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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신혼 첫날밤

  • 이천효는 하민정의 새엄마였다. 소싯적 연예계를 뒤흔든 여배우였으나 지금은 두 딸의 엄마지만 여전한 미모를 과시했다.
  • 이천효는 내연녀에서 정부인 이 된 경우였다. 그녀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내연녀에서 하 씨 가문의 진정한 안주인이 되어 재벌가 사모님들과도 잘 어울리며 지내고 있었다.
  • 오늘의 결혼식에 이천효는 정성을 쏟아 부었다. 하민정이 입고 있는 드레스조차 밀라노에서 거금을 들여 제작한 웨딩드레스였다. 모든 사람은 이천효의 안목을 칭찬했다.
  • 하민정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쑥스러운 모습을 보이면서도 기대에 찬 눈으로 문 쪽을 쳐다봤다.
  • “시간이 됐는데, 왜…신랑이 안 보여요? ”
  • 말소리가 들리자마자, 이천효는 안색이 변했다.
  • 사람들도 서로 쳐다보며 수군거렸다. 신부가 신랑이 병상에 누워 있겠다는 걸 아직 모르나?
  • 액막이로 시집을 가는 것이니, 신랑 없이 신부만 있는 결혼식장이었다.
  • 하준상이 앞으로 나가 죄책감에 딸의 눈을 쳐다보지 못하고 말했다.
  • “민정아… 오늘 신랑이 아주 아파서 못 온대, 너 혼자 가야 될 것 같아. ”
  • 하민정은 멈칫하더니 웃으며 고분고분 아버지의 말을 따랐다.
  • “알겠어요, 그럼 먼저 가볼게요. ”
  • 하민정은 홀로 호화로운 차에 탔다.
  • 하객들은 하민정의 뒷모습을 보며 시골에서 올라왔다더니 촌티가 나지 않는 것은 둘째치고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이 너무 세련되고 아름답다고 감탄했다.
  •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고 고분고분 어른들의 말에 따르는 모습을 보니 사람들은 동정심을 불러일으키기까지 했다. 사람들은 이천효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수군댔다.
  • ‘잘해주는 척을 아무리 해도, 결국 새엄마가 아닌가, 자기 딸을 대신해 액막이로 시집을 보내는 주제에. ’
  • 이천효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결혼식에 관한 모든 것이 완벽하게 그녀의 손바닥 안에 있다고 생각했지만, 하민정이 상황을 이렇게 뒤엎을 줄 몰랐다. 하민정을 너무 업신여겼던 것 같았다.
  • 하지만, 아직 앞날이 기니, 어떻게든 그녀를 길들이려 했다!
  • ……
  • 하민정이 YL 별장에 도착했고 신혼집에 들어섰다.
  • 신혼집은 불이 꺼진 채로 어두컴컴했고, 으스스한 분위기였다.
  • 하민정의 두 눈동자만이 어둠 속에서 반짝거렸다. 그녀는 침대 머리로 다가오자 큰 몸집의 남자가 누워있었다.
  • 이분이 바로 새 신랑이다.
  • 하민정은 손을 내밀어 그의 맥을 짚어보려 했다.
  • 그 순간, 그녀의 가느다란 손목은 길고도 힘 있는 손가락에 잡혔고 어느 순간 이미 그의 몸에 짓눌렸다.
  • 하민정은 너무 놀랐다. 모두 그의 새신랑이 병상에 누운 귀신 들린 남자라고 했는데, 지금 그녀의 몸 위에는 분명 건장한 남자가 힘을 주고 있었다.
  • 이 사람은 누구일까?
  • 하민정은 무릎을 굽혀 그의 아랫부분을 공격했다.
  • 하지만 남자는 더 빨리 그녀의 공격을 피하고 더 세게 힘을 주자 그녀는 꼼짝도 하지 못하게 됐다.
  • 신속하고 정확하고 힘이 셌다.
  • “너 누구야? 이거 놔! ”
  • 하민정이 힘을 쓸수록 두 사람 사이에 있는 얇은 옷깃이 마찰했다.
  • 귀가에 부드러운 중저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새색시가 엄청 열정적이네, 첫날밤을 보내고 싶은 건가?? ”
  • “…”
  • 쌍스럽다!
  • 이 시간에 이 방에 나타난 사람이라면 그녀의 새신랑이 맞으리라 생각했지만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그녀의 새신랑이 아무 문제없는 건장한 젊은 남자였다고?
  • 이때 이 남자의 긴 손가락이 그녀의 턱선을 따라 내려와 옷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하나하나 천천히 풀어 내려갔다.
  • 하민정은 재빨리 그의 손을 잡고 소리쳤다.
  • “움직이지 않고 있잖아, 뭐 하는 거야? ”
  • “소리 내, 낼 줄 알아? ”
  • 소리를 내라고?
