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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유혹해봐

  • 날카로운 눈매와 깊고도 매서운 눈, 칼날같이 높은 콧대, 묵헌은 그야말로 조각 미남이었다. 그의 얇은 입술에는 비웃는 듯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휠체어에 앉아 있지만 남다른 기를 뿜으며 쉽게 다가가기 힘들 것 같이 보였다.
  • 심기는 소문으로만 듣던 흉악한 얼굴과는 다른 묵헌의 얼굴을 보면서 의아했다. 차가운 기운을 느끼자 그제야 부랴부랴 이불을 몸에 감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도둑이 제 발에 저려서인지 묵헌의 눈을 피하면서 말했다.
  • “물.. 물론이죠…. 제가 심월인데요.”
  • “허.”
  • 묵헌은 심기를 차갑게 쳐다보면서 바지 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 심기 앞으로 던졌다.
  • 심기는 조심스럽게 봉투를 열어보았다. 동생 심월의 사진과 신상정보가 가득 담겨있었다.
  • 묵헌은 처음부터 심기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심기는 봉투를 꽉 잡고 입술을 깨물면서 유리알같이 맑은 눈으로 묵헌을 힐끗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심씨 집안은 내가 다리를 못 쓰니 아무 사람이나 둘러대도 된다고 생각하나 보지?
  • 심기는 고개를 숙이면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 “저도 심씨 집안의 딸이에요…”
  • “이혼한 지 얼마 안 된 딸? 우리 집안을 너희 집안 쓰레기통으로 사용하면 안 되지.”
  • 묵헌의 눈빛이 다시 싸늘해졌다.
  • 비아냥거리면서도 직설적인 말은 한 달 전 악몽과도 같았던 그 밤을 또 떠올리게 했고, 심기는 고통이 느껴질 만큼 아랫입술을 꼭 깨물었다. 이성을 잃지 않기 위해…….
  • 그녀가 평정심을 되찾기도 전에 남자의 차가운 목소리가 다시 한번 찬물을 끼얹었다.
  • “5분 줄게, 우리 집안에서 꺼져.”
  • “네?”
  • 심기는 휙 쳐다봤고 그의 검은 눈동자와 마주쳤다.
  • 그녀가 쫓겨난다면 그녀의 집안은 여씨 집안의 미움을 살 것이 분명했다. 온 가족이 그녀에게 희망을 건 이상 심기는 내키지 않았지만 자신 때문에 집안이 망하는 꼴을 볼 수는 없었다.
  • 심기는 정신을 차리고 용기를 내어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 “당신 부모님이 계획한 결혼이라는 건 알고 있어요. 누구와 결혼하든지 당신에게는 다 똑같잖아요. 그게 아니라면 당신도 이 결혼에 동의하지 않았겠죠.”
  • “다시 결혼하실 바에 제가 여기 있는 게 더 나을 거예요. 당신이 뭘 하든 간섭하지 않겠다고 약속할게요.”
  • 이렇게 말한 심기는 가슴에 손을 얹고 맹세했고 눈은 결의로 가득 차 있었지만, 뽀얗고 작은 얼굴에는 초조한 빛이 역력했으며 그가 거절할까 두려워하고 있었다.
  • 이 모습은…….
  • 묵헌은 눈을 가늘게 뜬 채 그녀를 훑어보았다.
  • 계속해서 그는 얇은 입술을 들어 올렸다.
  • “그렇게나 여기 있고 싶어?”
  • 비웃음 치는 그를 보자 심기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불길한 예감이 들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 묵헌의 입가에 경멸 섞인 미소가 더 짙어졌다. 여동생을 대신해 여씨 집안에 시집와서 재산을 탐내는 여자를 처음 본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 침대 위에 있는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 “여기 남아있을 기회를 줄게…….”
  • 심기의 눈에 희색이 감돌자마자 남자의 악마 같은 말이 들렸다.
  • “나를 기쁘게 해봐.”
  • 어안이 벙벙해진 심기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침대 옆에 있는 그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 “왜, 이해가 안 돼?”
  • 그의 말에 심기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 그녀와 임강은 2년간의 결혼 생활을 보냈지만 임강은 줄곧 바쁘다는 핑계로 그녀를 한 번도 건드리지 않았다. 그러다 한 달 전 그날 밤, 심기는 임강이 웬 매혹적인 임산부와 함께 그들의 신혼 침대에 뒤엉켜있는 것을 목격했다.
  • 그 순간부터 시작된 그녀의 악몽…….
  • “말을 해!”
  • 그녀의 침묵에 묵헌은 인내심을 잃었고 손을 뻗어 그녀 앞에 있는 이불을 잡아당겼다. 그러자 그녀의 새하얀 몸이 훤히 드러났다……
  • “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