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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너 임신한 거야?

  • 사내가 어깨에 자신을 메고 가는 통에 심기는 어지러워서 토할 것만 같았다.
  • “이건 납치라고. 난 아무것도 없다고 했잖아. 너희 나한테서 돈 뜯어 갈 생각하…….”
  • 그녀의 앞쪽으로 휠체어 탄 사람의 실루엣이 보이자 뒤이어 나오려던 말이 다시 들어가 버렸다.
  • 여묵헌! 당신이 왜 여기에 있는 거야?
  • 깊고 날카로운 새카만 눈동자가 자신을 주시하는 상황에서 그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심기는 서둘러 고개를 깊이 숙였다.
  • 다행히 완전히 변장한 상태였기에 그는 한동안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나저나 그는 나를 잡아 와서 무얼 하려는 거지?
  • 설마… 내가 임신한 걸 알고 있나? 그래서 봐줄 수 없다는 건가?
  • 이런 생각에 심기의 낯빛이 완전히 달라졌다.
  • 내가 월이를 대신해 결혼한 것 때문에 이미 불만이 많았는데, 만약 내가 임신한 것까지 알게 된다면 나를 여씨 집안에서 쫓아낼 게 분명해!
  • 심기는 검은색 옷의 사내들을 밀치고 뒤돌아 냅다 뛰기 시작했다.
  • “다시 잡아와!”
  • 소숙이 이를 발견하고 크게 소리쳤다.
  • 묵헌은 아담한 실루엣을 바라보며 한 달 전 밤을 떠올렸고,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리고는 말했다.
  • “안 다치게 데려와.”
  • 두 발짝도 채 가지 못하고 다시 잡혀 온 심기가 아무리 발버둥 쳐봐야 소용이 없었다.
  • 휠체어를 밀며 다가오는 묵헌을 보니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 망했다. 나인 게 들키면 어떡하지? 어떡하면 좋지?
  • 묵헌은 휠체어에 앉아 있었지만 원래 키가 커서 그녀와 얼마 차이 나지 않아 손을 번쩍 들자 손이 그녀의 마스크에 닿았다.
  • 심기는 눈을 휘둥그레 뜬 채 얼굴을 숨겼다.
  • 묵헌의 손이 다시 쫓아오자 심기는 눈을 크게 뜨고 계속 피했다.
  • 고양이가 쥐를 잡는 듯한 상황에 묵헌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나지막이 웃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듣기 좋았다.
  • “노는 걸 이렇게나 좋아하다니.”
  • 뭐야……. 어떻게 된 일이야?
  • 심기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 늘 차갑고 표정조차 없던 여묵헌 맞아? 목소리랑 말투가 갑자기 이렇게나 부드러워진다고?
  • 심기가 넋을 놓고 있던 바로 그때 묵헌은 심기의 마스크를 벗겨버렸다.
  • “아!”
  • 심기는 놀라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얼굴을 가리려 하다가 그제야 누군가 제 팔을 잡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 묵헌은 조금 전까지도 따뜻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지만, 마스크를 벗겨 그녀의 얼굴을 확인한 뒤에는 눈빛에 묻어나던 부드러움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리고 차가운 기운만이 감돌았다.
  • 그는 한참 동안 위태롭게 눈을 가늘게 떴다.
  • “너야?”
  • 심기도 얼떨떨했다. 나인 줄 몰랐단 말이야?
  • “저한테 묻는 거예요? 당신이 절 여기로 잡아온 거잖아요.”
  • 묵헌은 뭔가 생각하더니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노려봤다.
  • “병원엔 뭐 하러 간 거야?”
  • 심기의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그녀는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었고 속눈썹을 가볍게 떨며 더듬더듬 대답했다.
  • “저, 저 감기 걸렸어요. 병원에서 진료 좀 받으면 안 돼요?”
  • 묵헌은 눈썹을 약간 치켜올리고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 “산부인과에 가서 진료를? 네가 직접 말하는 게 좋을 거야. 무슨 진료인지 말해.”
  • 심기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한참을 생각하다가 갑자기 되물었다.
  • “당신은요? 저라는 것도 모르면서 왜 사람을 시켜 저를 여기로 데려온 거죠?”
  • 묵헌은 뜨끔했다.
  • 그도 이렇게 상황이 흘러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는 한 달 전 그 여자를 찾으려고 했던 건데 부하 직원들은 뜻밖에도 심기를 잡아왔다. 그것도 산부인과에서.
  • 산부인과를 떠올리니 묵헌의 눈에는 음흉함이 살짝 감돌았다.
  • “너 임신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