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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그 여자를 찾아내!

  • 그는 심기에게 거절할 틈도 주지 않고 일을 결정하더니 손을 저으며 나가라는 표시를 했다.
  • 심기는 썩 내키지 않았지만 불필요한 언쟁으로 자신의 신분이 들통날까 싶어 일을 그만두고 그의 뜻을 따르기로 마음먹었다.
  • 다음날, 어르신은 직접 묵헌을 찾아가 심기를 데리고 회사로 출근하라고 말했다.
  • “네가 무엇을 걱정해 비서를 찾지 않는 건지 안다. 지금은 심월이가 너의 배우자가 되었으니 옆에서 널 돌보도록 해라.”
  • 심기는 묵헌을 대하는 그의 태도가 자신을 대할때와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을 보고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 어찌된 일이지? 손자랑 사이가 좋을 줄 알았는데.
  • 한참 생각에 빠져있는데 어디선가 날카로운 시선이 자신에게 꽃히는 게 느껴졌다.
  • 그게 누구인지 생각해 볼 필요도 없었다.
  • 여묵헌은 비웃는 듯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 “좋네요.”
  • 거절할 줄 알았던 그가 다른 반응을 보이자 심기는 의아했다.
  • “그래. 가봐라.”
  • 어르신의 얼굴이 조금 부드러워졌다.
  • 여묵헌은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은 채 휠체어에 앉아있었다. 소숙은 어르신께 목인사를 한 뒤 말했다.
  • “회장님, 그럼 저희는 회사로 가 보겠습니다.”
  • “월이를 데려가거라.”
  • 심기는 어쩔 수 없이 묵헌의 뒤를 따라갔다.
  • 거실을 나와 정원을 지나자 묵헌은 비꼬며 말했다.
  • “이렇게나 빨리 늙은이를 끌어들여? 날 감시하려고?”
  • 심기는 걸음을 멈추고 눈썹을 찌푸렸다.
  • “무슨 뜻이죠?”
  • “큭.”
  • 여묵헌은 냉소했다.
  • “앞으로도 영원히 무슨 뜻인지 모르는게 좋을거야. 아니면…”
  • 여묵헌은 말을 더 이상 하지 않았지만 심기는 충분히 그 속에 담긴 위협을 느낄 수 있었다.
  • 심기는 묵헌 때문에 일도 그만 두고 하루 종일 그의 뒤만 졸졸 쫓아다녀야 하는 것에 화가났다.
  • 서로 간섭하지 않기로 했었는데 지금은 한데 묶여 꼼짝할 수 없는 사이가 되어 버리다니.
  • 심기도 원하는 바는 아니였다.
  • 대문까지 아무말 없이 걸어나와 여묵헌이 차에 올라타는 것을 보고는 자신도 차를 타려고 하자 소숙이 그녀를 저지하며 말했다.
  • “사모님, 이 차는 도련님 전용입니다.”
  • 심기가 멈칫하며 물었다.
  • “무슨 말씀이시죠?”
  • 여묵헌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올려다봤다. 그의 눈빛에 비웃음이 담겨있었다.
  • “내 비서가 되기에는 아직 격이 맞지 않아.”
  • 순간 심기의 낯빛이 변했다.
  • “그럼 방금은 왜 할아버지 말씀에 동의하셨죠?”
  • 묵헌은 더 이상 그녀에게 답을 하지 않고는 차가운 시선을 거두었다. 소숙은 무표정으로 차 문을 닫으려고 했다. 심기는 손을 뻗어 차문을 잡고는 묵헌에게 물었다.
  • “이렇게 가버리면 난 어떡해요? 할아버지께서..”
  • 회장님을 내세우자 묵헌의 눈이 번뜩였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는 위협적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 “소숙, 길을 알려줘 알아서 찾아오라고 해.”
  • “....”
  • 뭐 이런 악질이 다있어?
  • 소숙은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은채 그녀에게 길을 알려 주고는 냉정하게 차 문을 닫았다.
  • 묵헌은 차가운 눈빛으로 백미러에 비친 심기의 모습을 쳐다보다 금세 시선을 거두었다.
  • 그리고는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 “찾아보라고 했던 여자는 뭘 좀 알아냈나?”
  • 묵헌의 말에 소숙은 죄송스러운듯한 모습으로 답했다.
  • “도련님, 그 길에는 카메라도 설치되어있지 않고 게다가 그날 비가 많이 와 너무 어두워 사람이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시간을 좀더 주시면 기필코 찾아내겠습니다.”
  • 차가운 공기가 잠시동안 흘렀다. 묵헌은 눈꼬리를 치켜세우며 말했다.
  • “한달이야. 만약 뭔가 딴 마음을 먹었다면 이미 그 여자는 임신한 상태일거야.”
  • 소숙은 놀랐다. 이름도 얼굴도 잘 모르는 여자가 여묵헌의 아이를 가졌다? 그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소숙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 “잘 알겠습니다. 사람을 시켜 병원 쪽 동향을 살펴보겠습니다.”
  • 여묵헌이 눈빛을 거두었다.
  • 그는 한번도 여자를 안은 적이 없었다. 그날 밤 그녀가 그의 첫 여자였다!
  • 그러니 그녀를 반드시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