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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내 남편을 꼬시려해?

  • 심기는 30분 동안이나 헤멘 끝에 겨우 여씨 그룹을 찾을 수 있었다.
  • 경비와 한참을 실랑이 한 끝에 심기는 병헌의 도움을 받아 회사 엘레베이터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 “나가서 오른쪽으로 돌아 끝까지 걸어가면 묵헌의 사무실이 보일거에요. 전 볼일이 있어서 이만 가봐야 겠네요. 혼자 찾아갈 수 있겠죠?”
  • 심기는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 “네, 감사합니다.”
  • “별말씀을.”
  •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심기는 고개를 저으며 속으로 한탄했다.
  • 같은 부모 밑에서 나온 형제인데 어째서 한명은 이렇게나 신사답고 한명은 밥맛일까?
  • 심기는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복도 끝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사무실 앞에 다다른 뒤 심기가 방문을 열려고 하는 순간 문이 돌연 열리며 누군가가 튀어나왔다.
  • 피할새도 없이 심기는 정면으로 부딪히며 바닥에 쓰러졌다.
  • 그리고 그 알수 없는 사람도 그녀와 함께 넘어졌다.
  • “아! 여묵헌,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수 있어!”
  • 심기는 그제서야 자신과 방금 부딪힌 누군가가 짙은 화장과 단정치 못한 옷차림새를 한 여자라는 것을 알았다. 여자는 재빨리 몸을 일으키더니 방안의 사람에게 욕을 쏟아부었다.
  • 휠체어를 탄채 여묵헌은 강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그의 검은 눈동자는 매우 매서웠다.
  • “꺼져.”
  • “너!”
  • 여자의 손가락이 분을 이기지못하고 떨렸다.
  • “여묵헌, 너가 뭐라도 되는줄 알아? 네가 여씨 집안의 작은 도련님이 아니였으면 내가 널 거들떠나 봤을 것 같아? 병신인 주제에 뭐라도 되는 줄 아나보지? 감히 날 거부해!”
  • 병신이라는 소리에 여묵헌의 눈빛은 더욱 차가워졌고 살기가 더욱 세게 느껴졌다.
  • 여자가 몇마디 더 하려고 하는 순간 옆에 있던 심기가 일어나며 끼어들었다.
  • “우리 묵헌씨가 몸이 좀 불편하다 칩시다. 저기요 그래도 당신이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매달리고 있는거 아닌가요? 못 먹는 감이라 흠집이라도 내고싶은 건가요?”
  •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여자는 심기에게 화풀이를 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심기에게 삿대질을 하며 말했다.
  • “넌 또 누구야? 뭔데 니까짓게 끼어들어?”
  • 심기는 미소를 짓고는 그녀의 뺨을 때렸다.
  • “짝-”
  • 복도에 경쾌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 여자는 믿기지 않다는 듯이 얼굴을 감싸쥐었다.
  • “감히 나한테 손을 대?”
  • “짝!”
  • 심기는 다른쪽 뺨을 또다시 때렸다.
  • 굽도 없는 신발에 화장기하나 없는 민낯이였지만 심기의 모습은 오히려 의기양양했다.
  • 심기는 턱을 치켜들고 여자를 바라보았다.
  • “난 묵헌의 와이프야. 본처를 앞에두고 내 남편을 꼬시려고하다니 눈에 뵈는게 없나보지!”
  • 분한 표정으로 자신을 가르키는 여자를 보며 심기는 똑바로 서서 입을 열었다.
  • “이래도 안 꺼져? 사람을 시켜서 밖으로 끌어내줘야 하는건가?”
  • 심기는 휴대폰을 꺼내 사람을 부르는 시늉을 했다.
  • “이.. 이것들이…”
  • 여자는 빨갛게 부은 뺨을 움켜쥐고는 분해하며 말했다.
  • “너희 딱 기다려. 곧 내앞에서 무릎 꿇고 빌게 만들어 줄테니까.”
  • 심기가 손을 들어 때리는 듯한 모습을 취하자 여자는 놀라 황급히 달아났다.
  • 자기 앞에서 겁에 질린 토끼처럼 벌벌 떨던 여자가 갑자기 다른 모습을 보이자 여묵헌은 이전과는 다른 눈빛으로 그녀를 보게되었다.
  • 그의 눈빛에는 상대를 살피려는 기색과 분석해보려는 듯한 시선 그리고 의아함이 어려있었다…
  • 심기가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자 여묵헌은 금세 차가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평정심을 잃지 않은채 말했다.
  • “내가 당신을 과소평가했군.”
  • 심기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어깨를 한번 으쓱 하고는 말했다.
  • “이름뿐이지만 그래도 우리는 부부니까요. 와이프로서 다른 여자가 남편한테 꼬리치고 멸시 하는데 그걸 어떻게 가만히 보고만 있죠?”
  • 반박할 수 없는 심기의 말에 여묵헌은 몇초간 침묵하더니 자신이 흐트려졌다는 걸 깨닫고는 금세 냉소했다.
  • “큭, 재혼한 여자는 역시 다르군. 그리도 쉽게 남편이라는 말이 나오다니.”
  • 그의 조롱섞인 말에 심기는 눈썹을 찌푸렸다. 그러나 어르신이 했던 말을 떠올리고는 묵헌의 휠체어를 밀며 말했다.
  • “됐어요. 당신이 말한대로 제가 알아서 이곳까지 찾아왔으니 제가 약속을 지킬 거라는 걸 그쪽도 믿어야 되지 않겠어요?”
  • 그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심기는 그를 방안으로 안내하며 물었다.
  • “제가 뭘하면 될까요?”
  • 여묵헌은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지만 살기가 느껴졌다. 그는 냉소하며 말했다.
  • “당신이야 말로 눈에 뵈는게 없나보군.”
  • 심기는 입술을 깨물면서 말했다.
  • “나도 당신 비서로 일하기는 싫지만, 할아버지 뜻이라 어길 수가 없었어요.”
  • “할아버지를 핑계로 나를 누르겠다?”
  • 묵헌의 중저음 목소리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 “내가 왜요? 나도 피해자라고요. 우리 서로 사이좋게 지내면 안될까요?”
  • 사무실 바닥에는 문서가 흩어져 있어 너저분했다. 방금 나간 그 여자가 어지럽힌 것이다.
  • 심기는 움츠려 앉아 널브러진 문서를 주워 테이블 위로 정리해 올려놨다.
  • 묵헌은 이런 심기를 음흉한 눈빛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 묵헌은 허영을 좋아하는 여자를, 하물며 할아버지가 보낸 감시자인 그녀를 잠시나마 가엽게 생각했다는 게 어이가 없었다. 심기는 분명 자신의 곁에 가까이하고 싶어서 수작을 부리는 거라고 생각했다. 이전의 수많은 여자보다 고수단일 것이라고 단정했다.
  • 묵헌이 생각에 빠져있을때 마침 소숙이 사무실로 들어왔다.
  • “도련님, 5분 뒤 회의가 있습니다.”
  • 심기도 사무실에 있는걸 보고 소숙은 의아했다. 심기가 정말로 회사에 걸어올 줄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
  • 묵헌은 소숙과 함께 미팅룸으로 가려고 했으나 문뜩 무얼 계획하는 듯 눈을 번뜩이더니 말했다.
  • “비서를 하고 싶다고 했나? 그럼 기회를 한번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