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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끝없는 송예선의 공포

  • 톱 프라이빗 주얼리 쇼는 엄격한 보안 시스템을 자랑하는 프라이빗 전시홀에서 진행된다. 오늘 밤, 이곳 주변 거리의 교통은 전부 봉쇠될 것이고 순찰을 맡은 경호원까지 있을 것이며 초대 손님들에게 더더욱 엄격한 안전 검사가 차례질 것이다.
  • 진주 클러치를 손에 든 단하진이 안전 검사기를 걸어지났다. 그제야 숨을 돌릴 수 있었던 때, 안내 아가씨가 최상의 서비스로 그녀를 전시홀로 모셨다.
  • 화려한 전시홀엔 유리 진열대가 줄을 지어 서있었다. 하지만 아직 연회가 시작되지 않았던 때라 초대된 손님들은 바로 옆에 있던 다이닝 홀로 향해 오늘 밤을 위해 특별히 준비된 고급 요리들을 즐기는 시간을 가졌다. 손님들은 미리 준비했던 자리 표에 따라 착석한다. 단하진의 자리는 여섯 번째에 위치해있고 사람들을 부러움을 샀다.
  • 사실은 전성우의 자리에 그녀가 출석을 했던 것뿐이다.
  • 기타 손님들도 자리에 착석했다. 단하진의 옆에 갓 서른 넘은 남자가 앉아 있었다. 포마드로 번질번질한 헤어스타일, 그리고 제작 주문만 가능한 브랜드로 풀세팅한 남자다. 신분 있는 사람이 분명하다.
  • 남자의 놀라운 시선이 단하진에게 떨어졌다. 미녀들로 가득한 오늘 밤이지만 단하진은 유독 남다른 매력을 소유한 여자다.
  • “아가씨, 반가워요. 황명준이라고 합니다. 이건 제 명함이에요.”
  • 황명준이 KJ 그룹 대표라고 적혀있는 명함을 건넸다.
  • “안녕하세요. 단하진이라고 합니다.”
  • 단하진이 예의 바른 미소를 보였다.
  • 바로 그때, 마지막 손님이자 지각한 손님 두 사람이 도착했다.
  • 두 남녀가 팔짱을 끼고 다정한 모습을 보이며 걸어들어왔다. 지각한 사람이 누구냐 궁금했던 단하진이다.
  • 고개를 들어보니 놀라움에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그 주인공이 바로 서준표와 송예선일 줄이야, 그야말로 뜻밖의 만남이다.
  • 예쁘게 꾸민 송예선을 보니 나이프와 포크를 쥐고 있는 단하진의 손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송예선만 보면 뼛속까지 깊이 파인 증오가 저를 괴롭혔다.
  • 서준표는 값진 핸드 메이트 블랙 셔츠에 깔끔하게 재단된 슬랙스 차림이다. 긴 다리를 뻗어가며 걸어오는 그에게로부터 강력한 분위기를 체감할 수 있다.
  • 재벌 아가씨들도 숨 참고 명작을 흔상했다. 이런 장소에서 SC 그룹 도련님을 만날 줄이야. 근데 옆에 있는 여자는 누구지? 너무 평범한데!
  • 설마 여자친구? 아가씨들은 부러움과 질투가 반씩 섞인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 그들과 달리 단하진은 두 사람을 외면하며 와인잔을 집어 들었다.
  • 그 많은 사람들 속에서 송예선은 한눈에 그녀를 알아봤다. 이렇게 고급진 장소에서 단하진을 만날 줄을 상상 못한 송예선이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 저 여자가 무슨 자격으로 이 주얼리 쇼에 참석하는 거지? 무슨 자격으로?
