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화 감히 이혼을 거론하지 못하다
- 연미라는 마치 하늘이 날 괴롭히라고 보낸 사람처럼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끝내는 자기 것으로 만들고야 만다. 그녀가 돌아오지 않았을 때도 바람을 피운 소국진인데, 그녀가 진짜 돌아왔으니 이제 소씨 가문에 내가 설 자리가 있기는 한 걸까?
- 나는 또 이혼하고 싶다. 소국진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이번처럼 강렬해 보기는 처음이다. 나는 가정부도 아니고 스페어타이어도, 화풀이 상대도 아닌, 살아서 숨 쉬는 사람이다.
- 그래서 할머니를 찾아가 제대로 얘기해보기로 했다. 그녀도 미리 알아두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비록 나를 아껴주는 어른한테 미안하기는 하지만, 소국진의 세계에서 나 하나쯤은 없어져도 크게 손해 볼 것도 없고 또 나는 이곳을 벗어나 더 이상 자신을 무형의 감옥에 가두어놓을 필요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