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화 개처럼 비천하다
- 예전에 나는 헤어날 수 없을 정도로 소국진을 사랑했다. 왜냐하면 최청아가 나를 강물에 빠뜨려서 내가 거의 죽어갈 때 나를 구해준 사람이 바로 그였고, 그가 나타나기만 하면 연미라는 상냥한 모습으로 바뀌어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 아주 저속한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지만, 아무튼 나는 이렇게 나의 생명의 은인을 사랑하게 되었다. 예전에 청춘 드라마를 보면서 참 신기하다고 느꼈지만, 죽음 앞에서 발버둥 쳐보지 않은 사람은 희망을 잡은 그 순간이 어떤 기분인지 영원히 알 수 없을 것이다.
- 내가 물속에서 발버둥 치고 있을 때, 강기슭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차가운 얼굴로 나의 생사를 무시한 채 비웃고 있을 때 유독 그 혼자만 하늘에서 내려온 신령님과도 같이 물속에 뛰어들어 나를 구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