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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5화 사라졌어

  • 안세영은 두 눈을 감았다. 돌 위에 앉아있는 그녀의 마음은 괴롭기 그지없었다. 혼란스러운 머릿속에서 안지유의 목소리와 나윤겸과의 관계가 어지러이 얽혀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고 이 모든 게 다 본인의 탓인 것만 같았다.
  • 그녀는 애초에 나윤겸에게 마음 따위를 품어서는 안됐다. 여러 방식으로 그에게 적극적인 대시를 했었어는 더더욱 안됐다. 모든 것이 다 잘못되었다.
  • 안세영은 불어오는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허황한 산 정상에는 거센 바람을 막아줄 곳 하나 없었다. 초겨울의 칼바람에 그녀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창백해졌고 그녀는 기댈 곳 없이 그저 무릎을 꼭 끌어안았다. 마음속에는 이미 폭설이 내린지 오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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