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내가 하룻밤을 보내게 될 거라고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전까지 난 아주 보수적인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남편과 2년 동안 연애를 했지만 관계를 가진 건 결혼한 첫날밤이었다.
내가 이러는 게 스스로 안기는 게 아닐까? 취해서 정신이 없으나 아주 잘생긴 외모를 가진 이 남자는 내 남편의 친형제 같은 소꿉친구이다.
난 내 모든 것을 남김없이 남편에게 주었지만 그는 나한테 뭘 해줬던가?
그는 날 배신하고 바람을 피웠다. 그 상대는 어이없게도 친구의 후배였던 것이다. 아무리 바람둥이라도 주변 사람은 건드리지 않는 게 이치가 아닌가? 남편이 먼저 날 배신하지 않았다면 나도 이러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의 난 다른 남자와 하룻밤을 보내지 않으면 이십여 년간 순결을 지켜온 나한테 너무 미안할 것 같았다.
그래서 바람을 피운 남편에 대한 벌로 난 그의 친구를 꼬시기로 했다.
주동욱은 많이 취해 날 알아보지 못했다. 나를 아직 그의 외모에 흠뻑 빠진 빠순이인 줄 아는 듯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나를 끌어안은 채, 호텔의 룸으로 들어왔다.
난 그에게 밀쳐져 문에 기댔다. 그의 뜨거운 몸이 내 살에 닿고 축축한 콧김이 내 얼굴을 간지럽혔다. 난 그의 숨냄새가 아주 매혹적이라고 생각했다.
주동욱은 겉보기에는 건들거리나 알고 보면 아주 시크한 남자였다.
“혼자 왔어?”
그의 허스키한 목소리는 아주 매력적이었다.
“지금 둘이잖아?”
내가 시선을 들자 마침 눈을 내리깐 그와 시선이 마주쳤다. 그의 아름다운 눈을 덮고 있는 속눈썹은 아주 진하고 길었다.
순간, 이렇게 하룻밤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킬킬 웃더니 길죽한 손가락으로 내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리고 코, 입술을 쓰다듬더니 마지막에는 쇄골을 지분거렸다. 간질거리나 싫지 않은 느낌이었다. ‘바람둥이’라는 그의 별명에 어울리는 손놀림이었다.
“틀렸어, 둘이 아니라 하나 반이야.”
“남은 반 명은?”
난 이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호기심 많은 성격상 캐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저 내 질문이 그의 흥을 깨뜨리지 않길 바랄 뿐이었다.
그러나 그는 대수롭지 않은 얼굴로 허리를 굽히고 커다란 손바닥으로 내 허벅지를 잡더니 순식간에 날 번쩍 안아 들었다. 그리고 싱긋 웃더니 말했다.
“남은 반 명은 어디 있냐고? 곧 네 몸에 들어갈 건데.”
“뭐라고?”
처음에는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난 그의 호탕한 웃음소리와 함께 침대에 눕혀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그때 난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고 심장도 쿵쾅거리고 있었다. 그의 놀림을 받아서 창피한 건지, 야한 말을 들어 부끄러운지 나도 알 수 없었다.
그는 급히 내 몸에 엎드린 채, 만지지 않고 허리를 굽혔다. 그리고 얼굴로 부드럽게 내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의 얇은 입술이 내 귓불을 살짝 건드리자 난 그의 목을 꽉 끌어안았다. 귓불은 민감한 부위였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그의 키득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어디 불편해?”
“불편하다고 하면 풀어줄 거야?”
내가 물었다.
“아니.”
그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난 갑자기 짜증이 치밀었다.
“그럴 거면서 왜 물어?”
그는 고개를 들고 내 입술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그리고 목을 따라 내 셔츠의 단추를 풀었다. 그러자 옷이 확 열리며 적나라한 내 몸이 그의 눈앞에 드러났다.
그는 행동을 멈추고 숨을 거칠게 내쉬었다. 튼실하던 가슴이 눈에 띄게 부풀어올랐다. 난 그의 셔츠가 찢어질까 걱정이 되었다.
“네 뜻을 존중할게.”
그가 대수롭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
난 어이가 없었다. 내 뜻을 존중하겠다고? 그럼 날 풀어줘야 할 게 아닌가? 그러나 그는 나의 매서운 눈빛을 아무렇지 않게 넘기며 말했다.
“불편하고 말고는 느낌인데 할지 말지는 네 선택이지.”
“그래서?”
난 이 사람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예전부터 알고 있던 사이가 아니라면 난 그가 미친 놈인 줄 알았을 것이다.
그는 이미 상의의 단추를 풀어헤치고 탄탄한 가슴 근육을 드러냈다. 세어 보니 8개가 맞았다.
그는 피부가 하얬지만 할리우드 마초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나의 호흡도 덩달아 가빠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