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 서재에 추가하기

이전 화 다음 화

제7화 지우민의 아버지에게 시집가다!

  • 1월 중순의 날씨는 조금 쌀쌀했고 계속 비가 내려서 체감 기온을 더 떨어뜨렸다.
  • 안윤영은 달력을 보며 슬픈 눈빛을 했다.
  • 오늘은 18일, 엄마의 기일이다…
  • 안윤영은 오늘 현승이와 함께 엄마한테 가려고 했지만 날씨가 너무 안 좋아서 아이는 나중에 데려가기로 했다.
  • 공원묘지에는 아무도 없어서 썰렁했다.
  • 안윤영은 꽃을 들고 까만 우산을 쓴 채 천천히 엄마의 묘지 앞으로 다가갔다.
  • 뜻밖에도 묘지 앞에 이미 두 사람이 서 있었다.
  • 여자는 안윤정이고 남자는 이른바 그녀의 아버지, 안건평이다.
  • “윤영아, 오랜만이야. 윤정이한테서 네가 왔다는 말을 듣고 이리로 올 거라는 생각에 기다리고 있었어.”
  • 세월이 주름 잡은 안건평의 얼굴에 감개무량한 표정이 어려있었다.
  • 안윤정이 안윤영이 왔다고 했을 때 조금 믿기지가 않았다.
  • 그녀의 어머니의 기일을 계산해낸 안건평은 어머니에 대한 안윤영의 감정을 미루어 봤을 때 반드시 이곳에 올 거라고 생각했다.
  • 그래서 아침 일찍부터 요행을 바라며 기다렸는데 드디어 그녀가 나타난 것이다.
  • 오 년 전의 일은 자랑할 만한 것은 못되지만 안윤정은 그 일 때문에 고 씨 가문에 빌붙을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죽어가던 안 씨 가문에 터닝포인트를 만들었다.
  • 그는 어떤 누구라도, 자신의 눈앞에 있는 친딸도 안 씨 가문의 그 평화를 깨뜨리게 둘 수 없었다!
  • 안윤영은 싸늘한 눈빛으로 가식적은 그를 쳐다보았다.
  • “가세요. 제 엄마의 고요를 깨뜨리지 말고요.”
  • “윤영아, 이미 다 지나간 일이잖아. 우리 부녀 둘이서 잘 얘기해 보자…”
  • “윤영아…”
  • 안윤영은 안건평이 뭐라고 떠들든 아랑곳 않고 엄마에게 꽃을 드리고 성묘를 했다.
  • 제사를 지낸 그녀는 뒤에 있는 두 사람은 쳐다보지도 않고 홱 몸을 돌렸다.
  • 안하무인인 안윤영의 모습에 풀 메이크업을 한 안윤정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 이 쌍년, 무슨 낯짝으로 거만하게 구는 거야!
  • 그녀가 옆을 지나갈 때, 안윤정은 그녀의 팔목을 덥석 잡았다. 그녀의 살갗을 파고들 듯 힘껏 말이다.
  • “안윤영, 너희 엄마 유품 안 갖고 싶어?”
  • 안윤영은 걸음을 멈췄다.
  • 안윤정은 그 모습에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 “네 엄마 유품 받고 싶으면 우리랑 집에 가!”
  • 비는 점점 더 세차게 내렸다.
  • 익숙한 별장 앞에 선 안윤영의 예쁜 얼굴이 굳어졌다. 온몸에 으스스한 기운이 감돌았다.
  • 안 씨 가문 저택. 삭막하고 징그러운 집.
  • 오 년 전, 엄마의 병을 치료해 주기 위해 울면서 이들에게 돈을 구걸했다. 그 결과 몸을 파는 거래를 바꿔왔다…
  • 그런데 오 년 후에 이곳으로 다시 돌아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 “윤영아, 날이 차. 따뜻한 것 좀 마셔.”
  • 안윤영이 집으로 들어서자 안건평은 메이드에게 차를 가져오도록 했다. 다정하고 자상한 아버지 행세를 하면서.
  • 자상한 아버지?
  • 안윤영은 차갑게 비웃었다.
  • 엄마가 임신했을 때 밖에서 놀아났던 사람이었다, 저 인간은.
  • 엄마는 그녀를 낳고 줄곧 건강이 좋지 않았다. 그런데 이 개 같은 남자는 그녀가 여덟 살때 엄마를 협박해 강제로 이혼을 했다.
  • 빈 몸으로 쫓겨난 엄마는 그녀를 키울 돈이 없어서 안 씨 가문에 둘 수밖에 없었다.
  • 이혼한 지 한 달도 안 돼 안건평은 새엄마와 결혼했다. 게다가 그녀보다 세 달밖에 어리지 않은 동생도 데리고 왔다.
  • 새엄마는 그녀를 미워했다. 싸늘한 눈총, 찬밥, 매질은 어린 그녀에게 다반사였다.
  • 하지만 안건평은 보고도 모른 척했다…
  • 엄마가 돌아가신 후, 그녀는 이 차가운 안 씨 가문과는 더 이상 얽힐 일이 없었다!
  • “말해요. 절 왜 부른 건데요?”
  • 안윤영은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
  • 갖은 방법으로 그녀를 집에 부르더니 또 가식적으로 잘해주었다. 틀림없이 그녀에게 부탁할 것이 있는 것이다.
  • “아빠, 쓸데없는 말 하지 마시고 바로 얘기해요.”
  • 안윤정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 “안윤영, 그냥 내가 말할게! 네가 다시 안 씨 가문에 돌아오는 걸 허락할게. 계속 안 씨 가문 큰 아가씨 노릇을 해도 되는데 조건이 하나 있어.”
  • 안윤정은 경멸하듯 말했다. 마치 쓰레기를 보는 눈빛으로.
  • “지 대표님한테 시집가겠다고 약속하면 안 씨 가문 큰 아가씨의 신분으로 보내줄게. 그래야 체면이 서니까.”
  • “오 년 전에도 4천만 원 때문에 몸을 팔았는데 이제 순진한 척할 필요도 없어. 지 대표님을 따라서 안 씨 가문 큰 아가씨 신분으로 살아간다면 앞으로 먹고 입을 걱정은 없을 거야.”
  • 각박하게 말하는 안윤정의 눈빛에 질투가 스쳤다.
  • 그녀는 안윤영을 질투했다. 고승원을 가져본 적이 있는 그녀를 질투했다.
  • 오 년 전, 안윤영이 고승원과 잠자리를 가진 후, 그녀는 다시 그 남자를 가져볼 기회가 없었다.
  • 비록 그가 안 씨 가문을 대폭적으로 지원했고 그녀가 원하는 건 모두 들어줬지만 그녀가 진정으로 원하는 건 고승원이라는 사람이었다!
  • 안윤정의 말을 들은 안윤영의 얼굴에 놀라움이 스쳤다.
  • “지우민?”
  • 현승이 친아빠?
  • “네가 감히?”
  • 안윤영이 지우민을 거론하자 안윤정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 “네가 감히 지우민 도련님을 생각해? 지우민 도련님 아버지, 지강득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