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화 이용당하는 건 이게 마지막
- 어쨌든 그동안 할머니가 내게 잘해준 것은 사실이었다. 내 옆에 아무도 없을 때, 내가 집에서 쫓겨났을 때, 할머니는 내게 잘해준 유일한 분이었다. 거짓이었을지라도 나는 할머니가 내게 건넨 호의를 느낄 수 있었다.
- 나는 내 자리에 앉아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기계적으로 밥을 먹었다. 할머니는 내게 음식을 집어주었고 소국진에게도 내게 음식을 집어주라고 얘기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밥그릇에서 음식을 다 골라내 작은 접시에 옮겨 담은 뒤 밥만 퍼먹었다.
- “밥만 먹지 말고 곁들어 먹어. 건강에 안 좋아. 그러니 살이 빠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