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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백마 탄 왕자

  • 그는 내 말에 답장을 하지 않았고 나도 일이 바빠 연락을 하지 않았다.
  • 소국진이 오늘 집으로 돌아와 밥을 먹는다고 했기에 난 시장에 가서 그가 좋아하는 것을 샀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휴대폰을 꺼내들었지만 새로 들어온 문자가 없었다.
  • 괜스레 짜증이 났다. 내가 주동욱의 문자를 기다리고 있는 건가? 이런 생각이 들자 화가 치밀어 휴대폰을 아예 소파에 던졌다.
  • 주방에서 바삐 보내고 있는데 거실에서 전화가 울렸다. 왠지 모르게 심장이 빨리 뛰고 긴장되었다.
  • 난 급히 뛰어가 휴대폰을 들었다. 소국진이 걸려온 전화인 것을 보자 두근거리던 심장이 순식간에 차게 식었다.
  • “여보세요!”
  • “여보, 나 곧 회의 하니까 날 기다리지 말고 밥 먹어. 그리고 일찍 자.”
  • 말을 마친 소국진은 전화를 꺼버렸다. 난 아무것도 묻지 못했다.
  • 참 우스운 일이었다. 회의라고? 1대1로 하는 거? 단둘이 붙어서 하는 거? 이렇게 다정한 사장이 세상에 어디 있겠어?
  • 그러나 이상하게도 이번에는 전혀 화가 나지 않았다. 난 저도 모르게 문자가 들어온 게 없나 한 번 훑어보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 난 저도 모르게 반성하기 시작했다. 아침에 너무 과격하게 행동해서 그가 화난 건 아닌지? 아니면 내가 보낸 문자가 이상해서 오해한 건 아닌지?
  • 내가 그에게 전화를 걸어야 하나 망설이고 있을 때, 벨소리가 울렸다.
  • 난 의아했다. 소국진이 애인과 시간을 보낸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왜 갑자기 온 거라는 말인가?
  • 문을 열자 밖에 있던 사람은 문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었다. 노을이 그의 얼굴을 비추자 눈이 부셨고 짙은 눈썹은 도금칠을 한 것처럼 반짝거려 동화 속의 백마 탄 왕자님 같았다.
  • 아쉽게도… 말이 아닌 꿀벌이었다.
  • 난 그를 힐끗 보았다. 그러자 그의 옷깃에 묻은 커다란 입술 자국이 보였다.
  • “미안, 우유 냄새가 자꾸 생각나지 뭐야? 그래서 갈아입지 않았어.”
  • 그래서 이게 내 입술 자국이라는 거야? 난 얼굴이 화끈거렸다.
  • 그는 몸을 비집고 들어오려고 하다가 나한테 막혀버리고 말았다.
  • “남편이 집에 없어.”
  • 그 말은 그더러 얼른 가라는 뜻이었다.
  • 그는 모르는 척, 우겼다.
  • “괜찮아, 기다리지 뭐.”
  • “그럼 밖에서 기다려.”
  • 난 그를 떠밀었지만 그는 내 손목을 잡고 몸에 확 끌어당겼다.
  • 난 코끝이 찡하더니 그의 몸에 얼굴이 부딪힌 것을 발견했다. 깜짝 놀란 나는 뒤로 물러섰다.
  • 그러자 그가 들어오며 발로 문을 닫았다.
  • 찰칵!
  • 소리와 함께 문이 닫혔다. 난 불안한 마음이 들어 그를 잡아당겼다.
  • 그도 날 막지 않고 오히려 자리를 내주었다. 난 그가 웬 일로 이렇게 순순히 물러나나 싶었는데 곧바로 그가 덮쳐와 나를 문에 눌렀다.
  • 난 움직이지 않고 그에게 물었다.
  • “뒤로 삽입하는 게 좋아?”
  • 그는 고개를 숙이고 입술을 내 목에 댄 후, 중얼거렸다.
  • “아니, 후배위는 강아지 같은 여자들이나 좋아하는 거지, 당신은 아니잖아.”
  • “그럼 난 뭐야?”
  • 난 갑자기 흥미가 동해 몸을 돌리고 그를 바라보았다.
  • 그는 웃으며 말했다.
  • “키스해 줘. 키스하면 말할게.”
  • 말을 마친 그는 얼굴을 내 입술에 가져다 댔다. 그리고 기다란 손가락으로 얼굴을 톡톡 두드렸다. 나더러 그곳에 키스하라는 것이었다.
  • 난 거절했다. 그리고 그를 밀치려고 했다. 그러나 그는 너무 무거워 꿈쩍하지 않았다. 손바닥에 닿은 그의 가슴은 딱딱했다.
  • “어서 가. 곧 돌아올 거야.”
  • 이 말은 물론 거짓말이었다. 소국진이 이렇게 빨리 돌아올 리 없었다. 난 단지 이런 관계가 위험하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 주동욱은 꿈쩍하지 않고 나한테 키스하려고 했다. 난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의 입술은 자연스럽게 내 얼굴에 닿았다. 그리고 목으로 이동했다.
  • “그 인간, 아직 메인요리가 오르지도 않았는데 빨리 올 리가 있겠어?”
  • 주동욱은 그 일을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