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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다 오해예요

  • 망강원 별장 내에서 진성원이 깍듯하게 임찬의 앞에 서있었다.
  • “임 선생님,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잘 처리할게요!”
  • 임찬은 고개를 끄덕였고 손을 흔들자 진성원이 이내 떠나갔으며 이번에 진성원을 불러온 이유가 임찬이 진성원한테 허윤하의 일을 조사해 보라고 한 것이었고 임찬은 허윤하와 싸우고 싶지 않았고 허윤하의 변명도 듣고 싶지 않았기에 진성원을 시켜 모든 일을 정확히 조사한 뒤 확실한 증거를 가지고 이 모든 것을 순조롭게 끝내고 싶었다. 진성원이 떠나간 뒤 이내 방혜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 “임찬, 내일 저녁에 어르신 칠순 잔치가 있어, 전에 타고 다녔던 마이바흐를 빌려와서 우리를 데려다줘!”
  • 말을 끝낸 방혜는 임찬에게 말을 할 기회도 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고 임찬은 핸드폰을 들고 씁쓸하게 웃었으며 이 가족들은 도대체 자신을 뭐라고 생각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한 편으로는 그에게 허윤하와 이혼하라고 강요하면서 한 편으로는 허영심에 가족들 모임에서 얼굴을 비추기 위해 자신한테 차를 빌려오라고 하다니. 내일이라는 말에 임찬은 갑자기 내일이 허윤하의 생일이라는 것이 생각났으며 그녀와 어르신의 생일은 같은 날이었지만 어르신의 생신 때문에 허윤하의 생일은 완전히 묻혀 버렸기에 매년 아무도 허윤하의 생일을 축하해 주지 않았다. 3년 동안 임찬만이 그녀의 생일을 기억해 주었고 그는 돈이 없었기에 한 달 전부터 돈이 들지 않는 생일선물을 만들어 줬으며 허윤하는 번마다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임찬은 자신의 최선을 다해서 챙겨주고 있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심지어 허건공과 방혜마저도 전부 어르신에게만 신경을 썼으며 지금 생각해 보면 임찬은 자신이 3년 동안의 노력이 멍청이 마냥 가치가 없는 것 같았지만 어차피 곧 다 끝이기에 중요하지 않았다!
  • 이튿날 저녁 7 시에 진성원은 다급하게 임찬의 별장에 찾아왔고 그는 괴상한 표정으로 말을 하려고 하다가 잠시 멈칫거렸다.
  • “임 선생님, 모든 조사가 끝났습니다!”
  • “왜요?”
  • 임찬은 궁금한 듯 물었고 진성원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 “임 선생님, 제…… 제 생각엔 선생님께서 허 아가씨를 오해한 것 같습니다!”
  • “오해요?”
  • 임찬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 오해라니, 자신이 직접 보고 직접 들었는데 그게 오해라고?
  • “임 선생님, 선생님께서 뭔가를 의심하고 계신 것 같은데 우선 이것을 한 번 보세요. 이건 호텔 복도 감시카메라 영상이에요, 제가 사람을 시켜서 그날 영상을 가져왔어요. 먼저 한 번 보세요.”
  • 진성원은 말을 하며 USB 하나를 꺼내 노트북에 꽂은 후 한 영상을 클릭했고 임찬은 화면을 쳐다보았으며 이건 확실히 JW 호텔 20층 복도였고 이 각도에서 2018번 방이 정확히 보였다. 시간이 지나자 복도에는 한 남녀가 나타났고 서로 부둥켜 안은 채 2018번 방으로 들어갔으며 화면 속의 남자가 바로 임찬이 목격했던 그 남자였으며 임찬은 순간 흠칫했다.
  • 그러면 그날, 그 남자가 여자 한 명을 더 데리고 방에 갔다는 말인가?
  • 임찬은 계속해서 화면을 보았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허윤하가 복도 끝에서 걸어왔고 그녀가 방문 앞에서 노크를 하자 그 남자가 나와서 허윤하를 맞아 주었으며 화면의 끝부분에는 임찬도 찍혔고 그게 바로 임찬이 그녀를 따라 올라왔던 화면이었다. 임찬은 멍 해졌고 처음에 들어갔던 그 여자는 시종일관 나오지 않았으며 그렇다면 지금 방안에는 남자 한 명과 여자 두 명이 있다는 뜻이었다.
