌거나 변하지 않는 건, 엄마가 늘 우진이 옆을 지켜주면서 사랑해 줄 거야.”
  • 꼬마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레고를 들었다.
  • “난 그럼 이거 놀러 갈게요!”
  • “그래!”
  • 단하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소파에 앉아 포장을 뜯고 있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그녀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 아빠를 찾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단청아나 송예선에게 그날 밤 그 남자가 누군지 물어보면 끝나는 일이다. 하지만 그들은 술집 남자라고 했었다. 아들이 절대 알아서는 안 된다. 아빠가 술집 남자라는 것을.
  • 관두자. 그녀의 사랑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지금은 아버지까지 아들을 좋아해 주니 더더욱 기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