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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초대

  • 송예선이 핸드폰을 꺼내 서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아직도 아파?”
  • “준표. 주얼리 쇼 하나 있는데, 나 가고 싶어. 같이 가주면 안 돼?”
  • 송예선이 간곡히 말했다.
  • “무슨 주얼리 쇼?”
  • “동영상 하나 보낼 테니까 봐봐.”
  • 송예선이 전화를 끊고 영상을 전송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답장이 왔다.
  • “그래, 가자.”
  • 깔끔한 대답이다.
  •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웃은 송예선은 부은 얼굴로부터 통증을 느꼈다. 씁하고 볼을 문지르다 참지 못하고 또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 “단하진, 주얼리 디자이너? 너 따위가 발도 딛지 못하는 쇼야.”
  • 단하진도 사무실에서 이 쇼에 관한 동영상을 보고 있다. 그리고 초대된 사람들로부터 놀림당하고 싶지 않으면 장소에 맞는 옷차림으로 참석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
  • 몇천만 원짜리 드레스를 렌트할 능력이 되지 않는 그녀라 걱정에 골치가 아팠다.
  • 토요일 날 옷차림을 고민하던 중, 단하진의 핸드폰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
  • “여보세요.”
  • “여보세요, 단하진 씨 맞나요? FH 패션 점장입니다. 방금 전 한 손님분께서 단하진 씨께 드리는 드레스를 예약 주문하셨는데, 혹시 오후에 시간 있으세요? 매점에 오셔서 직접 입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 “저한테요?”
  • 흠칫 당황했지만 단하진은 그 손님이 전성우라는 걸 곧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 “네. 조금 이따 찾아뵙겠습니다.”
  • 생각이 깊은 사람이다.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전성우에게 감사하다는 이모티콘을 전송했다.
  • “고마워요, 성우 씨.”
  • “별말씀을. 마음껏 누리세요!”
  • 전성우가 답장하고는 미소 짓는 이모티콘을 보내왔다.
  • 오후, 그 매장이 바로 회사 근처였다는 걸 발견한 단하진은 한 시간 동안 청가 냈다.
  • FH는 국제적으로 유명한 드레스 브랜드 숍이고 상류 사회 사람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 단하진이 매장에 들어서자, 점장이 직접 그녀를 반겼다.
  • “단하진 씨, 이쪽으로 오시죠.”
  • 단하진은 점장의 뒤를 따라 2층에 위치한 VIP 룸으로 향했고 곧이어 마네킹에게 입혀진 드레스가 그녀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 이쁘다. 단하진이 속으로 외쳤다.
  • 점장이 마네킹이 입고 있는 드레스를 가리키며 말했다.
  • “성우 도련님께서 단하진 씨를 위해 준비한 드레스입니다. 어때요? 마음에 드나요?”
  • 단하진의 눈동자가 가녀리게 흔들렸다. 전성우, 대체 돈이 얼마나 많은 거야? 이렇게 값진 드레스를 준비했다니.
  • “이 드레스는 업계 톱으로 꼽히는 디자이너가 고심 끝에 만들어낸 작품이고요. 딱 이것 하나뿐입니다. 이 반짝거리는 것들 보이시죠? 고급 재질 위로 8천여 개의 다이아몬드를 수놓았죠. 저희 매장에서의 판매 가격은 4억입니다.”
  • 점장이 미소를 보이며 소개했다.
  • 가격을 듣고 나니 단하진의 심장이 쿵쾅거렸다. 이렇게 비싼 드레스를 준비해 줬다가 혹시 저 때문에 다이아가 몇 개 정도 빠지기라도 하면 배상할 수도 없을 텐데, 전성우 대체 어쩌자는 거야!
  • “다른 드레스는 없을까요?”
  • 감히 다스리지 못할 드레스라는 직감이 들었다.
  • “성우 도련님께서 이미 계산하셨습니다. 제가 봤을 때, 단하진 씨에게 아주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 점장이 칭찬을 보냈다. 일반적인 정장 차림이지만 단하진의 아름다움을 감출 수 없었다.
  • 단하진 역시 이 드레스가 무지 맘에 들었다. 비싼 것 말고는 결점이라고 찾아볼 수가 없었다.
  • “그래요. 그럼 입어볼까요?”
  • 단하진은 더 이상 우물쭈물거리지 않기로 했다. 앞으로 일 년 동안 전성우의 끼니를 책임지면 그만이라 생각했다.
  • 이번 톱 프라이빗 주얼리 쇼는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다.
  • 드레스를 입어보니 제 몸에 딱 맞았다. 내일 4시 전으로 매장에 도착하면 메이크업과 헤어 그리고 드레스에 맞춤한 주얼리까지 준비될 것이다.
