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화 멀리멀리 도망쳐라
- 그제야 나는 생각났다. 확실히 나는 소국진과 잘 지내겠다고 할머니에게 약속했다. 그러나 지금 소국진의 꼴을 보면 이게 어디 잘 지내려는 모습인가. 마음속으로 심하게 갈등하다가 나는 결국 가방을 들고 그의 뒤를 따랐다.
- 대문을 나설 때 나는 길 건너에 볼품없는 은빛 BMW 한 대가 서 있는 것을 보았다. 이 승용차가 비록 재벌 2세들은 전혀 거들떠보지도 않는 몇천만 원짜리지만, 나는 한눈에 알아보았다. 바로 이틀 전에 주동욱이 산 차였다.
- 그는 평범하면서도 신비한 것을 좋아하는 내 취향을 알고 이 차가 확실히 평범해서 눈에 띄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해공갈 자들의 눈에도 차지 않기 때문에 나를 태우고 출퇴근하기에 딱 적당하고 거기에 출퇴근 때 사람들이 남자 친구의 배려를 부러워는 하지만, 뒤에서 나를 험담하지는 않을 테니까 불필요한 트러블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