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화 일이 없으면 애인이야?
- 난 주동욱의 말을 믿지 않았다. 우리가 이미 우정을 뛰어넘는 행위를 하긴 했지만 그것은 단지 소국진에게 복수하기 위해서였다. 그날 밤에 그가 취하지 않았다면, 그래서 그가 거절하지 못할 정도로 강경하게 나오지 않았다면 난 그와 자지 않았을 것이다.
- 이혼하고 주동욱과 결혼하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다. 내 사랑은 소국진의 몸에 다 쏟아부어 남은 게 없었다. 굳이 따지자면 피곤과 짜증만 남아 있었다. 주동욱에게 호감이 있다고 해도 그것은 외롭고 힘든 와중에 부드럽게 대해주는 사람이 있으니 자연스레 기대게 되는 감정뿐이었다.
- 주동욱은 내가 대답을 하지 않자 아무것도 묻지 않고 날 끌어안은 채, 계속 잠을 자려고 했다. 그는 내가 거절하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내 옷을 홀딱 벗겼다. 벗고 자는 게 건강에 좋다나. 그는 나에게 상처를 주지 않겠다고 했다. 나도 울다 지쳐서 그가 하자는 대로 내버려 두고 그의 품에 안긴 채,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