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탕수육을 하지 않고 훙쇼물고기를 하려고 했다. 오늘 실력을 제대로 뽐내볼 생각이었다.
내가 팔소매를 걷어붙이는 모습이 우스웠는지 그는 옆에서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물었다.
“왜 웃어?”
그는 고개를 젓고 계속해서 웃었다. 휘어진 그의 눈은 꼭 반달 같은 것이 아주 예뻤다.
“물고기는 내가 손질할게. 가시가 많아서 다치기 쉬워.”
말을 마친 그는 외투를 벗어 내 머리에 씌워 주었다. 그러자 옅은 담배냄새가 났다. 난 그 냄새가 싫지 않고 오히려 좋기만 했다.
그는 물고기를 다 손질한 뒤, 기름을 붓고 파를 넣어 파기름을 만들었다. 그리고 물고기를 넣었다. 치직,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뜨거운 기름이 나한테 튀었다.
꼼짝없이 데고 말았다는 생각을 하는데 주동욱이 먼저 손을 내밀어 기름이 튀는 것을 막아 주었다. 기름은 그의 손등에 튀어 빨간 점이 생겼다.
“아파? 약 가져올게.”
난 그의 손을 보자 초조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약간은 마음이 아팠다.
그는 내 손을 잡더니 나를 품에 와락 안았다. 그리고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안 아파. 이것보다 아픈 것도 많은데.”
난 복잡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전에도 음식 자주 했어?”
소국진은 음식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주동욱도 안 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둘이 그저 친구라는 것을 깜박한 것이다.
그는 어깨를 으쓱하고 말없이 돌아서서 요리를 했다.
그 순간, 난 그를 백허그하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혼자 살다 보면 힘들 때도 많았을 텐데.
그러나 난 움직이지 않았다. 용기도 없었고 또 초인종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었다.
내가 문을 열려고 발걸음을 옮기는데 그가 불쑥 말했다.
“다음에는 저 초인종을 뜯어야겠어.”
나는 깜짝 놀랐다.
“왜?”
초인종이 무슨 죄라고?
그는 손을 내밀고 내 턱을 만지작거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너무 시끄러워서 우리가 섹스하는 데 방해가 되잖아.”
초인종이 아주 억울하게 되었다.
초인종 소리가 급히 들려 난 더 이상 지체하지 않았다. 누구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문을 열자 어두운 표정의 소국진 어머니가 보였다.
“왜 이제야 여는 거야? 뭐 하고 있었어? 방에 내연남이라도 숨겨 놓은 거 아니야?”
난 시어머니가 잘 좋게 보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말에 켕긴 나는 손바닥에 식은땀이 돋았다.
다행히 그녀도 말만 그렇게 할 뿐이었다. 날 밀친 그녀는 집안을 수색하는 사람처럼 집안 곳곳을 훑어보았다.
그리고 장식품에 손가락을 가져다대고 쓱 훑더니 말했다.
“먼지가 있네.”
그녀의 말투는 차갑기만 했다.
먼지가 있는 게 당연한 게 아닌가?
그러나 찔리는 것이 있는 나는 반박하지 못하고 공손하게 그녀의 뒤를 따라다녔다.
그녀는 트집을 잡으려고 온 것이었기에 내가 대꾸질이라도 한다면 그녀의 계략에 빠진 것이었다. 며느리인 나는 이런 시어머니를 상대하기 마음이 참 힘들었다.
“이건 또 뭐야?”
내가 한숨을 쉬며 그녀가 빨리 떠나기를 바라고 있는데 그녀가 양말 한 짝을 집어 들고 물었다.
난 힐끗 보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국진 씨 양말이에요. 아침에 씻고 아직 걷지 않았어요.”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
“씻은 거라고? 회색인데 씻은 거 맞아?”
이건 원래 회색이라고.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도 원래 회색이라는 것을 발견한 듯했지만 자신의 지적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그리고 양말을 휴지통에 버리며 말했다. “앞으로 양말은 모두 흰 거로 입어. 씻고 난 뒤에 햇빛 아래에 말리고. 그래야 살균이 되는 거야. 그리고 다리미로 다림질도 깔끔하게 하고…”
네네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난 고개를 주억거렸다.
내가 고분고분 사과를 하자 그녀는 트집을 잡을 빌미를 찾지 못해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시선을 돌린 그녀는 식탁에 앉아 있는 주동욱과 나를 번갈아 바라보더니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