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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지갑을 돌려주다

  • 그는 돌아갈 때 지갑이 없어진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와 접촉한 사람은 오직 공항의 그 아이뿐이었다!
  • 거만한 남자의 태도에 안윤영은 순간 짜증이 밀려들었다. 그는 화를 억누르며 설명했다.
  • “지갑은 당신이 떨어뜨렸고요. 저는 좋은 마음으로 돌려드리려고 연락했어요.”
  • “주안 호텔로 보내요. 안 그럼 결과는 스스로 책임져야 할 거예요.”
  • 고승원은 냉담한 목소리로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 그는 이런 여자와 더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지갑 안에 중요한 카드가 몇 장 들어있는데 재발급을 받으려면 조금 귀찮아졌다…
  • 통화 종료음을 들은 안윤영은 정말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았다!
  • 뭐 이런 이상한 남자가 다 있어! 이렇게 당당하게 그녀에게 명령하다니!
  • 지갑을 쥔 안윤영은 그것을 변기에 넣어버리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
  • 하지만 금방 귀국했는데 더 이상 성가신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아 억지로 참았다.
  • 아들이 들고 있던 주민등록증을 지갑에 넣은 안윤영은 마음이 놓이지 않는 듯 물었다.
  • “지갑에 있던 다른 물건 중에서 또 건드린 거 있어?”
  • “아니요. 주민등록증만 잠깐 봤어요.”
  • 안현승은 까만 눈을 깜박이며 말했는데 그 모습에서 악의를 찾아볼 수 없었다.
  • 안윤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가죽 지갑을 가방에 넣었다. 그리고 핸드폰을 열어 아이에게 배달 음식을 시켜주었다.
  • “너 때문에 엄마가 나가봐야 해. 세 시간이면 오는데 현승이 혼자 괜찮지?”
  • 안윤영은 아들을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 이곳에서 주안 호텔까지는 왕복 두 시간이 걸렸고 잠시 꾸물대면 세 시간 가까이 걸릴 것이다.
  • “네.”
  • 안현승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의 눈빛에서 꿋꿋함이 느껴졌다.
  • “그럼 현승이 좀 이따 밥 다 먹고 졸리면 방에 들어가서 자. 엄마가 다 치워놨어.”
  • 안윤영은 그렇게 당부했다. 올해 운세가 나쁘다더니 귀국하자마자 골치 아픈 일에 휘말렸다.
  • 안현승은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이고 말랑말랑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 “알겠어요. 엄마 빨리 가요. 안 그럼 엄청 늦어질 거예요.”
  • 안윤영은 왠지 아들이 자신이 빨리 가길 바라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착각이겠지…
  • 주안 호텔.
  • 한무리의 사람들이 열띤 수다를 떨고 있었다. 갑자기 누군가가 무언가 떠오른 듯 입을 열었다.
  • “설 전에 GK 그룹이 FM 그룹의 리사님과 콜라보를 한다고 들었어요. 정말 금상첨화네요. 리사님이 진두지휘를 하면 GK 그룹이 패션 분야에서는 완벽히 자리를 잡을 거니까요.”
  • 고승원은 덤덤하게 대꾸했다.
  • “네.”
  • “오늘 리사님이 귀국한다고 하지 않았나요? 얼굴 보셨어요?”
  • 그 질문에 고승원의 시선이 옆에 있던 안윤정에게 향했다.
  • 안윤정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일이 언급되자 어색하게 웃었다.
  • “아니요. 일이 좀 생겨서 놓쳤어요.”
  • “무슨 일인데?”
  • 고승원의 목소리가 갑자기 차가워졌다.
  • 남자의 싸늘한 동공과 마주친 안윤정은 깜짝 놀랐다. 그녀는 한참 동안 우물쭈물하다가 겨우 몇 글자를 뱉어냈다.
  • “오늘 승원 씨도 마침 그 비행기라서, 그래서…”
  • 고승원은 공과 사가 분명한 사람이었다. 그는 나지막이 말했다.
  • “비서 자리는 네가 갖겠다고 한 거잖아. 근데 마중을 나가는 일도 제대로 못해?”
  • 안윤정은 조금 억울했다.
  • “저는 승원 씨가 보고 싶어서…”
  •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승원이 잘라버렸다.
  • “공과 사를 구분하는 건 비서로서 가장 기본적인 직업윤리야!”
  • 안윤정은 말을 잇지 못한 채 고개를 떨구고 손톱만 뜯었다.
  • 고승원은 그녀에게 대놓고 면박을 주었다.
  • “비서를 맡았으면 할 일을 제대로 해.”
  • “알겠어요…”
  • 안윤정은 나지막이 대꾸했다.
  • 여전히 싸늘한 표정의 고승원이 긴 손가락을 테이블에 걸치고 말을 이었다.
  • “보름 뒤에 FM 그룹의 송년회가 부일 호텔에서 열릴 거야. 눈치껏 하는 게 좋을 거야.”
  • 같은 시각, 안윤영은 택시를 타고 호텔 아래층에 도착했다.
  • 택시에서 내린 안윤영은 로비에 들어서서 그 거만한 남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 전화는 한참 동안 울려서야 연결되었다.
  • “주안 호텔에 도착했어요. 내려와서 지갑 받아 가세요. 아니면 제가 호텔 프런트에 맡길게요.”
  • 안윤영은 그 남자가 자신의 의도를 오해할까 봐 바로 덧붙였다.
  • “갖고 와요, 816호로.”
  • 고승원은 그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 참자!
  • 안윤영은 힘껏 핸드폰을 움켜쥐었다.
  • 도착까지 했는데, 지갑을 그 남자 손에 건네주기만 하면 모든 일이 완벽하게 마무리되는 것이다. 그녀는 반드시 참아야 했다!
  • 엘리베이터를 타고 8층에 올라간 안윤영은 바로 816번 방을 찾았다.
  • 훌륭한 교양을 갖춘 그녀는 입구에 서서 노크를 했다. 들어오라는 말이 들려서야 그녀는 문을 열었다.
  • 룸에는 남녀 열 명이 있었다.
  • 안윤영은 맞은편에 앉은 고승원을 바로 발견했다.
  • 정장 차림으로 앉아 있는 남자의 무뚝뚝한 카리스마가 단번에 눈길을 끌었다.
  • 이 이상한 남자는 교양 없고 사나웠지만 외모와 분위기는 확실히 출중했다.
  • “안윤영, 네가 왜 여기 있어?”
  • 갑자기 들려온 날카로운 소리가 안윤영의 상념을 깨뜨렸다. 고승원의 옆에 앉아있는 안윤정을 본 그녀는 깜짝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