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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도둑이 제 발 저리다

  • 이번에는 탕수육을 하지 않고 훙쇼물고기를 하려고 했다. 오늘 실력을 제대로 뽐내볼 생각이었다.
  • 내가 팔소매를 걷어붙이는 모습이 우스웠는지 그는 옆에서 웃음을 터뜨렸다.
  • 내가 물었다.
  • “왜 웃어?”
  • 그는 고개를 젓고 계속해서 웃었다. 휘어진 그의 눈은 꼭 반달 같은 것이 아주 예뻤다.
  • “물고기는 내가 손질할게. 가시가 많아서 다치기 쉬워.”
  • 말을 마친 그는 외투를 벗어 내 머리에 씌워 주었다. 그러자 옅은 담배냄새가 났다. 난 그 냄새가 싫지 않고 오히려 좋기만 했다.
  • 그는 물고기를 다 손질한 뒤, 기름을 붓고 파를 넣어 파기름을 만들었다. 그리고 물고기를 넣었다. 치직,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뜨거운 기름이 나한테 튀었다.
  • 꼼짝없이 데고 말았다는 생각을 하는데 주동욱이 먼저 손을 내밀어 기름이 튀는 것을 막아 주었다. 기름은 그의 손등에 튀어 빨간 점이 생겼다.
  • “아파? 약 가져올게.”
  • 난 그의 손을 보자 초조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약간은 마음이 아팠다.
  • 그는 내 손을 잡더니 나를 품에 와락 안았다. 그리고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 “안 아파. 이것보다 아픈 것도 많은데.”
  • 난 복잡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 “전에도 음식 자주 했어?”
  • 소국진은 음식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주동욱도 안 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둘이 그저 친구라는 것을 깜박한 것이다.
  • 그는 어깨를 으쓱하고 말없이 돌아서서 요리를 했다.
  • 그 순간, 난 그를 백허그하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혼자 살다 보면 힘들 때도 많았을 텐데.
  • 그러나 난 움직이지 않았다. 용기도 없었고 또 초인종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었다.
  • 내가 문을 열려고 발걸음을 옮기는데 그가 불쑥 말했다.
  • “다음에는 저 초인종을 뜯어야겠어.”
  • 나는 깜짝 놀랐다.
  • “왜?”
  • 초인종이 무슨 죄라고?
  • 그는 손을 내밀고 내 턱을 만지작거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 “너무 시끄러워서 우리가 섹스하는 데 방해가 되잖아.”
  • 초인종이 아주 억울하게 되었다.
  • 초인종 소리가 급히 들려 난 더 이상 지체하지 않았다. 누구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 문을 열자 어두운 표정의 소국진 어머니가 보였다.
  • “왜 이제야 여는 거야? 뭐 하고 있었어? 방에 내연남이라도 숨겨 놓은 거 아니야?”
  • 난 시어머니가 잘 좋게 보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말에 켕긴 나는 손바닥에 식은땀이 돋았다.
  • 다행히 그녀도 말만 그렇게 할 뿐이었다. 날 밀친 그녀는 집안을 수색하는 사람처럼 집안 곳곳을 훑어보았다.
  • 그리고 장식품에 손가락을 가져다대고 쓱 훑더니 말했다.
  • “먼지가 있네.”
  • 그녀의 말투는 차갑기만 했다.
  • 먼지가 있는 게 당연한 게 아닌가?
  • 그러나 찔리는 것이 있는 나는 반박하지 못하고 공손하게 그녀의 뒤를 따라다녔다.
  • 그녀는 트집을 잡으려고 온 것이었기에 내가 대꾸질이라도 한다면 그녀의 계략에 빠진 것이었다. 며느리인 나는 이런 시어머니를 상대하기 마음이 참 힘들었다.
  • “이건 또 뭐야?”
  • 내가 한숨을 쉬며 그녀가 빨리 떠나기를 바라고 있는데 그녀가 양말 한 짝을 집어 들고 물었다.
  • 난 힐끗 보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 “국진 씨 양말이에요. 아침에 씻고 아직 걷지 않았어요.”
  •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
  • “씻은 거라고? 회색인데 씻은 거 맞아?”
  • 이건 원래 회색이라고.
  •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도 원래 회색이라는 것을 발견한 듯했지만 자신의 지적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그리고 양말을 휴지통에 버리며 말했다. “앞으로 양말은 모두 흰 거로 입어. 씻고 난 뒤에 햇빛 아래에 말리고. 그래야 살균이 되는 거야. 그리고 다리미로 다림질도 깔끔하게 하고…”
  • 네네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난 고개를 주억거렸다.
  • 내가 고분고분 사과를 하자 그녀는 트집을 잡을 빌미를 찾지 못해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 시선을 돌린 그녀는 식탁에 앉아 있는 주동욱과 나를 번갈아 바라보더니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
  • “주동욱, 네가 여기는 웬 일이야?”
  • 속이 켕긴 나는 긴장한 나머지 바지를 꽉 움켜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