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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제 친구를 데려가고 싶어요

  • FM 그룹 송년회 당일.
  • 폭우가 쏟아져 예지후의 비행기가 연착된 관계로 그가 미리 도착할 수 없게 되었다.
  • 안윤영은 FM 그룹의 디자인팀 대표로서 지각할 수 없으니 미리 현장에 나가야 했다.
  • 안윤영은 긴 치마를 정리하고 사랑스러운 아들을 보며 당부했다.
  • “엄마 엄청 늦게 들어올지도 몰라. 배고프면 간식 먹어도 되는데 너무 많이 먹지 마. 낯선 사람한테 문 열어주면 안 돼.”
  • “엄마, 나갈 때마다 이 얘기 하잖아요. 지겹지 않으세요?”
  • 안현승은 고개를 들어 예쁘고 화려한 엄마를 보며 재촉했다.
  • “엄마는 얼른 파티에 가서 눈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미모를 뽐내야 해요!”
  • “그래. 그럼 엄마는 가볼게.”
  • 안윤영은 아들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맑고 아름다운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가 어렸다.
  • 안윤영은 네이비색 롱 드레스를 입었는데 살짝 타이트한 옷이 그녀의 S 라인 몸매를 그려내고 있었다. 신발은 옷과 매치되는 하이힐로 신었다.
  • 날씨가 추워서 같은 색감의 코트도 입었다.
  • 드레스의 기장이 발목까지 와서 걸을 때마다 아리따운 소녀의 매혹적인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 호텔로 가는 도중에 핸드폰이 울렸다. 국내에서 그녀를 도와줄 비서의 전화였다.
  • 그녀는 하마터면 자신에게 비서가 있다는 걸 잊을 뻔했다.
  • “리사 언니.”
  • 안윤정의 목소리는 가늘고 느렸는데 마치 아첨을 하는 것 같았다.
  • “네, 무슨 일이시죠?”
  • 안윤영이 물었다. 자신이 이 비서와 만난 적도 없는 것 같았다.
  • “다름이 아니라, 리사 언니, 오늘 FM 그룹 송년회에 제 친구 한 명을 데려가고 싶은데 허락해 주시겠어요?”
  • 안윤정은 에둘러 물었다.
  • 이번 FM 그룹 송년회는 국내 상류층 인사들의 집결지였다. 가장 중요한 것은 리사도 참석한다는 것이다.
  • FM 그룹의 수석 디자이너인 그녀에게 수많은 사람들이 아부했다. 그중에는 지우민도 있었다.
  • 지오 패션처럼 의상을 만드는 기업은 수석 디자이너 리사와 인맥이 닿는 것만으로 레벨이 업그레이드되는 셈이다.
  • 지우민은 돈으로 방법을 찾아보려고 했지만 전혀 수확이 없었다. 그래서 염치 불고하고 안윤정에게 도움을 청한 것이다.
  • 안윤정도 지우민의 도움을 받을 일이 있어서 리사에게 부탁하고 있다.
  • 안윤영이 거절하려던 찰나, 이 비서가 고 씨 가문의 예비 사모님이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 그녀는 잠시 고민했다. 고승원이 밉긴 하지만 비즈니스 파트너이니 아량을 베푸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 그래서 고개를 끄덕이며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
  • “그래요.”
  • “고맙습니다, 리사 언니!”
  • 비서의 목소리에 기쁨이 어려있었다. 그녀는 감사 인사를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 안윤정은 밝은 미소를 머금고 핸드폰을 챙겼다. 그리고 지우민을 돌아보며 말했다.
  • “말했어. 들어가게 해줄게.”
  • 빳빳한 와인색 슈트를 입은 지우민의 입꼬리가 환심을 사려는 듯 올라갔다.
  • “역시 안윤정 누나. 이렇게 어려운 일을 말 몇 마디로 성사시키다니.”
  • 안윤정에 대한 그의 아부는 꽤 쓸모가 있었다. 그녀는 안으로 걸어가며 말을 이었다.
  • “나랑 약속했던 일 잊지 마.”
  • 안윤영의 아들은 세상에 남기면 안 된다. 그녀가 지금 직접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니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야 했다. 이게 그녀가 염치 무릅쓰고 지우민을 도와준 이유다!
  • 지우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 “문제없어. 모든 준비는 끝났어.”
  • 안윤영이 부일 호텔에 도착했을 땐 이미 7시가 넘었다. 8시에 송년회가 시작되기 전에 예지후가 도착하길 바랄 따름이었다.
  • 부일 호텔은 L 시에서 제일 럭셔리한 7성급 호텔이다. 이번 송년회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FM 그룹에서 거금을 들여 호텔 전체를 빌렸다.
  • 안윤영이 입구에 들어서자 길을 안내하는 직원이 다가왔다. 그녀가 초대장을 내밀자 그 직원이 제일 꼭대기 층의 연회장으로 안내했다.
  • 연회가 시작되지도 않았지만 홀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 그녀는 국내의 FM 그룹의 사람들과 만난 적이 없었다. 그래서 드나드는 사람들 중에서 아는 얼굴이 없었다.
  • 고민하던 그녀는 아무 자리에나 앉아 예지후가 오길 기다렸다. 책임자가 누구인지도 모르니까.
  • 안윤영이 구석 자리에 앉자 날카로운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안윤영, 네가 왜 여기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