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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이 남자는 그녀의 아들과 꼭 닮았다

  • 안윤정은 공손하게 말했다.
  • 오 년 전, 그녀는 이익을 챙기기 위해 함정을 설치해 지우민을 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우연한 실수로 고승원이라는 대어를 낚은 것이다!
  • 고승원은 그녀에게 보답하기 위해 예비 사모님 작위를 줬다. 하지만 그녀에게 늘 미적지근한 태도로 일관했다.
  • 그녀가 리사의 비서 자리를 자청한 것도 GK 그룹이 이번 협력에 신경을 많이 쓰는 만큼 고승원 앞에서 점수를 따려는 속셈이었다.
  • 오늘 그녀는 직접 공항으로 리사의 마중을 나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출장을 갔던 고승원이 일정을 당겨 귀국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게다가 리사와 같은 항공편으로 말이다.
  • 그녀에게 고승원보다 중요한 존재는 없었으므로 리사를 바람 맞힐 수밖에 없었다.
  • 수화기 너머의 안윤정이 우물쭈물하는 걸 보니 정말 무슨 큰일이라도 있는 것 같았다.
  • “알겠어요. 일 보세요. 전 택시 타고 가면 돼요.”
  • 그녀는 그제서야 귀국 전에 대표님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국내에서의 업무에 더 빨리 적응하도록 돕기 위해 비서를 배치했다고 했다.
  • 게다가 듣기로는 그 비서가 고 씨 가문의 예비 사모님이라고 했다. 예비 사모님이라는 사람이 꽤 예의가 바르군…
  • “고맙습니다, 리사 언니.”
  • 안윤정은 안도의 숨을 내쉬고 전화를 끊었다.
  • 귀국한 리사가 국내의 업무를 넘겨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 세간의 소문에 따르면 리사는 40대 후반의 여자라고 했다. 그래서 상대하기 어려울 줄 알았는데 의외로 말이 잘 통했다.
  • 핸드폰을 넣은 안윤영은 계속 문 앞에서 기다렸다. 10분 정도 기다렸지만 아들은 나오지 않았다.
  • 너무 오래 지났는데, 설마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지?
  • 그녀는 남자 화장실의 표지를 쳐다보며 들어가 볼까 망설였다.
  • 바로 그때, 아들이 짧은 다리로 뛰어나오더니 그녀의 바짓가랑이에 매달렸다.
  • “엄마~”
  • 안윤영은 아들을 내려다보았다. 아이는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
  • 아이는 누굴 닮았는지 무척 귀엽게 생겼다.
  • 검은 머리가 푹신푹신하게 머리를 뒤덮었고 동글동글한 얼굴에 젖살이 볼록하게 올라와 있었는데 이목구비가 멋지고 정교한 걸 보면 나중에 훈남이 될 것 같았다.
  • 하지만 지금, 그 또렷한 눈동자에 붉은빛이 띠었다. 작은 입을 삐죽거리는 것이 무척 억울한 일을 당한 것 같았다.
  • 그녀는 무릎을 꿇고 앉아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 “왜 그래, 현승아?”
  • “엄마, 안에서 어떤 아저씨가 괴롭혔어요.”
  • 아저씨? 그녀의 아들을 괴롭혔다고?
  • 그 말을 들은 안윤영은 순간 분노가 치밀었다.
  • 이 남자 낯짝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아이를 괴롭히다니?
  • 안윤영은 아이를 위로하며 기세등등하게 입구에 서있었다. 이따가 나올 남자를 상대로 따질 생각이었다.
  • 얼마 지나지 않아 화장실에서 한 남자가 나왔다.
  • 훤칠한 키의 남자는 빳빳한 블랙 정장 수트를 입고 있었는데 황금 비율인 몸매를 완벽하게 드러냈다.
  • 넓은 어깨와 좁은 허리, 하늘을 찌르는 긴 다리.
  • 완벽한 역삼각형 상체를 따라 올라가던 안윤영의 시선이 남자의 얼굴에 멈춰 섰다. 그녀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 남자의 이목구비는 입체적이고 세련됐는데 오뚝한 콧날과 얇은 입술이 날카로움을 잃지 않았다.
  • 제일 마음이 가는 것은 그의 눈이었다. 먹빛의 눈동자에 약간의 차가움이 배어있었지만 동굴처럼 그윽한 그곳으로 빠져들 것만 같았다…
  • 하지만 안윤영을 놀라게 한 것은 하늘을 거스르는 그의 미모가 아니었다. 그의 얼굴이 자신의 아들의 확대 버전 같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