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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속임수에 당하다

  • 우아진은 여자들의 몸에서 많은 향수 냄새는 맡아봤었고 그는 향수 냄새를 극히 혐오했다.
  • 하지만 이 여자의 몸에서 나는 향기는 달랐다.
  • 우아진은 안전벨트를 풀어주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 “무슨 향수 써? ”
  • 향수?
  • 하민정은 머리를 흔들었다.
  • “나 향수 안 쓰는데. ”
  • “그럼 네 몸에서 나는 이 향기는 뭐야…”
  • 우아진이 머리를 들면서 멈칫했다. 잠깐 사이에 그의 입술이 하민정의 입술에 닿았다.
  • 중간에 베일이 있었지만, 두 사람은 입을 맞췄다.
  • 하민정의 눈초리가 파들파들 떨려왔다. 이것은… 그녀의 첫 키스였다!
  • 우아진이 급히 뒤로 물러나며 그는 그녀의 입술을 한 번 더 보고 말했다.
  • “아, 미안, 아니면… 한번 더해서 돌려줄래? ”
  • 하민정은 그를 쳐다보며 대답했다.
  • “내 생각엔… 뺨 한 대를 돌려줘야 할 것 같은데. ”
  • 우아진은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 하민정은 조수석에서 내리며 말했다.
  • “나 먼저 갈게. ”
  • “내 이름은 우아진이야. ”
  • 하민정은 더 많은 생각은 하지 않고 건성으로 대답했고 빨리 할아버지를 뵈러 가고 싶었다.
  • “알겠어, 우 도련님, 안녕. ”
  • 하민정은 우아진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 오늘 하민정은 빨간색 스웨터를 입었다. 그녀가 손을 흔들자 스웨터가 위로 당겨지면서 그녀의 가녀린 허리가 보였다. 우아진은 괜히 핸들을 만지며 속으로 생각했다: 허리가 한 줌이면 잡히겠는데?
  • “이따가 회의 끝나면 데리러 올게. ”
  • “괜찮아…”
  • 하민정이 거절하기도 전에 차는 이미 떠났다.
  • ……
  • 위층에서 하이향은 이 모든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 ‘하민정, 착한 척은 다 해놓고 어젯밤 액막이 신부로 시집간 주제에 오늘은 다른 남자를 유혹하고 있네요. ’
  • 하이향은 그 차를 유심히 지켜봤다. 좋은 차인 것은 인정하지만 최상급은 아니었다. 하지만, 차 번호가…
  • 하이향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번호표였지만 그 차 번호라면 오션 시티에서 어떻게 운전하고 다녀도 괜찮다고 친구한테서 들은 적이 있었다!
  • 하민정이 꼬신 남자가 어떻게 저런 차 번호를 갖고 있지?
  • 하이향이 눈을 의심하며 다시 찬찬히 보려는 순간 차는 이미 사라졌다.
  • 그녀는 잘못 본 것으로 생각했다.
  • 하이향은 재빨리 달아갔다. 이때 마침 하민정과 마주쳤고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 “하민정, 조금 전 데려다준 저 남자는 누구지? 벌써 외로움을 못 견디고 제비 같은 놈을 기르는 거예요?! ”
  • 제비 같은 놈?
  • 우아진?
  • 하민정의 머리에는 우아진의 준수한 얼굴이 떠올랐고 그 특유의 카리스마, 어떻게 보아도 제비가 연상되지 않았다.
  • 그녀는 이 말을 들었다면 우아진의 반응이 어땠을지 궁금했다.
  • “할아버지는? 난 할아버지를 뵈러 온 거야. ”
  • 하민정은 하이향을 피해 위층으로 올라갔다.
  • 위층 방에서, 할아버지가 병상에 누워계셨다. 그는 이미 십여 년간 식물인간이 되어 누워계셨다.
  • 하씨 가문에서 친모를 제외하면 할아버지가 하민정을 제일 아껴줬었다.
  • 십 년 전, 그녀가 갓 아홉 살이 됐을 때, 엄마가 병을 앓다가 돌아가신 뒤였다. 어느 날 그녀가 잠에서 깨어나고 보니 계단 앞이었고 할아버지는 계단 밑에 쓰러져계셨고 이때 하준상과 도우미들이 달려와 그녀가 어떻게 설명하든지를 막론하고 그녀가 할아버지를 해쳤다고 주장했다.
