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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누가 그래, 내가 못한다고?

  • 심기는 황급히 이불로 몸을 가렸다. 토끼 눈을 하고는 당황해서 이불로 몸을 둘둘 쌌다.
  • 그녀의 매혹적인 몸매는 눈 깜짝할 사이에 가려졌지만, 묵헌의 눈빛은 더욱 깊어졌고 차가운 목소리는 한층 더 허스키해졌다. 묵헌은 여전히 비웃으며 말했다.
  • “미안하지만 순결한 이미지는 안 어울려. 못 하겠으면 당장 나가!”
  •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묵헌은 휠체어를 돌려 떠났다.
  • “잠깐만요!”
  • 묵헌의 차가운 뒷모습을 보자 심기는 이불로 몸을 감싸고 서둘러 침대 밑으로 내려와 등에 대고 소리쳤다.
  • “어차피 못 하시는데 왜 이렇게 저를 괴롭히시는지. 그냥 잘 지내보면 안 돼요? 그럼 다시 결혼하실 필요 없잖아요.”
  • 심기의 말을 듣고 묵헌은 휠체어를 멈춰 세웠다.
  • 그는 미동도 없이 고개를 살짝 돌렸다. 눈빛은 마치 한기를 내뿜는 듯 더 차가워지고 지옥에서 온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 “누가 그래, 내가 못한다고?”
  • 한밤중에 겨울잠을 자는 야수 같은 눈빛을 한 묵헌은 심기가 한마디만 더 하면 달려들어 물어뜯을 것 같았다.
  •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분명 다리를 못 쓴다고 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강한 기운을 뿜어내는 거지?
  • 묵헌은 짙은 눈빛과 새카만 눈동자를 하고 휠체어를 다시 돌려 천천히 심기에게 다가왔다.
  • 이불로 몸을 감싸고 있는 심기는 무의식적으로 뒷걸음질 쳤다.
  • 묵헌은 이미 심기 앞까지 다가와 순식간에 얇고 흰 손목을 낚아챘다. 다른 한 손으로는 그녀의 몸을 가리고 있는 이불을 걷어냈다.
  • “앗!”
  • 심기는 정확하게 묵헌의 무릎 위에 앉게 되었다.
  • “방금 뭐라고 했어? 내가 못한다고?”
  • 묵헌은 얼음장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날카로운 눈빛은 그녀를 잡아먹을 듯하다.
  • “다…. 당신이 그게 안 된다고 들었어요…”
  • 심기는 황급히 두 손으로 몸을 가리려 했지만, 어디를 가려야 할지 몰라 두 볼이 발그레해졌다. “저…. 저 좀 놔주세요.”
  • 갑자기 좁아진 거리에 당황한 심기의 온몸이 혈기 왕성하고 카리스마 있는 위험한 수컷 향기로 둘러싸였다.
  • 이 느낌…….
  • 그때 차 안의 남자를 떠올리게 했다. 온몸으로 풍겼던 분위기가 지금 이 남자와 똑 닮았었다.
  • 심기는 하얗게 질렸다. 아마도 그날의 수치스러운 밤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 한 달 전쯤 남편의 배신을 두 눈으로 확인한 후 실의에 빠져 거리를 배회하던 그녀는 한 남자에게 납치된 적이 있었다. 그 후에 벌어진 일로 그녀의 멘탈은 완전히 붕괴되었다.
  • 심기는 소리치며 발버둥 쳤었지만, 그녀의 저항은 크고 뜨거운 손 아래에서 무용지물이었다.
  • 낡은 천 인형처럼 엉망이 된 심기는 숨이 간당간당 할 때까지 괴롭혀졌다.
  • 심기의 처음은 그렇게 절망스러웠던 밤 사라졌지만, 그 남자가 누군지조차 보지 못했다.
  •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내 와이프가 되고 싶은 거야?”
  • 귓가에 울리는 목소리에 심기는 정신이 들었지만 묵헌의 흥분한 곳이 닿자 곧 온몸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한 달 전의 일인데 이 느낌이 무엇인지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 심기의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한 손으로 가슴을 가리고 다른 한 손으로 그를 밀어냈다.
  • “놔주세요.”
  • 지금 이 상황 너무 위험해.
  • “아, 긴장할 필요 뭐 있어? 처음도 아닐 텐데.”
  • 묵헌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 심기는 그를 직시하며 말했다.
  • “사람 우습게 보지 마세요!”
  • “분명 말했어. 남아있고 싶으면 나를 유혹해보라고.”
  • 심기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하며 입술도 부들부들 떨렸다.
  • 다른 대답은 용인하지 않겠다는 그의 표정을 보고 결심을 굳힌 심기는 부끄러움을 떨쳐버리고 알몸으로 남자 앞에 섰다. 떨리는 손을 뻗어 그의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 첫 번째 단추, 두 번째 단추…. 순간, 구역질이 밀려왔다.
  • “웩-”
  • 막을 새도 없이 헛구역질 소리가 튀어나왔다.
  • 그때 아래턱에 통증이 느껴졌다. 묵헌이 심기의 턱을 움켜쥐고 험악하게 말했다.
  • “내가 구역질이 날 정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