  • 이내 임찬은 복도를 떠났고 얼마 되지 않아서 그 방문이 열리더니 허윤하가 눈시울이 붉어진 채 화가 많이 난 듯 옆 계단으로 내려갔다. 임찬은 눈이 휘둥그레졌으며 허윤하가 들어간 지 2분 만에 나왔을 줄은 몰랐다. 그럼 자신이 그때 들었던 목소리가 허윤하의 목소리가 아니라는 말인가?
  • 화면은 계속되었고 얼마 뒤 임찬이 다가와서 옆방으로 들어갔다. 임찬은 그 자리에 굳어버렸으며 그가 방에 들어가자마자 옆방의 소리가 들렸던 것이었기에 허윤하가 아직 그 방안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진짜 자신이 허윤하를 오해한 것이었으며 그 방에 있던 여자는 허윤하가 아니었다!
  • 진성원은 적당히 화면을 빠르게 돌렸고 그 화면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오갔으며 한 시간 정도 후, 2018번 방의 방문이 열렸고 그 남녀가 부둥켜안고 걸어 나왔으며 이를 보고 있던 진성원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전화에 대해서도 제가 사람을 시켜서 조사 해봤는데 저희가 선생님 아내분의 통화기록을 쫓던 중, 아내분의 통화기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어요. 선생님이 아내분에게 몇백 통이나 전화를 하셨는데 그분에게는 한 통도 전해지지 않았어요.”
  • “왜 그렇게 된 거예요?”
  • 임찬은 경악스럽게 물었고 진성원이 대답했다.
  • “제가 사람을 시켜 조사해 봤는데 선생님 아내분의 핸드폰에 누군가가 기술을 써서 착신 전환을 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전화는 괜찮은데 선생님이 전화를 하시면 다른 전화번호로 착신 전환이 됩니다! 저희가 착신 전환이 된 전화번호의 주인도 조사해 봤는데 최일범이라고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 임찬의 얼굴에는 짙은 어두움이 깔려 있었고 이제서야 어떻게 된 일인지 알 것 같았으며 그날 최일범이 전화를 받은 것도 착신 전환이 되었던 것이 분명했고 전에 허윤하가 전화를 받지 않은 게 아니라 모든 전화가 최일범에게 착신 전환이 되었기에 그녀는 전화를 받지 못한 것이다!
  • “하지만 제가 어제 아내 핸드폰에 온 문자를 봤는데……”
  • 임찬이 다급하게 말하자 진성원이 얼른 대답했다.
  • “임 선생님, 저희가 착신 전환 사건을 조사하고 나서 누군가가 핸드폰에 장난을 치고 있는 것 같아서 더 조사해 봤는데 핸드폰에 장난을 친 사람이 선생님의 처제인 허동설이었습니다. 이 모든 일도 그 사람이 다 꾸민 거예요. 그 사람은 선생님 아내분의 친동생이었기에 핸드폰을 만질 기회가 제일 많았을 거예요. 선생님이 보신 문자도 허동설이 보낸 겁니다. 허동설은 일부러 핸드폰을 가져다 달라고 했고 그 시간에 맞춰서 문자를 보게끔 한 거예요. 그리고 선생님 아내분 가방의 물건도 허동설이 넣은 거예요. 심지어 아내분의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서 선생님께서 그 물건을 확인한 후 허동설은 바로 가방을 가져가서 물건을 버렸어요.”
  • 진성원의 말에 임찬은 경악스러웠다.
  • “이런 것들은 어떻게 조사한 거예요?”
  • “저희가 허동설의 남편인 황양을 잡았고 그 사람이 다 실토했습니다. 이 계략들 중 대부분이 황양이 생각해낸 거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의 아내분과 최일범이 같이 돌아온 것도 황양이 계획한 일입니다. 황양이 최일범에게 미리 선생님 아내분이 출장 간 도시에 가 있다가 같은 항공편을 사서 돌아오라고 시켰습니다. 사실 그전에 아내분과 최일범은 아무런 마주침도 없었으며 최일범은 계속 광양시에 있었습니다.”
  • 임찬은 당시의 상황을 회상하며 하필 그때 허동설이 자신한테 핸드폰을 가져오라고 했고 하필 자신이 가방에 있는 콘돔을 보고 있을 때 허동설이 들어와서 가방을 가져갔었으며 전에는 허동설이 허윤하를 지켜주려고 그랬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자신이 허윤하를 오해한 것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허동설이 꾸민 일이고 그녀가 허윤하와 자신의 중간에서 이간질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임찬은 마음이 아파졌으며 이 모든 일이 아내를 오해한 건 줄은 상상도 못했다.
