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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엄마가 새아빠를 꼬신다

  • 약속시간과 장소를 정한 안윤영은 깔끔하게 전화를 끊었다.
  • 지우민은 핸드폰을 든 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 그저 한 번 시도해 보려는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던 것이다. 실낱같은 희망밖에 품지 않았다.
  • 하지만 리사가 바로 허락할 줄은 몰랐다!
  • 그는 입꼬리를 비스듬히 올리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 이번 일이 성사된다면 그 노인네도 자신을 높이 평가할 것이다…
  • 한편.
  • 안윤영은 아이에게 밥을 먹이고 있었다.
  • “엄마가 죽을 끓였으니까 현승이 얼른 먹어.”
  • 안윤영은 핸드폰을 소파에 내려두고 아들과 밥을 먹었다.
  • “엄마, 아까 누구랑 통화했어요?”
  • 안현승은 궁금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 “네 친아빠.”
  • 안윤영이 대답했다.
  • “고승원 아저씨예요?”
  • 안현승의 얼굴에 웃음기가 돌았다.
  • 안윤영은 어이가 없었다. 이 아이가 언제 고승원의 이름까지 기억했을까.
  • 그런 이상하고 나르시시즘이 강한 남자는 평생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았다.
  • “너네 아빠 아니야. 이상한 생각하지 마. 네 친아빠는 지우민이라고!”
  • 원래 밝았던 안현승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이는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
  • “그 사람은 우리 아빠가 아니에요! 고승원 아저씨가 아빠예요!”
  • 안윤영은 어리둥절했다. 고승원이랑 한 번밖에 못 만났으면서 왜 약이라도 먹은 듯 그를 아빠라고 생각하는 거야?
  • “아니야. 이상한 생각하지 마!”
  • 오후.
  • 안윤영은 파스텔 톤으로 옷을 입었다. 흰색 셔츠에 베이지색의 코트를 입어 세련되면서도 부드러운 무드를 연출했다.
  • 그녀는 연한 화장을 하고 머리를 말고 방에서 나왔다.
  • 거실에서 티비를 보던 안현승은 엄마의 모습을 보더니 눈을 반짝였다.
  • “엄마, 새아빠를 꼬시러 가는 거예요?”
  • ???
  • 안윤영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들의 생각이 언제부터 이렇게 아방가르드했지?
  • “오후에 친아빠 보게 해줄게.”
  • 안윤영이 말했다. 지금이 1시 30분이니 30분 정도는 더 꾸물거릴 수 있었다.
  • 안현승의 표정에 놀라움과 기쁨이 교차했다. 말투에서도 기쁨이 느껴졌다.
  • “고승원 아저씨 만나러 가요?”
  • 안윤영은 절망했다.
  • “지우민, 말했잖아!”
  • 녀석이 정말 고승원에게 영혼을 뺏긴 건가?
  • 안현승은 이내 얼굴을 찌푸렸다.
  • “안 가요!”
  • “가기 싫어도 가야 해.”
  • 안윤영은 아이를 들었다.
  • “지우민 한 번 만나고, 앞으로 아무나 아빠라고 부르지 마.”
  • 안현승은 억울한 듯 입술을 삐죽이며 불만스럽게 말했다.
  • “그런 바람둥이가 우리 아빠일 리 없어요. 저처럼 한결같고 똑똑한 아이는 절대 그런 사람이 낳았을 리 없다고요!”
  • “아들은 엄마를 닮는다고 하잖아. 현승이는 엄마 닮은 거야.”
  • 안윤영은 통통한 아들의 뺨을 두드리며 말했다.
  • 얼른 아들이 진실을 깨닫게 해야 했다. 매일 고승원을 생각하면 큰일이니까.
  • 안윤영은 그 남자만 생각하면 닭살이 돋았다.
  • “난 이렇게 똑똑하잖아요. 엄마를 닮았을 리 없어요!”
  • 안현승은 단호하게 말했다.
  • “…”
  • 이 자식이 내가 멍청하다고 싫어하는 거야?
  • 안현승이 아무리 떨떠름해도, 안윤영은 아이를 차에 태웠다.
  • 가는 길 내내 그녀는 신신당부했다.
  • “가서 만나기만 하는 거야. 헛소리하지 마.”
  • “제 아빠라고 인정하지 않을 거예요.”
  • 안현승은 시무룩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아이는 창문에 엎드린 채 창밖을 빤히 바라보았다.
  • 미드 백화점까지 운전한 안윤영은 아들을 데리고 차에서 내렸다.
  • 오후 시간이라 카페에 사람이 많지 않았다.
  • 쭉 둘러본 안윤영은 구석에 앉아 있는 남자를 금방 발견했다.
  • 그녀는 아들을 끌고 다가갔다. 지우민인 걸 알았지만 의례 물었다.
  • “안녕하세요, 지우민 씨인가요?”
  • 그 목소리를 들은 남자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 베이지색 코트를 입은 여자는 머리를 살짝 말아올리고 연한 화장을 하고 있었다. 그녀에게서 산뜻한 분위기가 풍겼다.
  • 그녀의 미소는 온화했고 맑고 예쁜 눈은 영기를 머금은 호수 같았다. 지우민은 순간 마음이 떨렸다.
  • 하지만 그녀의 옆에 있는 아이를 본 그의 눈빛이 점차 깊어졌다.
  • “안윤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