  • 저녁, 단하진은 아들에게 주얼리 쇼에 관해 얘기하고 외할아버지와 함께 있을지 아니면 이서현과 함께 있을지 물었더니 꼬마는 일초 망설임 없이 외할아버지를 택했다.
  • 단하진이 전화를 걸어 아버지의 스케줄을 묻자, 단준석이 두말없이 승낙했다. 꼬마를 데리고 맛있는 걸 먹으면서 같이 있어줄 거라고 약속했다.
  • 아들을 책임져주는 사람이 있으니 단하진은 시름이 놓였다.
  • 토요일 아침.
  • 단하진이 아들과 함께 장 보러 마트에 다녀왔다. 집으로 돌아온 뒤, 그녀는 디자인 임무를 계속했고 아들은 옆에서 레고를 맞추고 있다. 가끔씩 창밖으로 산들산들 불어오는 바람은 뽀얀 커튼을 춤 추게 하며 분위기를 더했다.
  • 세시 반, 단준석이 과일이며 우유며 들고 방문했다. 단하진이 아들을 아버지에게 맡기고는 외출했다.
  • 소파에 앉아있는 단준석이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옆에 앉아있는 꼬마를 지그시 바라봤다. 외손자가 너무나도 이뻤던 것이다.
  • 허겁지겁 매장으로 도착해 보니 점장은 이미 완벽하게 준비를 마친 상태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단하진의 피부를 한참이나 유심히 들여다보더니 감탄을 금치 못했다.
  • “단하진 씨, 피부 아주 좋으신데요? 모공을 찾아볼 수가 없어요. 평소에 관리받으세요? 무슨 제품 사용하고 계세요?”
  • “아. 저는 아들 수분 크림으로…”
  • 단하진이 민망한 웃음을 지었다.
  • 옆에 있던 두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타고난 도자기 피부라는 걸 깨달았다. 부럽다.
  • 단하진이 가볍게 두 눈을 감았다. 아티스트는 파운데이션을 이용해 가벼운 느낌을 연출했고 조밀한 눈썹을 보류했다. 정성 들인 아이 메이크업 그리고 누디 핑크 립스틱으로 마무리했다. 거울에 비친 그녀의 아름다움은 마치 다이아몬드같이 빛나고 눈이 부셨다.
  • 긴 생머리를 예쁘게 묶고 고데기로 귀 옆에 있는 머리카락에 볼륨을 넣어줬다. 귀에 걸려있는 다이아몬드 피어싱은 가녀린 목에 걸려있는 목걸이와 조화를 이뤘다.
  • “단하진 씨, 이제 드레스로 갈아입을게요.”
  • 단하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피팅 룸에서 화이트 색의 드레스로 갈아입은 그녀에게서 고귀함이 물씬했다.
  • “단하진 씨, 오늘 밤을 위해 준비한 차량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 고마운 마음에 단하진이 미소를 지었다.
  • “고마워요.”
  • “기분 좋은 밤 되세요.”
  • 점장이 직접 마중했다. 저를 위해 준비된 벤틀리를 보고 나니 전성우에 대해 새로운 인식이 생겼다.
  • 분명 외국에 있을 때까지만 해도 호텔을 운영하고 있는 보통 집안이라고만 했다.
  • 럭셔리한 별장 안.
  • 송예선이 연예인 전용 메이크업 팀을 초대해 철저한 준비로 풀세팅을 했다. 평범한 제 얼굴을 커버하고 재벌가 아가씨 품위가 도드라지도록 최선을 다한 그녀다.
  • 그때, 검은색 롤스로이스 한 대가 별장 앞에 세워졌고 서준표가 뒷좌석 차 문을 열면서 차에서 내렸다.
  • 저녁 무렵의 노을빛이 그에게 쏟아져 존귀함을 더했다.
  • 송예선이 거실에 서서 저를 향해 걸어오는 남자를 지그시 바라봤다. 잘생겼다는 표현으로 부족한 남자의 미모에 심취해 심장이 주체할 수없이 쿵쾅거렸다.
  • “준표. 나 오늘 예뻐?”
  • 송예선이 수줍은 얼굴로 눈을 깜빡이며 칭찬을 원했다.
  • “응! 예뻐.”
  • 서준표가 고개를 끄덕였다. 서준표에게 송예선은 이쁘건 평범하건 남다른 의미가 있는 여자다.
  • 5년 전 저를 위해 결백을 잃은 그녀고, 인생에 지울 수 없는 어두움을 안겨줬다.
  • 그는 최선을 다해 그녀를 보상할 것이다.
  • “가자!”
  • 송예선이 자연스럽게 그의 팔을 끌어안았다. 오늘 밤의 주얼리 쇼에 굉장한 기대를 품고 있는 그녀다.
  • 이 남자가 곁에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여자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