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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특별한 너

너무 특별한 너

Moon Su-jin

Last update: 2023-06-23

제1화 그의… 신부?

  • 2015년 늦가을, 하민정은 기차에 몸을 싣고 있었다. 기차는 시골에서 오션 시티로 달리고 있었다.
  • 아홉 살 되던 해, 그녀는 홀로 시골에 버려졌고 오늘에서야 집안에서 데리러 왔다. 그 이유는 바로 하 씨 가문에서 YL 별장으로 딸 한 명을 시집보내야 했기 때문이었다.
  • YL 별장의 그 유령신랑이라는 사람은 이미 병상에 누워있었고 하 씨 가문의 두 딸 모두 죽어도 시집은 가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어 결국 시골에 파양 보냈던 그녀를 찾아 시집보내려 했다.
  • 하민정은 기차에 앉아 책 한 권을 꺼내 들었고 이때 차 칸의 문이 열리더니 피비린내가 코를 찔렀고 우연인지 주위에 아무 사람도 없었다.
  • 하민정은 머리를 들자, 건장한 몸집의 남자가 휘청거리며 들어오더니 그녀의 앞에 쓰러졌다.
  • 의식이 몽롱해 보였다.
  • 얼마 지나지 않아, 검은 옷차림을 한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 “형님, 보는 사람도 없는데, 바로 황천길로 모실까요? ”
  • “누가 보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지? ”
  • 우두머리 같아 보이는 흉터남이 하민정을 쳐다봤다.
  • 하민정은 너무 황당했다. 갑자기 눈앞에서 쓰러져버린 이 남자가 치명적인 위험을 갖다 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흉터남의 눈에서 살인의 충동이 보였다.
  • 하민정은 태연한 기색을 보이며 그들의 손에 들린 무기부터 확인하고는 살려달라고 빌었다.
  • “살려주세요. 전 아무것도 못 본 겁니다. ”
  • 흉터남이 앞으로 걸어가서 하민정의 얼굴을 쳐다보자 그녀는 베일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 보이지 않았지만 반짝이는 눈망울은 그의 시선을 끌었다.
  • 맑고 깊은 두 눈 사이로 아름다움이 보였다.
  • 흉터남은 이렇게 아름다운 눈을 처음 보았고 그녀의 눈동자에 매료되었다. 오랫동안 여자를 곁에 둔 적이 없었던 그는 사악한 생각이 떠올랐다.
  • “미인이시네. 다치지 않게 해줄 테니, 우리를 한번 기쁘게 해봐. ”
  • 하민정은 길고 풍성한 속눈썹을 바들바들 떨며 최대한 가련해 보이게 빌었다.
  • “저 죽기 싫어요. 무서워요. 살려만 준다면 해라는 대로 다 할게요. ”
  • 어린 여자가 애처롭게 부탁하는 모습을 보니, 흉터남은 더는 참을 수 없어 바로 하민정을 덮치려 들었다.
  • “형님, 먼저 즐기십시오. 이 녀석을 황천길로 보내버리고 우리도 즐겨보죠. ”
  • 저급한 생각과 웃음이 오가는 와중에 흉터남이 무기를 내려놓고 하민정의 저고리를 풀었다.
  • 바로 그 순간, 작고 가느다란 손이 그를 멈췄다.
  • 흉터남은 머리를 들자, 여자애의 맑고 순수한 두 눈에서 두려움은 사라지고 차고 날카로움이 보였다.
  • “너! ”
  • 흉터남이 말을 하려던 그때 하민정이 손을 들어 들고 있던 침을 흉터남의 머리에 꽂았다.
  • 흉터남은 눈을 두 번 깜박이더니 그 자리에 쓰러졌다.
  • “형님! ”
  • 검은 옷차림을 한 부하들이 깜짝 놀라 앞으로 다가가려는 순간 바닥에 쓰러져있던 남자가 눈을 떴고 이어 악당들의 손에서 무기를 빼앗았다.
  • 이어서 검은색 옷차림의 악당들이 우르르 쓰러졌다.
  • 몸놀림이 너무 빨라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 하민정은 몸을 일으켜 앉았다. 그녀는 이 남자가 쓰러진 척을 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그의 몸에 묻어있는 피도 다른 사람의 피라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 하민정은 머리를 들어 그 남자를 쳐다봤고 그 남자도 그녀를 쳐다봤다. 그는 날카로운 눈매에 깊은 눈망울을 가졌다. 그와 눈을 맞추면 그 누구든지를 막론하고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 “도련님, 저희가 늦었습니다. ”