  • 그 일이 있었던 뒤, 하준상은 무당을 찾아 점을 봤는데, 그 점쟁이 말로는 그녀가 집안에 화를 불러들이는 운명을 타고났다는 것이었다.
  • 그 소리를 들은 하준상은 당일 밤으로 아홉 살이던 그녀를 시골에 보내버렸다. 그 뒤로 생사도 물은 적이 없었다.
  • 하민정은 그 뒤에 알게 되었다: 이 아버지라는 사람이 어머니와 결혼생활을 하는 중에도 바람을 피웠고 당대 유명 여배우인 이천효와 슬하에 딸을 둘씩이나 나았다는 것을, 큰딸은 오히려 자기보다 나이가 더 많다는 것을.
  • 이번에 하민정은 시집을 가는 것을 기회 삼아, 그때 그 사건의 진실을 알아내려 했다.
  • 하민정은 할아버지의 맥을 짚어보고 침을 꺼내어 할아버지의 혈 자리를 찾아 꽂았다.
  • 칩을 빼고, 하민정은 할아버지에게 이불을 잘 덮어드리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
  • “할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꼭 치료해 드릴게요. 곧 깨어나실 거예요. ”
  • ……
  • 주방에서.
  • 하이향은 이천효를 찾았다.
  • “엄마, 내가 놀라운 일 하나 알려줄게. 조금 전에 하민정이 어떤 남자의 차를 얻어타고 왔더라고. 제비를 키우나 봐! ”
  • 이천효는 죽을 끓이다가 놀란 토끼 눈을 하며 대답했다.
  • “하민정이 제비를 키운다고, 정말 낯 두꺼운 애라니까! ”
  • “엄마, 누구 먹이려고 죽을 끓여? ”
  • “하민정한테 주려고. ”
  • “뭐라고? 내가 잘 못 들은 거 아니지? ”
  • 이천효는 약봉지를 꺼내더니 죽에 부었다.
  • “급하긴, 여기에 약을 탔어. 어제 결혼식에서 안 대표팀이 하민정을 마음에 들어 하더라고. 민정이 몸매는 봐줄 만하잖아. 좋은 값에 팔아넘기려고 사진이라도 갖고 있으면 앞으로 내 말을 거역할 수가 없겠지. ”
  • 하이향은 엄지를 치켜세우며 말했다.
  • “엄마, 너무 대단해요. 난 얼른 가서 케이크라도 사 올게요. 재밌는 구경거리가 있는데! ”
  • 이천효는 죽을 그릇에 담았다. 이때 하민정이 내려오자 이천효가 급히 다가오며 말했다.
  • “민정아, 너 주려고 끓인 죽이야. 얼른 먹어. ”
  • 이천효가 끓여준 죽을, 먹을 수나 있을까?
  • 하민정은 입꼬리가 씰룩댔다. 대범하게 식탁으로 가면서 몇 숟가락 들고 바보처럼 웃으면서 말했다.
  • “맛있네요, 아줌마, 고마워요. ”
  • “아니야, 맛있게 다 먹어주면 돼. ”
  • 이천효는 속으로 바보라고 욕하면서도 얼굴에는 인자한 미소를 보였다.
  • 얼마 지나지 않아, 하민정은 눈이 어두워졌다.
  • “아줌마, 저한테 뭘…먹인 거예요? ”
  • 하민정은 식탁에 쓰러졌다.
  • 이천효는 웃으며 사람을 불러 하민정을 위층 방으로 올려보냈다.
  • ……
  • 얼마 지나지 않아 배가 나온 중년 남자가 흥분해서 뛰어왔다.
  • “사모님, 사람은 준비됐나요? ”
  • “안 대표님, 하민정은 방에 있어요. 약효가 아마 두 시간쯤 갈 거니까, 좋은 시간 보내요. ”
  • 이천효가 웃으며 말했다.
  • “하 사모님, 일 처리 잘하네요. ”
  • 안 대표님은 방으로 들어갔다.
  • 이천효는 안 대표를 잡고 말했다.
  • “안 대표님, 먼저 HS 메디컬 투자에 관해… ”
  • 어제 결혼식에서, 안 대표님은 하민정의 몸매에 반해 이천효와 협상을 했다.
  • “하 사모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 약속은 잘 지켜요. ”
  • 안 대표님은 신속하게 방으로 들어왔다.
  • ……
  • 방에서, 안 대표님은 침대에 누워있는 하민정을 보고 침을 흘렸고 이어서 그는 옷을 벗기 시작했다.
  • “미인아, 내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