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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안윤정과 마주치다

  • 안윤영은 급히 시선을 돌리고 고승원에게 다가가 지갑을 건넸다.
  • “고승원 씨, 당신 지갑이에요. 안에 없어진 물건 있는지 확인해 보세요. 없어진 거 없으면 전 이만 가볼게요.”
  • 그녀가 단숨에 말을 마치고 나가려는데 안윤정이 그녀를 불러 세웠다.
  • “언니가 왜 여기 있어?”
  • 안윤영은 깨끗이 사라져야지? 왜 갑자기 돌아온 거지? 그것도 고승원 앞에? 그의 지갑을 들고?!
  • 안윤정의 눈이 매섭게 번뜩였다.
  • 마침 고승원에게 혼이 나고 화풀이를 할 곳이 없었는데, 나이스 타이밍이었다.
  • 안윤영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녀는 더 이상 안 씨 가문 사람들과 엮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입가에 엷은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 “죄송해요. 사람 잘못 보셨어요.”
  • 그녀가 나가려고 하는데 안윤정이 등 뒤에서 소리쳤다.
  • “언니, 집 나간 지도 오 년이 됐잖아. 아빠가 보고 싶어 하셔. 시간 있으면 집에 좀 와.”
  • 안윤정이 스타트를 끊자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 “저 사람이 안 씨 가문의 사생아야?”
  • “몇 년 전에 돈 몇 푼 때문에 뻔뻔스럽게 남자의 침대로 기어올라갔다던데…”
  • “쉬쉬… 조용히 말해. 그 사람 아직 안 갔어.”
  • 안윤정은 그들의 말을 들으며 속으로 기뻐했다. 모두 그녀가 낸 소문이었으니까.
  • 옛날 안 씨 가문의 큰 아가씨가 이제는 모두가 싫어하는 걸레가 되었다!
  • 그녀는 안윤영의 명예가 땅으로 추락하길 바랐다. 그녀는 안윤영이 상갓집 개처럼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걸 좋아했다. 그럼 그녀는 통쾌해졌다!
  • 사생아?
  • 안윤영은 화가 나서 몸이 떨렸다. 그녀의 어머니가 안건평의 조강지처인데 왜 그녀가 사생아가 된 걸까?
  • 보아하니 몇 년 사이에 자신에 대한 헛소문을 적잖이 퍼뜨린 것 같았다.
  • 안윤영은 모든 걸 참을 수 있었지만 어머니를 모욕하는 건 참을 수가 없었다.
  • 안윤영은 그녀를 돌아보며 무거운 눈빛으로 말했다.
  • “그렇구나. 내가 몇 년 동안 바빴어서 말이야. 날 찾아오지도 않고 전화 한통 없길래 안 씨 가문에서 날 잊은 줄 알았지.”
  • 안윤영은 한 글자씩 힘주어 말했다. 맑고 빛나는 눈을 가늘게 뜨자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녀는 방금 전 수군거리던 사람들을 쳐다보며 큰 소리로 말했다.
  • “제 어머니는 안건평 씨의 첫 번째 아내예요. 제 부모님이 이혼하실 때 전 여덟 살이었고요. 근데 제 여동생은 저보다 몇 개월밖에 어리지 않아요. 그럼 누가 사생아인지는 머리가 있으시면 다 알겠죠.”
  • 안윤정은 거들먹거리는 그녀의 모습에 눈물을 글썽였다. 누가 자신을 괴롭히기라도 한 듯.
  • “언니.”
  • 안윤정이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 “나는 아무 말도 안 했잖아. 그저 언니한테 집에 오라고 한 건데.”
  • 안윤영은 비웃음의 뜻을 담아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 “나도 아무 말도 안 했어. 그냥 팩트를 모르는 사람들한테 안 씨 가문의 상황을 알려준 것뿐이야. 이상한 헛소문에 세뇌 당하지 말라고.”
  • 말을 마친 안윤영은 자신을 향한 그윽한 눈빛을 느꼈다.
  • 시선을 따라가보니 고승원이었다.
  • 이 남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 그윽하고 깊은 눈빛, 비스듬히 올라간 입꼬리. 누가 봐도 좋은 구경을 하는 사람의 표정이었다.
  • 동물원의 원숭이가 될 생각이 없는 안윤영은 빠른 걸음으로 나갔다.
  • 문을 닫고 방 안의 세상과 단절된 후에야 비로소 자신의 심장이 밖으로 나올 듯 빨리 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그녀는 안윤정이 무서운 것이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분노를 억누르는 것이다.
  • 바로 저 여자 때문에 그녀의 엄마가 죽었으니까!
  • 안윤정, 그리고 안 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 안윤영은 주먹을 꼭 쥐고 자리에 서서 마음을 다잡았다. 그녀는 그제서야 평온한 표정을 되찾았다.
  • 집에 돌아왔을 때, 현승이는 이미 잠들어 있었다.
  • 침대 위에 작게 웅크린 실루엣을 본 안윤영은 마음이 편해졌다.
  • 단잠에 빠진 아들의 얼굴에 뽀뽀를 한 그녀는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띄웠다.
  • 다행히 난 이제 혼자가 아니야. 나에게는 현승이가 있어. 나의 보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