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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유전자 검사를 하다

  • 안윤영은 그대로 굳어졌다.
  • 이게 바로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는 건가?
  • 고승원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여자는 살짝 놀란 표정이었다.
  • 지난 두 번과는 달리 얼굴에 옅은 화장을 하고 있었다. 꼿꼿하게 서 있는 모습에서 지난번보다 강한 포스가 느껴졌다.
  • “리사님?”
  • 그는 흥미로운 듯 말꼬리를 올렸다.
  • 아까 그 자식이 엄마가 올 거라고 하더니 설마 이 여자가 리사인 건가? 재밌네. 그룹으로 움직이면서 나를 흔드는 게.
  • 그 말을 들은 안윤영은 서둘러 표정을 수습했다.
  • “네, 안녕하세요, 고 대표님.”
  • 고승원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훤칠한 키에 피부는 하얬다. 창밖으로 비추는 햇빛에 피부가 더 투명해 보였다.
  • “구면인데 그렇게 예의 차리실 필요 없어요.”
  • 고승원은 의미심장하게 입꼬리를 말아올리고 천천히 말했다.
  • 아까는 아이가 전화를 하더니 이제는 그녀가 리사를 사칭해 나타났다.
  • 이 여자의 수작이 대단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 리사가 GK 그룹에 올 거라는 정보를 입수했으니까.
  • 음…
  • 안윤영은 말문이 막혔다. 그가 GK 그룹의 대표일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다. 귀국하기 전에 공부를 더 했어야 했는데!
  • “본인이 리사라고 했는데 증거 있나요?”
  • 그녀의 키가 커서 고승원은 시선을 조금 아래로 둔 채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 안윤영은 체념한 듯 가방에서 사원증을 꺼내 고승원의 앞에 건넸다.
  • “제 사원증이에요. 한 번 보세요.”
  • 안윤영은 속으로 되뇌었다. 이 사람은 고객이다. 고객은 하늘이다. 절대 화를 내서는 안 된다. 절대 화를 내서는 안 된다…
  • 고승원은 화가 나서 살짝 빨개진 여자의 예쁜 얼굴을 보자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 그는 사원증을 힐끔 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이런 것도 가짜로 만들 수 있죠?”
  • ???
  • 안윤영은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 그녀가 FM 그룹을 대표하지 않았다면 진작에 뺨을 때렸을 것이다.
  • “농담도 잘하시네요. 제가 사원증을 위조해서 뭐 하겠어요. 일부러 대표님을 놀리는 것도 아니고.”
  • 안윤영은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는 눈이 있었는데 그 눈동자에는 차갑지만 타오르는 빛이 퍼져 있었다.
  • “그건 모르죠.”
  • 고승원은 그녀의 말을 받아쳤다.
  • 그는 무표정으로 턱을 살짝 쳐들고 차가운 기운을 뿜고 있었다.
  • 공항에서 우연히 만나 지갑을 주웠고, 아까는 그녀의 아들이 자신에게 전화를 해 아빠라고 하더니 이제는 그녀가 찾아와 본인이 리사라고 했다.
  • 그녀는 정말 수작이 대단했다. 그조차도 순간 믿을 뻔했으니까.
  • “테이블에 서류를 올려두세요. 당신 신분이 확실해지면 다시 얘기하죠.”
  • 고승원은 덤덤하게 말했다.
  • 그는 자신에게 작업을 거는 여자와 더 같이 있고 싶지 않았다! 귀찮으니까!
  • 병신! 개병신! 병신! 병신!!
  • 안윤영은 속으로 이 남자를 가루가 되도록 욕했지만 겉으로는 온화하게 웃었다.
  • 그녀는 두 손으로 서류를 들어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 “천천히 보세요. 꼼꼼히 보세요. 하나도 빠짐없이. 그럼 전 이만.”
  • 고승원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자신 때문에 화가 머리끝까지 났지만 친절한 척 구는 여자를 쳐다보았다.
  • 조금 재밌었다.
  • 안윤영은 그를 상대할 마음이 없었다. 그래서 서류를 놓고 씩씩거리며 돌아섰다.
  • 안윤영이 나가자 고승원의 시선이 테이블 위의 서류로 향했다.
  • 그는 원래 신경 쓸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아이의 말을 떠올린 그는 엉겁결에 서류를 열어 마지막 세 번째 페이지를 펼쳤다.
  • 종이의 안쪽에 가느다란 머리카락이 끼워져 있었다.
  • 그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 그 아이가 말한 시간에 그는 확실히 안윤정과 그 밤을 보냈다.
  • 안윤정? 안윤영?
  • 모두 안 씨 가문의 사람인데 이렇게 공교로운 일이 있나?
  • 유전자 검사는 어려울 게 없었다. 그는 이 여자가 또 무슨 수작을 부릴지 궁금했다.
  • 고승원은 그렇게 생각하며 머리카락을 집어 들고 전화를 걸었다.
  • “나랑 어떤 사람의 유전자 검사를 해줘!”
  • “네, 3일 안에 완성하겠습니다!”
  • FM 그룹의 송년회는 3일 뒤에 열렸다. 그는 그 전에 답을 얻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