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0화 못 보는 사이에 많이 여위였사옵니다
- 마차는 서북 문에서 성을 나서서 서쪽으로 향했으며 가는 길의 풍경이 아주 좋았다. 길 옆에는 꽃들이 만발했고 부들이 바람에 하늘거렸으며 매미소리가 잔잔하게 들려왔다. 이 길이 향하는 곳은 외딴곳이었기 때문에 가는 길에 행인이 별로 없었고 가끔 산골의 주민이 수레에 짐을 싣고 성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 효진은 이런 모습들을 바라보며 마음이 어느 정도 안정이 되었고 발을 올리고 밖을 내다보며 풍경을 구경하기에 바빴다. 봉선화도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지만 가끔 눈을 뜨고 효진을 힐끔거렸다. 가인 가연은 모두 시선을 내리깔고 단정히 앉아 가냘프고 약한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점점 구석진 자리로 옮겨갔다.
- 마차는 그렇게 길을 떠났고 중도에 멈춰 말이 풀을 뜯고 물을 마시며 한 번 쉬었다가 곧장 덕수사로 향했다. 덕수사는 아주 멀었고 적어도 한 개 반 시진이 지나서야 산기슭에 이를 수 있었는데 산기슭에 도착한 뒤에 한 시진 정도 더 올라가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