  • “하지만 그 사람들이 왜 이런 짓을 꾸몄을까요?”
  • 임찬은 다급하게 물었고 진성원은 한숨을 쉬었다.
  • “임 선생님, 아시고 계신지 모르겠지만 허씨 집안사람들이 아내분에게 선생님을 떠나서 더 좋은 사람을 만나라고 수없이 설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의 아내분께서 단호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선생님께서 허씨 집안에 데릴 사위로 들어와서 받고 있는 수모가 허씨 집안사람들보다 많다고 하셨고 자신이 선생님을 선택하신 탓에 선생님이 모욕을 받고 있는 거라고, 그게 다 자신이 선생님한테 빚진 거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아내분께서 선생님이 이혼을 꺼내지 않는 이상 평생 선생님을 떠나는 일은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 임찬은 눈시울이 붉어졌으며 마음이 너무 아팠고 허윤하는 마음은 따뜻하지만 표현을 잘 못하는 성격이라 임찬 앞에서는 많은 말을 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마음속으로 평생 임찬과 함께 하기로 다짐했다!
  • 바로 이때, 임찬의 핸드폰이 울렸고 집주인에게서 걸려온 전화였으며 임찬은 낮은 목소리로 화를 냈다.
  • “무슨 일이에요?”
  • 임찬의 말에 집주인의 떨리는 목소리가 전해왔다.
  • “임…… 임 선생님…… 죄송합니다, 제…… 제…… 제가 돌려드릴 돈이 있습니다……”
  • “무슨 돈이죠?”
  • 임찬은 눈을 찌푸리며 물었다.
  • “그…… 그게 선생님의 아내인 허윤하 아가씨께서 매…… 매년 저에게 월세라고 하시면서 돈을 주셨고 선생님한테 말하지 말라고 부탁하셨어요. 그런데 제…… 제가 잠시 정신이 나가서 개인적으로 돈을 챙겼어요, 제가 돈을 돌려드릴 테니 제…… 제발 고소만 하지 말아 주세요……”
  • 집주인의 말에 임찬은 머리가 어지러워졌으며 터질 것만 같았고 지금 이 순간, 그는 울고 싶었다. 허윤하는 겉보기엔 임찬에게 냉랭했지만 3년 동안 묵묵히 임찬을 관심하고 있었고 심지어 그를 도와주고 있었는데 자신은 그것도 모르고 되레 허윤하를 오해하고 있었다니!
  • 진성원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 “임 선생님…… 선생님 아내분이 어제 JW 호텔에서 만났던 그 사람에 대해서도 조사를 해봤는데 사실, 아내분께서 그 사람과 예전부터 연락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그 사람의 골수와 선생님 동생분 골수가 일치한 것을 알고 선생님 아내분께서 돈을 구해서 선…… 선생님의 동생분께 이식을 해달라고 돈을 드리러 갔던 거였습니다……”
  • “네!?”
  • 임찬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마음이 더욱 아파졌고 진성원은 말을 이어갔다.
  • “이 일 때문에 허 아가씨가 회사의 자금에 손을 댔고 그래서 허씨 가문에게 아내분께 책임을 물으시면서 회사에서 자르겠다고 했고 심지어 5억 원을 배상하라고 하셨다고 합니다. 아내분께서 지금 상황이 많이 안 좋으시고 5억 원을 구하기 위해서 어제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은행들을 돌아다녔지만 아무도 돈을 빌려주려고 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채업자한테까지 찾아가신 것 같은데 진짜 방법이 없으신 것 같습니다……”
  • “그만하세요! 그녀가 지금 어디 있어요? 어디 있는지 알려주세요! “
  • 임찬은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이를 악물고 말했고 진성원이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 “허씨 집안에 가셨습니다, 오늘 밤에 허씨 집안 어르신 칠순잔치라서 어르신에게 시간을 달라고 부탁하러 가신 것 같습니다.”
  • 임찬은 주먹을 꽉 쥐고 이를 악물었다.
  • “차 준비해 주세요, 허씨 가문에 갈 거예요! 그리고 남패천에게 부탁드릴 것이 있다고 전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