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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짬밥은 무시 못해

  • 그러나 주동욱은 덤덤한 얼굴로 고개도 들지 않고 물고기를 집어 입에 넣었다. 그리고 나서야 느긋하게 말했다.
  • “형 부탁으로 서류 가지러 왔다가 형수님이 식사 준비를 하고 있기에 밥이나 얻어먹으려고요.”
  • 그리고 장난스럽게 말했다.
  • “소씨 가문에서는 밥을 얻어먹으면 안된다는 규정도 있어요?”
  • 그녀는 말문이 막힌 듯 고개를 나에게 돌리고 물었다.
  • “물고기는 왜 했어? 비리고 가시도 많은데. 국진이가 가시에 걸리면 어떡할 거야?”
  • 소국진은 바보라서 물고기 먹을 때 가시를 바를 줄도 모른다는 건가?
  • 나는 괜스레 트집을 잡는 시어머니에 화가 났다.
  • 내가 고분고분 말을 듣자 그녀는 점점 더 못되게 굴었다.
  • “네가 한 도시락 좀 봐. 예쁘지도 않고 기름도 가득하고. 국진이가 어떻게 먹으라고 그래? 우리 국진이가 배고프라고 이렇게 한 거지?”
  • 그녀의 호통을 듣고 있는 나는 화가 났다. 세상에 어쩜 이렇게 지독한 여자가 있는 거지? 그런데 그 도시락은 누가 한 거란 말이지?
  • 난 주동욱을 바라보았다. 그는 날 보며 눈을 찡긋했다. 순간 음식이 못생긴 게 이해가 되었다. 주동욱이 음식에 다른 짓을 하지 않은 것만 해도 감지덕지해야 했다.
  • “뭘 보는 거야? 내가 지금 말하고 있잖아?”
  • 시어머니는 혼자서 말을 하다 보니 화가 치민 것 같았다.
  • 다 내 잘못이지. 당신의 쇼에 맞장구를 쳐주지 않아서.
  • “다시 할게요.”
  • 나는 말하고 나서 도시락통을 들고 자리를 피하려고 했다. 트집을 잡는 시어머니는 피하는 게 상책이었다.
  • 그러나 그녀는 내가 자리를 피하게 내버려 두지 않았다.
  • “어디로 가는 거야? 내 말 아직 안 끝났어. 말 좀 했다고 듣기 싫다 이거야? 내가 귀찮은 거냐고?”
  • 난 참았다. 다투기라도 하면 끝이 없기 때문이었다.
  • “어머님, 제가 그럴 리 있겠어요?”
  • 그녀는 코웃음을 쳤다.
  • “안 그러긴? 세상에 네가 하지 못할 일이 있겠어? 내가 네 시어미만 아니었다면 날 치고 싶었겠다?”
  • 역시 짬밥은 무시 못하는 법이다.
  • 그녀가 뭐라고 말을 더 하려고 할 때, 주동욱이 벌떡 일어나며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그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우리 둘은 깜짝 놀라 멍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 그는 고개를 들고 순순히 웃었다.
  • “이 물고기 너무 맛있네요. 형수님, 어떻게 하신 거예요? 우리 집 아줌마가 한 것보다 훨씬 맛있어요. 국진이 그 자식 참 복도 많아요. 형수님처럼 현모양처를 와이프로 맞이하고 말이에요. 전 언제 그런 복을 누리겠어요?”
  • 시어머니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녀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일어서서 자리를 피해 위층으로 올라갔다.
  • 나는 그녀를 따라 올라가며 몰래 주동욱을 힐끔 보았다. 그는 나에게 눈썹을 꿈틀해 보이며 입모양으로 말했다.
  • “고마워하지 마. 몸으로 갚으면 되니까.”
  • 난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는 참 말도 야하게 잘한다.
  • 시어머니는 방을 보고도 만족스럽지 못한 얼굴이었다. 그러나 주동욱이 있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소파에 앉았다. 주동욱이 떠나고 나서야 날 잡을 생각인가 보다.
  • 주동욱도 한참 앉아 있다가 정말로 일이 생겼는지 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몰래 물었다.
  • “핑계를 대서 같이 갈까?”
  • 난 생각을 해보다 고개를 저었다.
  • 지금 피한다고 해도 나중에 또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나더러 일이 있으면 전화하라고 했다.
  • 주동욱이 가자마자 시어머니는 굳은 얼굴로 짜증을 냈다.
  • “아주 다 컸다 이거야? 네 역성을 드는 사람도 있고.”
  • 난 억지로 웃음을 짜냈다. 다 당신이 가르친 거잖아?
  • “왜 말을 안 해?”
  • 그녀는 날 흘겨보며 화를 냈다.
  • “다 갔는데 아직도 착한 척 연기하는 거야? 네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내가 모를까 봐 그래?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착한 척 얌전을 떨고 있는 거 내가 모를 거 같아? 다들 내가 널 구박하는 줄 알 거잖아.”
  • 참 상상력도 뛰어나다.
  • 난 해명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기에 아예 말을 하지도 않았다.
  • 그러자 그녀는 김빠지는지 씩씩거렸다.
  • “뭐 하는 거야? 얼른 식사를 내오지 못해? 시어머니가 너희 집에서 물도 못 얻어먹는 거 아니야?”
  • 아니… 그럴 시간도 주지 않았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