  • 서준표 역시 그녀를 봤다. 우연일까, 하필이면 서준표의 자리가 그녀의 맞은편이다. 그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아도 봐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 그녀가 고개를 드는 순간, 그윽하고 깊은 눈동자와 시선을 마주쳤다. 아련한 조명 아래로 조각 같은 그의 얼굴은 더더욱 선명한 윤곽을 드러냈다. 아이라인을 그린 건가 의심이 들게 하는 짙은 속눈썹은 그의 두 눈을 더더욱 그윽해 보이도록 수놓았다. 오똑한 콧대 아래로 얇은 입술은 형용할 수 없는 섹시함을 보여줬다.
  • 이 남자, 하느님이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작품이겠어.
  • 단하진이 저도 모르게 두 눈을 끔뻑였다. 남자를 보고 있는 그녀와,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남자. 그렇게 두 사람은 한참을 마주 봤다.
  • 그리고 그때, 오싹하면서도 표독스러운 눈빛이 느껴졌다. 송예선이다.
  • “단하진 씨, 한잔하시죠.”
  • 옆에 있던 황명준이 대쉬했다.
  • 단하진이 잔을 들어 건배를 하고는 달콤한 미소를 보였다. 바로 앞에 앉은 서준표보다는 황명준이 훨씬 마음에 들었다.
  • 송예선의 남자친구도 그녀의 적이나 마찬가지니까.
  • “단하진 씨, 이것도 좀 드셔보세요. 맛이 좋아요.”
  • 단하진의 친절함이 전해져 황명준이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오늘 밤엔 미인의 환심을 살 수 있다 싶어 설렜다.
  • “고마워요.”
  • 단하진이 그가 건넨 디저트를 짚어 맛을 보며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
  • “준표, 나 저거 먹을래.”
  • 송예선이 서준표의 팔을 잡아당겨 앙탈 부리며 꽤 먼 곳에 있는 디저트를 가리켰다.
  • 서준표가 긴 팔을 뻗어 손쉽게 디저트를 짚어 그녀의 접시에 올렸다. 송예선이 행복한 얼굴로 디저트를 맛보기 시작했다. 먹는 와중에도 단하진에게 과시하듯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 단하진이 아무도 몰래 눈을 흘겼다. 송예선이 대체 무슨 재주로 서준표의 마음을 잡았는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서준표는 그녀의 요구라면 무조건 들어줬다.
  • “화장실 다녀올게요.”
  • 갑자기 화장실이 급했던 단하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명 아래로 그녀의 드레스는 반짝반짝 빛이 났다. 그리고 인어 공주와도 같은 요염한 허리 라인은 남자들의 시선을 한 몸에 사로잡았다.
  • 황명준은 그런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고, 서준표는 잔을 들어 술 한 모금 마시더니 잔으로부터 그 여자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이 여자가 이곳에 나타난다는 게 확실히 뜻밖이다.
  • “준표, 나 화장실 좀.”
  • 송예선이 자리에서 일어나 단하진의 뒤를 따랐다.
  • 럭셔리하게 인테리어된 화장실 안. 지금 이곳엔 아무도 없다. 때마침 단하진이 손을 씻고 있던 중, 송예선이 걸어들어왔다.
  • “남자 덕 보고 초대받은 거지!”
  • 송예선이 거울에 비친 그녀를 바라보며 조롱했다.
  • 단하진 역시 싸늘한 눈빛으로 거울에 비친 그녀를 째려봤다.
  • “무슨 상관인데?”
  • “오늘 손님 선별 조건이 아주 엄격하다던데, 다들 유명한 분들이셔. 근데 너 같이 평범하기 그지없는 인간이 어떻게 초대가 됐을까?”
  • “넌 뭐 얼마나 고귀한데?”
  • 단하진이 코웃음 치며 비웃었다.
  • “준표 여자친구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 송예선이 득의양양한 얼굴로 말했다.
  • 단하진이 코웃음 쳤다.
  • “내 한마디면 그 옆자리 내가 될걸.”
  • 송예선의 낯빛이 급 어두워졌다.
  • “무슨 소리야?”
  • 설마 단하진이 그날 밤 일을 기억하고 있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