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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손을 받히고 잠들다

  • “똑똑 ”
  • 이때 노크 소리와 같이 문밖에서 복 집사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도련님. ”
  • 우아진은 담담하게 말했다.
  • “들어와. ”
  • 복 아저씨는 문을 열고 들어섰다.
  • “도련님, 사모님은… 어떻게 처리할까요? ”
  • 우아진은 침대 머리에 서 있었고 그는 일 미터 칠팔십 되는 훤칠한 키에 흰 셔츠에 슈트 차림이었다. 모두 주문 제작한 옷인 것 같아 비싸 보였고 그의 몸에서는 귀티가 흘렀다.
  • 우아진은 머리를 숙이고 손가락으로 소매의 반짝이는 단추를 만지작거리며 무심한 척 하민정을 보며 말했다.
  • “아직 모르지, YL 별장 뒤뜰에 늑대 두 마리를 키우고 있거든, 아니면… 너를 먹이로 줘볼까? ”
  • 하민정은 마음이 졸였다. 이 혼사는 전 세대가 정해준 것이었다. 오션 시티에서 사대 명문가는 우 씨, 가 씨, 곽 씨, 소씨 가문이었다.
  • 우씨가문의 도련님은 이 시대의 제일 젊고 멋진 사업가라고 소문이 자자했지만
  • 아무도 그의 얼굴을 본 적은 없는 신비로운 존재였다.
  • YL 별장은 외진 곳에 있어 한눈에 보아도 재벌가는 아닌 것 같았다. 하씨 가문에서도 사람을 시켜 YL 별장을 조사했었는데 조사 결과 YL 별장에는 그저 할머니와 손주 두 사람이 지내고 있고 그 손주가 바로 병에 시달린 유령 같은 남자라는 것이었다.
  • 이천효의 제일 튼 소원이 바로 두 딸을 오션 시티의 사대 명문가에 시집보내는 것이었다. YL 별장에 대한 이 조사 결과를 보고 이천효는 조상들의 무덤이라도 파헤쳐 왜 이런 혼사를 약속했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 이천효는 딸을 시집보내고 싶지 않았지만, 하준상은 유교적인 마인드라 조상들이 정해놓은 혼사를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 그녀의 딸은 시집보낼 수 없으니, 이천효는 하민정을 떠올렸고고 그녀를 데려와 액막이 신부 노릇을 시키기로 했다.
  • 하민정의 인지에서는 눈앞의 이 남자는 분명 직위가 높고 명성과 위세가 대단한 사람은 아니리라 생각했다. 그 때문에 그를 마주한 그녀는 너무 의아했다.
  • 눈앞의 이 남자는 모든 거동에서 우아하고 냉철한 분위기를 풍겼고 마치 왕이 명령을 내리는듯했다.
  • 뒤뜰에 늑대를 키우다니, 늑대를 애완용으로 기르는 것은 일반인이 할 수 있는 취미생활이 아니었다.
  • 하민정은 말을 하고 싶었지만, 눈앞의 이 남자는 두 손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눈을 찡그리며 고통스러운 기색을 띠었다.
  • 집사는 안색이 변하더니 신속하게 말했다.
  • “도련님, 지금 당장 주치의를 불러드리겠습니다! ”
  • 하민정은 놀라서 그를 쳐다봤다. 테이블에 올려놓은 두 손은 핏줄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고 병이 도진 것 같았다.
  • 이 사람, 진짜 아픈 걸까? 아주 심각한 질병 같았다.
  • 이때 하민정은 그 남자의 빨개진 두 눈을 마주 보았다. 우아진은 머리를 돌려 그녀를 보고 집사를 향해 소리쳤다.
  • “이 여자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게 해! ”
  • 집사는 신속하게 대답했다.
  • “사모님, 빨리 가시죠. ”
  • 하민정은 가면 안 됐다. 이번에 하씨 가문에 돌아온 목적은 YL 별장의 신부라는 신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 하민정은 맑은 두 눈으로 우진을 쳐다보며 거침없이 물었다.
  • “어디가 아픈 거지, 어떤 병이야? 한의학전공이라 침이라도 놔줄게, 치료를 돕고 싶어. ”
  • 우진은 온 힘을 다해 입을 오므리고 입에서 두 글자를 뱉었다.
  • “꺼져! ”
  • 하민정은 더 가까이 다가갔다.
  • “아까부터 네 몸에서 백합, 복령, 천마 등 진귀한 약재의 냄새를 맡았어. 이것들은 불면증을 치료하는 데 쓰이지… 내 생각이 맞았다면 넌 불면증이 있을 거야, 밤에 깊이 자지 못하는. ”
  • 집사는 놀란 표정을 하고 하민정을 쳐다봤다.
  • “사모님… ”
  • 하민정의 맑은 두 눈으로 우아진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 “얼마나 심각한 거야? 불면증도 일정한 정도를 지나치면 사람의 정신상태를 위협하지.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괴팍해질 수도 있고.”
  • 우아진의 두 눈은 점점 더 붉어지더니 그는 손을 내밀어 하민정의 목을 한 손으로 잡았다.
