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0화 이 남자 너무 매정하네
- 나는 그림을 그리는 쪽으로 점점 마음을 기울였지만, 회사 출근도 빼놓지 않았다. 그림 그리는 일에는 많은 영감과 좋은 컨디션이 필요하다. 그래서 일이 없을 때 밖에 나가 돌아다니며 풍경을 구경하노라면 오히려 생각이 넓어진다.
- 맡겨진 임무를 수행하듯 늘 이젤 앞에 앉아 화필만 들고 있어서는 좋은 작품을 그릴 수 없다. 다음 전시회에 내놓을 작품은 한 달 안에 다 그려야 한다. 그러나 나는 아직 도대체 무엇을 그려야 할지 생각해 보지 못했다. 나도 이제는 예전처럼 한 걸음 한 걸음 소리 없이 기어 올라갈 시간이 없고 한번 반짝 주목받는 것으로는 적당한 자리에 설 수 없다. 그러면서 어떻게 주동욱의 손을 잡고 당당하게 주씨 가문에 들어설 수 있겠는가.
- 조금 한가해지자 나는 안기에게 문자를 보내 지금의 내 상황을 알려 주었다. 안기는 매우 기뻐하며 나를 응원했다. 내가 다음번 전시회에 내놓으려고 마음속으로 생각한 작품의 내용을 말하자 안기는 내친김에 많은 조언을 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