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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싸움은 남자들 사이의 일이야!

  • 이때, 침대에 누워있던 하민정이 눈을 떴다.
  • 안 대표님은 멈칫했다. 약효가 두 시간은 간다더니, 벌써 깨났다고?
  • “미인아, 너 왜 벌… 벌써 깼어? ”
  • 하민정은 다 꿰뚫고 있다는 듯 오묘한 웃음을 지었다.
  • “깨나지 않으면 재밌는 구경을 어떻게 하죠? ”
  • “너… ”
  • 하민정이 손을 내밀자, 안 대표님은 신기한 향기를 맡더니 몸이 나른해지면서 바닥에 쓰러졌다.
  • 안 대표의 손과 발은 어느새 끈에 묶여 아무 힘도 쓸 수 없었다. 그저 두려움에 가득 차 웃고 있는 하민정을 쳐다봤다.
  • “미… 미인아, 뭐 하자는 거야? 날 풀어주고 우리 같이 좋은 시간을 보내자고. ”
  • 하민정은 눈썹을 찌푸리며 단순한척했다.
  • “안 대표님, 이거 뭔지 한번 봐봐요? ”
  • 안 대표는 하민정이 들고 있는 뼈다귀 두 개를 들고 있었다.
  • “너… 뼈다귀를 들고 뭐 하는 거야? ”
  • “아, 안 대표님, 이천효가 안 알려줬나 보죠? 하씨 가문에 큰 개 한 마리를 키우는데 엄청 사나워요. 뼈다귀를 엄청나게 좋아하는 개에요. ”
  • 안 대표는 하민정에 대해 다 알고 있는 줄 알았고 고인이 된 것과 다름없는 식물인간에게 시집간 시골에서 온 촌스러운 여자, 그가 놀기에 충분하다고 여긴 걸까?
  • 하지만 지금, 안 대표는 하민정을 바라보니 등골이 시렸다.
  • “너… 뭘 하자는 거야? ”
  • 하민정은 손을 내려놓더니, 뼈다귀를 안 대표의 바지 안에 넣었다.
  • “안 대표님, 게임 시작합니다. 조금 뒤 개가 들어오면 알아서 피하세요. 중요한 부위가 물리면 안 되잖아요. ”
  • “아니, 미인아, 내가 잘못했다. 빨리 풀어줘… 이건 장난이 아니야, 목숨이 달린 문제야… ”
  • 안 대표는 겁에 질려 땀을 흘리며 하민정 앞에 무릎이라도 꿇을 기세였다.
  • 이때 하민정이 걸어가 방문을 열자 개는 들어오자마자 고기의 냄새를 맡고 달려갔다.
  • 아!
  • 안 대표가 소리 질렀다.
  • ……
  • 이천효는 아래층에서 소식을 기다렸다. 이때 위층에서 문이 열리더니 안 대표가 비참한 얼굴로 바지를 챙기며 달아내려 왔기 때문이다.
  • 이천효는 놀랐다.
  • “안 대표님,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
  • 안 대표는 너무 놀라 오줌을 지린 것 같았다고 눈물이 앞을 가렸다. 그는 뼈다귀를 이천효의 몸에 던지며 소리쳤다.
  • “이천효, 이건 다 네가 만든 일이야, 두고 봐! ”
  • 안 대표님은 화가 난 것보다 무서워서 바로 도망갔다.
  • 어떻게 된 일이지?
  • 이천효는 위층으로 달아 올라갔다.
  • 방에는 하민정이 의자에 앉아 여유를 즐기며 차를 마시고 있던 그녀는 머리를 들고 이천효의 얼굴을 보았다.
  • “아줌마, 오셨어요? ”
  • 하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 이천효는 놀랐다. 일이 틀어진 것을 눈치챘지만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민정은 그녀가 보는 앞에서 약을 탄 죽을 다 마셨는데 말이다.
  • 어디가 잘못된 걸까?
  • “하민정, 너 그 죽에 문제 있는 걸 알고 있었던 거야, 내 계획을 다 안 거지? ”
  • 이천효가 물었다.
  • 하민정은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 “그냥 아줌마의 수작을 보고 싶었어요. 얼마나 독한지, 실망하게 하지 않던데요. ”
  • 이천효는 표정이 일그러졌고 두 눈에서 독기가 풍겨 나왔다.
  • “조금 전 안 대표님은 화를 내며 떠났어. 지금 바로 너를 잡아서 안 대표님한테 바칠 거야. 사죄드려야 해! 여기 사람 불러와! ”
  • “네, 사모님. ”
  • 하나같이 건장한 경호원 대여섯 명이 달려 나왔다.