  • 이때 하민정은 신혼집 밖에서 수상한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눈치챘다. 어떤 도우미가 우 할머니를 잡고 말하는 소리였다.
  • “어르신, 이러면 안 됩니다, 돌아가시죠… ”
  • “쉿. ”
  • 우 할머니는 화를 내며 조용히 하라는 손동작을 했다.
  • “난 그냥 귀를 대고 듣기만 하면 돼, 눈으로는 안 본다고! ”
  • 우 할머니는 창문에 귀를 대고 엿들으려 했다.
  • 하민정은 몸을 일으켜 창가로 가보려 했지만 우아진은 한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누르며 말했다.
  • “빨리 소리 좀 내봐. ”
  • 하민정은 그제야 연기를 해서 밖에 있는 할머니한테 보여주려는 그의 작전을 읽었다. 그녀의 도움이 필요했다. 하지만…
  • “난 몰라. ”
  • 어둠 속에서 우아진의 눈은 더욱 날카로워 보였다. 그는 자기 밑에 누운 이 여자애를 보자 이제 갓 스무 살 된 나이에 눈썹을 살짝 치켜세우고 수줍은 듯 불쾌한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 우아진은 두 손을 그녀의 옷깃에 갖다 대고 있는 힘껏 밖으로 당겼다.
  • 아.
  • 하민정은 피부가 차가워 지는 것을 느끼고 팔로 가슴을 감싸고 놀라서 소리 질렀다.
  • 우아진은 입꼬리가 올라갔다.
  • “이제 소리 낼 줄 알겠어? ”
  • “…”
  • 하민정은 고개를 들고 쳐다봤다.
  • ‘뻔뻔한 놈! ’
  • 우아진의 두 손은 그녀의 몸 양옆을 지탱하고 그녀를 자기 품 안에 넣고 야릇한 동작을 따라 하기라도 하는듯했다.
  • 이렇게 어두운 방 안에는 삐거덕대는 침대 소리만 났다. 하민정은 귓불이 빨개졌다.
  • “계속 소리 내봐, 안 그럼 진짜로 한다. ”
  • 그는 낮은 소리로 속삭이듯 협박했다.
  • 하민정의 눈초리가 파들거렸다. 그의 말을 믿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눈을 감고 그의 리듬에 따라 소리를 냈다.
  • 밖에 있던 우 할머니는 두 손을 맞대고 부처님을 불렀다.
  • “다행이야. 내 손주가 게이는 아니라니! 무성욕자도 아니고! 이제야 정신을 차렸군! 조상님들 보우하사, 내가 이제 증손자를 안아보는 건가! ”
  • 우 할머니는 너무 기뻐서 춤이라도 출 기세였고 걸음을 재촉해 향을 피우러 갔다.
  • 하민정은 손을 내밀어 남자를 밀어냈다. 이번에는 우아진도 힘을 쓰지 않고 그녀를 놓아줬다.
  • 팍, 그가 스위치를 눌러 불을 켰다.
  • 아롱대는 불빛이 방안을 비췄고 하민정은 몸을 일으켜 앉자마자 우유처럼 뽀얀 속살을 가리며 옷매무시를 정돈하고 단추를 잠갔다.
  • 머리를 들어 남자를 쳐다보았다.
  • 남자는 이미 침대에서 내려와 있었다. 그는 훤칠한 인물을 드러냈고 그는 매우 잘생겼고, 얼굴선이 조각상 같았고 타고난 냉철함과 카리스마를 풍겼다.
  • 하지만 하민정은 남자의 얼굴에 신경을 쓸 새가 없었다. 그녀의 동공이 흔들렸다.
  • 왜냐하면 이 남자는…
  • “너! ”
  • 그는 기차에서 만났던 그 남자였다!
  • 그가 바로 그녀의 남편이 될 사람이었다니!
  • 하민정은 자기가 병든 남자에게 시집가는 줄 알고 마음의 준비를 했다. 그 사람이 이 남자인 줄은 몰랐다.
  • 그날 기차에서 큰소리쳤는데, 얼마나 우스웠을까 싶었다.
  • 우아진은 입꼬리가 올라갔다.
  • “알아보네, 말했잖아, 곧 만나게 될 거라고. ”
  • 그는 장난 섞인 말투였다. 집사가 전에 알려준 적이 있었다. 하 씨 가문에서 액막이 신부로 시골에서 자란 촌스러운 아이를 딸 대신 시집보낼 것이라는 것을.
  • 대타면 대타지, 할머니만 기뻐하시면 된다고 생각했다.
  • 더구나 이 촌스러운 여자가 그녀라니.
  • 다만, 의문이 든다면 촌스럽다는 기준이 언제부터 이 정도였던가?
  • 그는 분명 두 눈으로 목격했다. 기차에서 그녀가 어떻게 그 흉터남을 그녀의 몸에 올라타게 유혹했던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