  • 소녀의 가녀린 목은 조금만 힘을 주면 부러질 것 같았다.
  • “사모님, 그만 자극하세요! 도련님, 사모님 놓아주세요! ”
  • 집사가 급해서 달려갔다.
  • 호흡이 어려워진 하민정은 얼굴이 점점 더 붉어졌다. 그녀는 손을 돌려 있는 힘껏 우진의 혈 자리에 침을 놓았다.
  • 우아진은 손을 놓고 소파에 걸터앉았다.
  • 하민정은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온 것 같았다. 공포를 느꼈다.
  • 눈앞에 있는 이 남자는 너무 위험했다. 신비로운 정체에다 수면장애를 앓고 있어 악마로 돌변하기까지 하니 너무 위험했다.
  • 하지만, 그녀는 더는 물러날 데가 없었다. 그저 도박을 걸어볼 수밖에 없었다.
  • 하민정은 호흡을 가다듬고 그의 뒤로 다가와 소매를 걷고 그의 태양혈을 누르기 시작했고 천천히 강약조절해가면서 마사지를 하기 시작했다.
  • 우아진의 잘생긴 두 눈이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 “네가 말한 치료가 바로 마사지해주는 거였어? ”
  • “영광인 줄 알아, 내가 처음으로 마사지해주는 남자니까. ”
  • “너도 처음 나를 마사지해주는 여자니까 영광인 줄 알아야지.”
  • “… ”
  • 대화할 수 없었다.
  • “나를 옆에 두고 사이좋게 지내자. 서로 사적인 부분은 관여 안 하는 거로 해. 난 할머니 앞에서 연기해줄게. 그리고 네 옆에서 불면증도 치료해줄 수 있어. 어때? ”
  • 우아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하민정은 길고 가는 침을 꺼내고 우아진의 혈 자리에 침을 놓았다. 우아진은 눈을 감고 소파에 스르륵 미끄러져 누웠다.
  • 하민정은 재빨리 손을 내밀어 그의 머리를 받들었다.
  • 그는 잠이 들었다.
  • 옆에 서서 이 상황을 지켜보던 집사는 너무 놀라 식은땀을 흘렸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는 우아진의 신분을 알고 있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에게 있어 도련님은 우가네의 주인이고 타고난 금수저에 똑똑한 머리까지 타고나 십 대 시절에 이미 상계를 뒤집어 놓으신 신화에 나올법한 존재였다.
  • ‘지금껏 아무도 먼저 도련님과… 협상을 한 적이 없는데, 이 여자아이가.’
  • 지금까지 도련님을 본 여자애들은 모두 두 눈이 하트가 되어 도련님의 품에 안기려 들었지, 사모님처럼 특별한 분은 처음이었다. 병이 도진 도련님을 보고도 침착하고 솔직하고 지혜로운 모습까지 보이다니.
  • 더구나 기적처럼 도련님을 재우다니! 도련님은 오랫동안 불면증을 앓고 계셔서 이미 며칠을 뜬눈으로 지새웠는데!
  • 도련님의 불면증 치료를 책임지는 의료진들도 모두 세계적으로 최상급의 의사들이건만 아무 효과도 보지 못했는데, 지금 도련님이 사모님의 손을 받히고 잠들다니!
  • “사모님… ”
  • 집사가 소리를 냈다.
  • 하민정은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대며 소리를 내지 말라는 사인을 줬다.
  • “여긴 내가 있을게요, 나가보세요. ”
  • 이유는 모르겠지만 집사는 사모님의 말에 안심하고는 그녀의 분부대로 물러갔다.
  • ……
  • 방안은 조용했다.
  • 하민정은 그가 깊이 잠이 들자 그의 머리를 소파에 내려놓고 이불까지 잘 덮어줬다.
  • 모든 일을 끝나고 하민정은 잠옷을 바꿔입고 침대에 올라가 잠을 청했다.
  • 이때, 소파에서 우아진이 눈을 떴고고 잠에서 깨어났다.
  • 우아진은 침대 머리로 다가가 긴 손가락으로 하민정의 얼굴을 가리고 있던 베일을 걷으려 했다.
  • 그러다가 멈췄다.
  • 그는 곤히 잠든 그녀를 쳐다보며 생각했다: 만약에 눈을 뜨면 예쁜 두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겠지?
  • 순수와 매혹스러움 결정체였다.
  • 우아진은 그녀의 목에 난 빨간 자국을 보게 됐다. 조금 전 목을 졸랐던 탓에 그녀의 여린 피부가 자극을 받았다.
  • 우아진은 다시 소파로 돌아와 누웠다.
  • 그의 불면증은 점점 더 악화하여가는 중이었다. 절대로 그녀의 침을 맞는다고 해서 치료될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지만, 그녀의 의술은 정말로 놀라웠다. 잠시나마 그녀의 손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 약 십분 뒤.
  • 그는 오랫동안 십분 이상의 숙면을 해본 적이 없었다.
  • 우아진은 침대 쪽으로 시선을 돌려 그녀 뒷모습을 쳐다보며 생각에 잠겼고 한편으로 생각했다: 그녀의 손은 어쩜 그렇게 작고 부드러운 걸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