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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GK 그룹의 대표와 약속을 잡다

  • 안윤영은 미소를 지으며 흐뭇하게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 화가 나지는 않았다. 비록 그들 두 사람은 그날 밤의 서사가 있었지만 그와 함께 살고 싶다는 생각은 한 적 없었다.
  • “엄마는 현승이만 있으면 돼. 화 안 내.”
  • 다만 오늘 괜히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 지우민이 그저 무능한 바람둥이인 줄만 알았는데 좋은 면이 전혀 없는 속 좁은 바람둥이였다.
  • 안윤영은 현승이를 안은 채 서둘러 백화점을 나섰다.
  • 멀지 않은 곳에서 안윤정은 몇몇 여자들과 웃음꽃을 피우며 쇼핑을 하고 있었다.
  • 안윤영을 본 그녀는 몇 마디 빈정거리려고 했다.
  • 하지만 안윤영의 품에 안겨 있는 아이의 모습에 멍해졌다.
  • 그 아이는 고승원의 완벽한 축소 버전이었다!
  • 아이가 네댓 살쯤 되어 보였는데 마침 오 년 전 일과 시간이 맞물렸다…
  • 설마, 설마… 저 아이가 안윤영과 고승원의 아들일까!
  • 안윤정은 번개라도 맞은 듯 한동안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 고승원이 저 아이를 본다면 의심할 것이다.
  • 그가 계속 조사한다면 오 년 전의 진실을 찾아내지는 않을까?
  • 만약 그가 모든 걸 알게 된다면 안 씨 가문에서 누리는 부귀영화는 물거품이 될 것이다. 또한 고 씨 가문의 미움을 살 것은 불 보듯 뻔했다!
  • 아무도 감히 이렇게까지 고승원를 속이지 못했으니까…
  • 무시무시한 고승원의 수단을 생각한 안윤정은 덜덜 떨었다.
  • “윤정아? 윤정아?”
  • “응?”
  • 안윤정이 정신을 차리자 친구가 걱정스러운 듯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 “괜찮아? 안색이 안 좋아 보여.”
  • “괜, 괜찮아.”
  • 안윤정이 다시 안윤영을 보았을 때, 그녀는 이미 아이를 데리고 차를 탔다.
  • 멀어지는 차를 보는 안윤정의 얼굴이 험상궂어졌다.
  • 안윤영 이 빌어먹을 쌍년, 몰래 고승원의 씨를 가진 것도 모자라 아이를 낳다니!
  • 오 년 전의 일은 그녀와 그녀의 부모님만 알고 있었다. 이미 넘어간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이가 나타났다!
  • 그녀는 안윤영이 현재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을 파괴하게 둘 수 없었다! 절대로!
  • 아이를 안고 집에 들어온 안윤영은 생각할수록 이상했다.
  • 왜 안윤정이나 지우민이나 그녀가 리사인 것을 믿지 않는 걸까.
  •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그들 모두 리사를 40대의 중년 여자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 이리저리 생각을 굴리던 그녀는 예지후가 이런 소문을 냈을 거라고 확신했다.
  • 예지후는 FM 그룹 대표로서 젊은 나이에 그 자리에 앉았으니 수법이 무척 대단했다.
  • 하지만 여자를 보는 눈이 없었다. 정신이 나간 건지 3년 전 그녀에게 첫눈에 반했다면서 아이 딸린 그녀에게 맹렬한 사랑 고백을 해댔다.
  • 안윤영은 줄곧 강경하게 거절하며 일말의 기회도 주지 않았다.
  • 하지만 그녀가 거절할수록 그는 더욱 극성스럽게 들이댔다.
  • 예지후를 생각하면 안윤영의 얼굴이 어이없다는 듯 일그러졌다…
  •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그의 번호를 눌렀다.
  • “안녕, 미녀. 오늘에 어쩌다 전화를 다 주셨어? 내가 보고 싶어서?”
  • 얌생이 같은 그의 목소리를 들은 안윤영은 참을 인을 새기고 물었다.
  • “왜 외부에 내가 40대 여자라는 소문이 나있어? 네가 그런 거야?”
  • “그래? 왜 난 몰랐지?”
  • 예지후의 약간 미심쩍은 어조로 말했다.
  • “네가 아니면 누군데? 내가 리사라고 하면 믿는 사람이 없어!”
  • 안윤영은 이를 갈았다.
  • 노기등등한 그녀의 목소리에 예지후는 드디어 정신을 차리고 ‘아’ 하는 소리를 냈다.
  • “잊고 있었어. 2년 전에 국내에서 널 수소문하더라고. 우리 FM 그룹의 수석 디자이너인 너를 다른 곳에서 스카우트할까 봐 그런 아이디어를 낸 거야.”
  • 예지후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 “그 유치한 아이디어 때문에 내가 얼마나 답답한 줄 알아? 나랑 협력하려는 사람들한테 리사라고 말하면 아무도 안 믿어.”
  • 안윤영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지우민과 안윤정이 믿지 않은 이유가 예지후가 퍼뜨린 소문 때문이었구나.
  • 점차 거칠어지는 안윤영의 말투에 예지후는 서둘러 위로했다.
  • “믿든 말든 너는 FM 그룹의 유일한 수석 디자이너야. 일주일 뒤의 FM 그룹 송년회에서 내가 직접 안 미녀를 위해 증언할게.”
  • 안윤영은 눈을 흘겼다. 그녀가 그 신분을 의식하는 건 아니지만 그들이 자신을 부정하는 것에 화가 났다.
  • “앞으로 함부로 말하지 마. 너 때문에 비즈니스가 망하게 생겼어.”
  • 안윤영이 중얼거렸다.
  • 지오 패션과의 거래는 FM 그룹에게 애피타이저 급도 안 되지만 지우민이 자신의 아들을 험담한 것만 생각하면 화가 났다.
  • “그래, 그래. 안윤영 씨 말이 다 맞아.”
  • 웃음기를 머금은 예지후의 목소리는 낮고 매력적이었다.
  • “맞다. GK 그룹 쪽의 주문은 설 전에 완성해야 해?”
  • 안윤영은 업무가 생각났다.
  • 귀국한 며칠 동안 엉망진창이었다.
  • 고승원, 그리고 안윤정, 이제는 지우민까지…
  • 그런 일들에 시달리느라 중요한 일을 까먹을 뻔했다.
  • “서두르지 않아도 돼. GK 그룹과의 콜라보는 설 연휴 뒤에 진행할 거야. 송년회에 GK 그룹 사람을 초대하긴 할 건데 내일 그 회사로 찾아가 봐도 되고.”
  • 업무 얘기를 시작하자 예지후의 말투도 진지해졌다.
  • 안윤영이 잠시 생각했다. 협력을 진행하기 전에 GK 그룹의 담당자를 만나긴 해야 했다. GK 그룹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면 만족스러운 옷을 디자인하지 못할 거니까.
  • “그래. 그럼 내일 GK 그룹의 대표랑 약속 잡아줘. 내가 가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