  • “하민정, 이 경호원들은 다 내가 큰돈 먹여 데려온 분들이야. 싸워라도 보시려고? ”
  • 하민정의 눈에서 한기가 뿜어나왔다. 여기서 이렇게 오래 기다리기까지 했는데 설마 이 상황이 무서울까?
  • “자, 당장 끌고 가! ”
  • 이천효의 명령에 한 경호원이 하민정의 앞으로 다가가 그녀를 잡으려 했다.
  • 하민정은 손을 허리 사이에 올려놓더니…
  • 다음 순간에 그 남자의 손목을 꺾였었다.
  • 뚝하는 소리에, 경호원의 손목이 끊어졌다.
  • 그리고 손목 꺾인 그 경호원은 어떤 힘을 입어 뒤로 밀려나더니 줄지어 있던 나머지 경호원들까지 다 쓰러트렸다.
  • 하민정이 머리를 들자 시야에 훤칠한 그림자가 보였다. 우아진이었다.
  • “어떻게 왔어? ”
  • 하민정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 “내가 좋은 구경거리를 놓쳤나 보네. ”
  • 우아진은 태연자약한 표정과 마성의 중저음으로 말했다.
  • 모르는 사람이 하씨 가문에 들이닥칠 줄은 생각지도 못한 이천효는 하민정 옆에 서 있는 이 남자를 보게 되었다. 흰 셔츠에 검은 바지 차림의 이 남자는 오뚝한 콧날에 너무도 잘생겼다. 온몸에서 청량한 민트 향을 풍겼다.
  • 하씨 가문의 사모님으로서, 이천효는 오션 시티 상류사회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었지만, 이 남자는 처음 보았다.
  • 조금 전 하이향이 말했던 그 제비가 이 녀석인 건가?
  • “하민정, 이 녀석이 바로 네가 키운다는 그 제비야? ”
  • 제비?
  • 이 두 글자를 들은 우아진은 이마를 찌푸리며 불만에 가득 찬 얼굴로 하민정을 쳐다보았다.
  • “제비라니, 너 어떻게 말하고 다닌 거야? ”
  • 하민정은 허리를 치켜세우며 당당하게 말했다.
  • “억울해,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거든. ”
  • 이천효는 급해 났다.
  • “뭐 하고 있어, 제비 녀석 한 명도 상대 못 하는 거야, 빨리 제압해. ”
  • 경호원들이 덤비려 들자 우아진은 그들을 한번 훑어보며 말했다.
  • “나한테 덤빈다고, 너희들이? ”
  • 경호원들은 엄두가 안 나서 물러갔다.
  • 우아진은 하민정을 보며 말했다.
  • “여기서 밥이라도 먹으려고? 가자. ”
  • “그래, 가자. ”
  • 하민정은 우아진의 뒤를 따나 나갔다.
  • 이천효는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었다. 그녀는 단 한 번도 이런 상황을 겪어보지 못했다. 제비 주제에 그런 분위기를 갖고 있다니, 하씨 가문을 마음대로 드나들기까지.
  • 살다 보니 별일을 다 겪는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 큰돈을 들여 모집한 경호원들도 놀라서 달아났으니 눈뜨고 보낼 수밖에 없었다.
  • 떠나기 전, 하민정이 그녀의 귀가에 대고 한마디 했다.
  • “오늘 일은, 잘 기억하고 있을게요. ”
  • ……
  • 차 안에서 하민정은 옆에 있는 남자를 유심히 쳐다봤다. 집중해서 운전하는 그의 모습을 보니 조금 전 싸우던 그 남자는 온데간데없어지고 그저 부드럽고 자상했다.
  • 우아진이 머리를 돌려 물었다.
  • “만약 내가 안 갔다면 어쩌려고 그랬어? ”
  • 하민정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 “싸움은 나도 잘하지, 네가 안 왔어도 혼자 해결할 수 있었어. ”
  • 우아진은 전에 받아보았던 그녀에 관한 사전 조사가 떠올랐다: 아홉 살에 가족들로부터 버림받고 친구들한테도 따돌림당했었던 불쌍한 그녀의 과거.
  • ‘그때 혼자 훈련한 건가, 의술까지 마스터해서 기차에서 그 흉터남을 제압했었지, 오늘도 큰 문제는 없었겠네. ’
  • “여자가 무슨 싸움이야, 그건 남자들의 일이지.”
  • “난 누구한테 의지하는 걸 싫어해, 그래도 아까는 고마웠어. ”
  • 그녀의 진심 어린 두 눈을 보고 우아진은 눈썹을 들썩이며 물었다.
  • “고맙다고 말하면 다야? ”
  • 하민정은 멈칫했다.
  • “그럼 어떻게 고마움을 표시해야 하는데? ”
  • 우아진의 시선은 그녀의 입술에 멈췄다.
  • “여자가 남자한테 고마울 때 하는 거, 몰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