  • 구조하러 온 부하들이 이제야 도착했다. 순리대로 상황을 처리하고 남자한테 깨끗한 손수건을 건네줬다.
  • 남자는 우아하게 손을 닦고 천천히 걸어 하민정의 앞에 닿았고 크고 부드러운 손으로 하민정의 턱을 잡았다.
  • 그는 눈을 찌푸리고 그녀를 보며 마성 적인 중저음 목소리로 물었다.
  • “내가 너를 어떻게 처리할 것 같아? ”
  • 살짝 당기는 턱을 올리며 그녀는 마지못해 그 남자를 쳐다봤다. 남자는 훤칠하게 생겼고 카리스마를 풍겼다.
  • 이미 닦은 손이지만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봤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 이 남자, 너무 위험했다.
  • 퍽퍽!
  • 하민정은 바로 남자의 손을 내리치고 정색했다.
  • “무엄하네요, 난 YL 별장으로 시집가게 된 새신부예요! ”
  • YL 별장에 시집가게 된 새신부라고?
  • 남자는 눈썹을 들썩거리며 그녀의 말을 흥미진진하게 들어주고 있었다. 그의… 신부라고?
  • “오션 시티 사람이세요? 그러면 하 씨 가문에서 YL 별장으로 딸을 시집보낼 것이란 것도 알고 있지 않나요? 이번 결혼 소식은 온 시내를 떠들썩하게 만들었잖아요? 제가 바로 그 신부예요. 저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더 큰 책임을 묻게 될 텐데요? 저를 놓아주시죠. 전 아무것도 못 봤고 누구한테도 얘기하지 않을게요! ”
  • 하민정은 새엄마인 이천효가 처음으로 고마웠다. 이천효가 그녀를 오션 시티에 불러들이면서 제일 싼 값의 기차 탑승권을 끊어줬지만, 이 결혼만은 고급스럽게 채비해서 명성을 알릴 생각이었다.
  • 하 씨 가문의 딸이 YL 별장으로 시집가는 것, 이것은 최근 오션시티에서 가장 화젯거리인 재벌가 이슈였다. 하민정은 이 남자가 자기를 놓아줄지에 도박을 걸었다.
  • 남자는 흥미진진하게 그녀를 쳐다봤다. 그는 오늘 사업상 경쟁자에게 피습당하며 우연히 이 여자애를 만나게 됐다.
  • 스무 살 정도로 보이는 여자애는 뽀얀 피부에 옷은 너저분했지만, 그녀의 반짝이는 눈망울에서 순수함과 아름다움이 내비쳤다.
  • 중요한 것은, 그의 신부였다.
  • 남자는 눈빛을 남기고는 부하들을 데리고 떠났다.
  • 하민정도 꼭 쥐고 있던 손을 놓았다.
  • 이때, 몇 걸음 걷던 남자가 뒤를 돌아보며 그녀를 보고 말했다.
  • “우리 곧 다시 만나게 될 거야. ”
  • ……
  • 패리스 장원, 오늘 하 씨 가문의 결혼식이 여기서 진행되고 있었다.
  • 신부대기실에서, 하이향은 이복언니인 하민정을 보고 말했다.
  • “하민정, 언니 아홉 살 때 친모가 죽은 뒤 할아버지를 층계에서 미는 사고를 쳤잖아요. 무당도 언니 같은 액운을 타고난 재수 없는 애는 처음 본다고 했었어요. 아빠가 시골로 파양시킨 뒤, 우리를 대신해 시집보내려고 불렀다고 처음 불러온 거니까, 굳이 우리 하씨가문의 딸이라도 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언니는 그냥 하 씨 가문에서 키웠었던 개예요! ”
  • 하민정은 화장대 앞에 앉아 담담하게 대답했다.
  • “지금 개가 누굴 보고 짖는 거야? ”
  • 하이향은 허리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 “언니를 보고 짖는 거죠! ”
  • 하민정은 살짝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 “알고 있으니까, 그만 좀 짖어. ”
  • 하이향은 그제야 자기가 말렸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녀는 하민정의 반짝이는 눈망울을 쳐다봤다. 하민정은 시골에서 올라온 뒤로부터 줄곧 베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신비로운 분위기를 조성하면서도 반짝이는 그녀의 두 눈은 보는 이에게 아름다운 여인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 하이향은 더욱 질투가 났고 그녀는 하민정의 두 눈알을 빼버리고 싶다는 끔찍한 생각까지 들었다. 시골에서 올라온 촌스러운 여자애가 이렇게 예쁠 수가 있다고? 분명 못생긴 얼굴을 가리려는 것일 거야!
  • “민정아, 시간이 되었다. 이제 출발하자꾸나! ”
  • 이때, 하준상과 이천효가 친척들을 데리고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