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24화 탄복
- 우아진은 잠이 오지 않았다. 그는 펜 하나를 꺼내 하민정에게 덧칠했다. 진우가 그린 하민정은 하얀 치마를 입고 있어 허리 라인이 보이지 않았다. 우아진은 하민정의 날씬한 허리선을 그렸다. 그러고는 가는 팔과 하얀 손도 수정했으며 곧 그림 속의 하민정이 살아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 이것만으로 부족하다고 느낀 그는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모자의 뒤에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그림 속 모습을 보며 가위를 가져왔다. 그는 그림 속 자신을 오려내 앞에 붙였다. 이렇게 보니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은 한 사람이 앞에서 멋지게 걸어가고 하민정이 아들의 손을 잡고 그의 뒤를 따라가는 것 같았다. 아주 멋진 그림이 완성됐다. 아들이 그린 그림 속에서 그는 혼자 뒤에서 걷고 있어 눈에 거슬렸는데 이렇게 다시 붙이니 완벽하다고 느껴졌다.
- 하지만 곧 올라갔던 그의 입꼬리가 굳어버렸고 잘생긴 이목구비가 일그러졌다. 지금 뭘 하는 거지? 미친 건가? 그녀가 돌아왔다고 3년 전 그녀가 그에게 안기고 간 고통을 다 잊었단 말인가?