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방귀 뀐 놈이 성낸다
- 그는 또 문자를 보냈다.
- [당신 음식은 정말 맛이 없어.]
- 나:[그래서 앞으로 당신이 다 할 거야?]
- 그는 한참이나 답장이 없었다. 내 질문이 당돌한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을 때, 그가 답장을 보내왔다.
- [내가 한 음식을 먹으면 난 당신을 먹을 거야.]
- 난 어이가 없었다.
- [적게 먹은 것도 아니잖아.]
- 주동욱:[적지 않지. 그런데 계속 부족한 걸 어떡해?]
- 부족하다고?
- 난 웃는 이모티콘을 보냈다.
- [그건 당신 능력 문제지.]
- 그는 바로 답장을 보냈다.
- [난 당신이 지칠까 그러지. 안 그러면 사흘이나 침대에서 내려오지 못하게 할 수 있어.]
- 이 말은 너무 야해 휴대폰을 들고 있는 난 얼굴이 화끈거렸다.
- 그 뒤로 며칠 동안 우리는 이런 야한 대화를 유지했다. 다만 문자를 주고받은 뒤에는 항상 대화기록을 삭제했다. 소국진에게 들키면 안되었기 때문이었다.
- 그러나 주동욱은 더는 오지 않았고 나도 그가 바쁠 거라고 예상했다.
- 또 이틀이 지났다. 그가 갑자기 나에게 위치를 보내더니 말했다.
- [나와.]
- 위치를 보니 우리 집 근처 공원이었다. 거기에는 뭐 하러 갔담? 바람 쐬러?
- 나갈지 말지 망설이고 있는데 문자가 또 왔다.
- [얼른, 더워.]
- 덥다고? 지금 겨울이잖아.
- 나:[덥다고?]
- 주동욱:[마음이 더워.]
- 난 당황하여 그에게 물었다.
- [뭐라고?]
- 주동욱:[당신이랑 하고 싶어서.]
- 뒤에 불쌍한 이모티콘까지 있었다.
- 정말 내 마음을 간지럽혔다.
- 나는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소국진이 이렇게 일찍 돌아올 리 없기에 대충 옷을 걸치고 밖으로 나갔다.
- 그는 공원의 정자에 앉아 있었다. 검은색 정장에 흰 셔츠를 입은 그는 타이를 잡아당겨 느슨해지게 했고 머리가 약간 부스스했다. 피곤한 얼굴이었다.
- 그러나 그는 나를 본 순간 활짝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 “연아, 이리 와.”
- 연아!
- 난 멍해졌다. 마음속에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 부모님을 제외하고 날 연이라고 부른 사람은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소국진도 나를 최연이라고 불렀다.
- 난 귀신에 홀린 것처럼 그에게 다가가 그의 손을 잡았다.
- 그는 손바닥이 아주 컸고 손가락도 하얗고 가늘었다. 그는 손에 힘을 주어 날 품에 안았다.
- 그는 술을 마신 듯했으나 멀쩡한 것 같았다.
- “연아, 보고 싶었어.”
- 그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어 듣는 내 마음이 움찔했다.
- “왜 그래? 무슨 일이 생긴 거야?”
- 난 저도 모르게 그가 걱정되었다.
- 그는 나를 꽉 끌어안고 턱을 내 정수리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부드럽게 말했다.
- “아니야, 좀 피곤해서 그래.”
- 난 안심할 수 있었다.
- “피곤하면 집에 가서 푹 쉬지 여기는 뭐 하러 왔어?”
- 그는 웃음을 터뜨렸다.
- “지금 날 걱정하는 거야? 내가 걱정된 거야?”
- 난… 당황했다. 난 그를 걱정하고 있었다. 이런 감정이 언제부터 시작된 것인지 나도 잘 모르지만.
- 이런 관계는 위험했다. 난 아직 소국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는데 어떻게 주동욱의 품으로 뛰어들 수 있다는 말인가?
- 나는 그를 밀치고 최대한 표가 나지 않게 거리를 유지하려고 했다.
- 그러나 그는 나를 다시 끌어안고 키스를 퍼부었다. 너무 뜨거워서 녹아버릴 것 같은 키스.
- 이 키스는 예전과 달랐다. 똑같게 뜨거웠지만 전보다 더 격렬했다. 사막에서 죽어가는 사람이 물을 만난 것처럼 난폭했고 간절했다.
- 난 그의 품에 안긴 채, 숨을 헐떡이며 손을 뻗어 그를 밀치려고 했다.
- 겪을 걸 다 겪었는데 키스 때문에 죽는다는 것은 좀 창피한 일이 아닌가?
- 한참 뒤에야 주동욱은 아쉬운 얼굴로 날 풀어주었다. 그리고 내 입술을 핥기까지 했다.
- 난 그의 품에 기댄 채, 숨을 가쁘게 몰아쉬었다.
- 그는 내 허약한 몸을 붙잡고 의자에 앉았다.
- “당신이 사흘 동안 침대에서 내려오지 못하게 할 거라고 했잖아.”
- 참, 뒤끝도 길어.
- 그가 또 키스를 하려고 하자 난 손을 내밀어 막았다.
- “하지 마. 사람들이 보잖아.”
- 그는 내 손을 잡고 말했다.
- “밤인데 누가 공원에 온다고 그래? 당신을 먹고 싶은 게 아니라면 난 나오지도 않았을 거야.”
- 난… 정말 화가 치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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